2017년11월22일wed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뷰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문화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과 화면 해설을… 이렇게 ‘같이’ 영화 보면 안 돼요?
모바일 앱과 스마트 안경으로 손쉽게 자막·화면해설 제공 가능해
등록일 [ 2017년10월13일 21시35분 ]

엡손이 제작한 스마트 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는 청각장애인. 이를 착용하면 청각장애인의 경우 자막과 한국 수어를 통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어폰 꽂는 곳도 있어 시각장애인은 화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시·청각장애인도 원하는 영화관에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13일,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시·청각장애인 영화 관람권 소송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실제 영화관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제공해 영화 관람을 함으로써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자리가 열린 것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관람권에 관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해 2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2015년 4월 11일부터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은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근거해 시·청각장애인들은 영화 상영업자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측에 화면해설과 자막, FM보청기기를 제공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CGV 등 피고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석상 영화 상업업자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령 의무가 있더라도 현저히 어려운 정당한 사유에 따라 상용화의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날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 장애인 단체는 비공개로 진행된 법원 현장검증 후 시연회를 열어 화면해설·자막 제공에 관한 보조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재판부는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듯했으나 피고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소송의 원고인 청각장애인 함효숙 씨는 “지금은 한국영화에 자막 제공이 되지 않아 청각장애인은 한국 영화를 볼 수 없다. 한국농아인협회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베리어프리 영화는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어 그 시간에 맞춰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볼 수 있는 영화마저 정해져 있다”면서 “나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가까운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며 소송 참여 이유를 전했다. 또한 “현장검증에서 영화상영업자들이 시·청각장애인들의 권리보다는 ‘장애인들 숫자가 적어 해봤자 손해 본다’는 식으로 말해 너무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날 선보인 기술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아래 앱)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앱의 경우,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에 해당 앱을 내려받아 시행시키면 각자 필요에 따라 화면해설과 자막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엡손에서 제작한 스마트 안경의 경우에도 착용하면 자막을 볼 수 있고, 이어폰을 꽂으면 화면해설을 들을 수 있다. 단, 이날은 시연회임을 고려해 앱의 경우 관리자 휴대폰에 앱을 시행시킨 뒤 준비된 FM수신기를 통해 화면해설을 제공하였다.

 

시연회에서 시·청각장애인 20여 명은 각자 필요한 보조기기를 택해 영화 ‘밀정’을 관람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스마트 안경을 쓰고 태블릿PC가 설치된 자리에 앉아 스마트 안경과 앱 중 어떠한 방식이 더욱 편한지 체험했다. 청각장애인들 또한 이어폰을 통해 화면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배우들의 대사와 대사 사이에 화면을 해설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시각장애인 ㄱ 씨는 “화면해설로 몰입도가 증가했다”면서 “예전에 미국에서 뮤지컬을 본 적 있는데 미국은 뮤지컬에도 화면 해설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었다”며 영화뿐만 아니라 나아가 뮤지컬, 연극 등 문화 전반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상영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자막 제공 비용 부담은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5년 전부터 한국농아인협회가 주최하는 장애인영화제에 디지털 자막을 제공해온 유진희 전 한아미디어 대표는 “멀티 상영관의 경우, 스마트 안경 2개, 화면해설 이어폰 1개 설치를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서버 비용까지 포함해서 한 기기당 연간 150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1년에 150~250명의 장애인 관람객이 온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대표는 “비장애인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개방형 자막(브라운관에 자막을 띄어 모두에게 제공하는 방식) 시, 관람에 거슬린다는 건데 스마트 안경은 타인에게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원하는 언어도 골라 볼 수 있고 자막뿐만 아니라 한글 수어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막이 영화 스크린에 상이 맺히는 것처럼 떠서 마치 개방형 자막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10여 곳에 모바일 앱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최학주 CAC 엔터테인먼트 기획팀 이사도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다 보니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용은 거의 들지 않고 다만 자막 제작 비용으로 500~1000만 원 정도 든다”며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시·청각장애인 영화 관람권 소송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법원 현장검증 후 장애계는 시연회를 열어 화면해설·자막 제공에 관한 보조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청각장애인들이 스마트 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시·청각장애인들은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영화 관람 환경을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 청각장애인은 앱의 경우, 자막과 영화 화면(브라운관)의 위치가 달라 고개를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스마트 안경은 자막과 상영화면이 일치해 그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만 안경이 무거워 장시간 착용하기 힘들었다며 “명확하게 고정되면서도 편안한 기술이 좀 더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들은 화면해설 제공 시, 일반 이어폰이 아닌 ‘골전도 이어폰’을 영화관에서 제공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은 이어폰을 꼭 갖고 다닌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는 데 이어폰은 우리의 보장구가 아니다. 영화관에서 비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위생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일반 이어폰이 아닌 골전도 이어폰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골전도 이어폰은 귀에 직접 꽂는 것이 아니라 귀 근처에 기기를 대어 진동으로 소리를 인식하는 것으로, 이어폰 소리와 함께 외부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자전거 등 레포츠 시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김재왕 변호사는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이런 보조기기가 상용화되어 있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소송이 그러한 날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소송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올려 0 내려 0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 방안, 어디까지 논의되고 있나?
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 ‘정당한 편의제공 위반 vs 영화상영업자 몫 아냐’ 팽팽히 맞서
배리어프리 영화로 본 ‘아가씨’, 어떤 모습이었나?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판자촌에서 불어온 복음의 메시지, “이 나라의 희망은 가난뱅이 뿐이오” (2017-11-14 13:59:27)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보세요! (2017-09-19 11:41:36)
Disabled People News Leader 비마이너 정기 후원하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비마이너는 사회를 제대로 보기 위한 ‘지도꾸러미’ 같아요
비마이너는 인권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언론'입니다
비마이너 기자의 포부, “사골국 끓여드릴게요”
비마이너는 높은 해상도의 렌즈로 세상을 정확히 보여주죠
비마이너는 현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언론이죠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아서 좋아요”
비마이너는 소수자의 시민권을 옹호하는 언론
우리 사회가 공유할 더 큰 가치를 위해, 비마이너를 읽고 후원합니다
기자에게 비마이너는, ‘나침판’이에요
“소수자를 차별하는 가장 무서운 방법은 그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거예요”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1년에 단 한 번뿐인 시험을 치르는 사람, 여기에도 있...
이른 아침, 낯선 교문 앞에서 떡이나 음료를 나눠주며 열...

친절한 거절을 거절하고 싶다
가족들이 던지는 물건, 그게 날 부르는 ...
당신이 아는 그 ‘청소년’은 없다
포토그룹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