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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지원센터 심사 기준, 탈시설 기조 반영 못해
탈시설 자립지원 서비스 모델 개발 시범사업 3년 결과 보고
"'어떤' 장애인이라도 사회적 조건 충족되면 자립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 기준 바뀌어야"
등록일 [ 2017년10월24일 18시45분 ]

24일, 노들 대강당에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4일, 사단법인 노들 4층 강당에서 '탈시설 자립생활지원모델 개발을 위한 제언'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사단법인 노들이 주축이 되어 자립생활센터, 장애인 거주시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3년간 진행한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모델 개발 사업 보고와 함께 자립지원 정책에 대한 제안이 공유되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서울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전환서비스센터를 설치해 탈시설 지원 정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자립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가족의 지원이 예상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렵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전환서비스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설령 이러한 조건을 통과해 지원을 받더라도, 평생 시설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립생활 연습과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아무런 경험 없이 거주시설 퇴소를 전제로 도전하는 것은 시설장애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며,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전환서비스 신청을 주저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전환서비스 지원사업에서 제공하는 '단기 자립생활 프로그램'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 남짓 진행되는 것으로, 충분한 경험과 사전 훈련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사단법인 노들을 주축으로 한 여러 단체들은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오랜 기간 마음 놓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되었다"라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재정 지원을 받아 진행한 1인 단독가구형 자립생활지원 모델 연구사업 '나도 혼자 산다'는 3년간 총 28인에게 두 달간의 자립생활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은 1인 1주택을 원칙으로 했으며 월 50만 원가량의 생활비가 지급되었다. 당사자들은 인근 자립생활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자립생활 훈련에 참여했다. 

 

3년 사업이 완료된 2017년 10월 현재, 사업에 참여했던 27인 중 14인은 탈시설을 했고 2명은 탈시설이 확정되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12명은 시설로 복귀했다. 

 

자립생활 정도를 총 7개 영역에 걸쳐 측정하는 '자립생활 척도'는 윤재영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10년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자립생활 척도 판단 영역에는 자기신뢰, 자기결정, 역량강화, 가까운 대인관계, 복잡한 대인관계, 공동체관계, 생산성, 사회 환경 등이 있다. 사업 참여 당사자들은 평균적으로 사업 참여 이전 자립생활 척도가 60~62점대였으나, 사업 참여 이후에는 72~86점대로 모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결정과 사회환경 영역은 평균 1.0점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보고를 담당한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은 "사업 결과를 통해 자립생활 모델 개발을 위한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자립생활센터의 역할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정보제공 및 체험기회 보장의 필요성 △교육 기회 보장의 중요성 △가족의 반대 또는 정보 부족 △전환서비스 및 사회보장 제도상의 문제 등을 꼽았다. 

 

특히 서 소장은 "이번 사업의 주된 발견은 서울시의 '장애인 전환서비스'의 문제점을 파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현행 전환서비스는 당사자의 의지와 욕구에 기초해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중증이고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 경우 시설에서의 격리된 관리가 현실적'이라는 기존의 차별적 관점이 반영된 한계를 가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 소장은 전환서비스 심사에서 탈락했음에도 이번 사업을 통해 자립생활을 하고 있거나, 자립을 계획하고 있는 당사자를 소개하며 "전환서비스 운영자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이고 관료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서 소장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이 컸던 부분은 24시간 활동보조가 되지 않았던 것, 생계비(소득)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안정적이고 편리한 주거공간 마련이 어려운 점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서 소장은 주거지원, 소득보장,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를 가장 시급한 탈시설 자립지원 모델 구성을 위한 요건으로 꼽았다. 

 

사업 보고에 대해 이승헌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대표이사는 "탈시설은 단순히 서비스 제공 방식을 변경하는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와 시민적 권리의식 및 인권의식의 성장에 기반해 개인의 인간답게 살 권리, 특히 자유로운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탈시설 운동의 의미를 짚었다. 

 

이 이사는 "이번 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전환서비스센터의 심사 기준이 한국 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그는 "전환서비스센터의 운영 시각이 '어떤' 장애인이라도 주거, 활동지원, 경제지원 조건이 갖춰진다면 자립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기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년 가까이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시설 거주인 수는 제자리걸음이고, 자립생활 지원 역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이유에 대한 원론적 검토와 반성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회 체계가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알아서' 꾸려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빈곤층, 실업자, 노인, 질병을 가진 사람 등에게도 같은 어려움으로 작동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 운동이 장애인 집단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유로 자립적 삶이 어려운 계층으로 확대되어 간다면 더욱 단단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서기현 소장, 이승헌 이사, 이승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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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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