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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난민 장애인도 국민과 동일한 복지 받을 수 있다”
활동지원서비스 받지 못해 학교 가지 못한 난민 장애아동 미르
1심 판결 뒤집고 2심에서 ‘승소’
등록일 [ 2017년11월02일 17시00분 ]

‘난민 장애인’도 우리나라 국민과 동일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주심판사 김형천)는 지난 10월 27일, 난민인 뇌병변장애아동 미르(만 11세)의 장애등록을 거부한 부산 사상구청에 장애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미르는 장애 진단을 받은 지 2년여 만에 장애등록을 하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르는 2015년 4월,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으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한국에 입국해 같은 해 6월, 부산 사상구의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이들 가족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분리 독립운동을 하던 발로치스탄 민족으로 본국에서 온갖 박해와 차별을 당했으며, 뇌병변장애가 있는 미르도 본국에서 제대로 된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미르는 어렵게 한국에 와서 드디어 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사흘 만에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스쿨버스가 오는 정류장까지 가려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인도도 없는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평지에서도 수시로 넘어지는 미르 혼자 이 길을 갈 순 없기 때문이다. 통학 지원이 필요했지만 미르 아버지는 본국에서 당한 고문으로 어깨를 다쳐 팔을 쓸 수 없었고, 어머니는 임신 중으로 유산의 위험이 있어 외출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미르 부모님은 학교로부터 장애인 등록을 하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와 구청, 보건복지부 등에 문의했으나, 난민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미르는 학습 유예를 신청한 채 1년 가까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이주민단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난 2월, 미르는 ‘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와 인권연구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지원을 받아 부산 사상구청을 상대로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난민법 31조는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9일, 부산지방법원은 1심에서 “장애인 등록과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권리는 난민법이 아닌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는 것이므로 장애인복지법에서 등록을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외국인인 난민은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또한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난민 장애인 아동에게 복지서비스 지원을 배제하는 것이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패소 후, 미르의 사정이 언론에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향후 난민의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그 전까진 지역 복지관과 협력하여 미르의 등하교를 지원할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르의 소송을 지원한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등하교 지원 자원봉사자는 배정되지 않았고, 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다행히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미르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는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난민법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난민에게도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면서 난민 아동의 장애등록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구청의 상고 가능성도 남아있고 외국인의 경우 장애인등록을 했더라도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을 제한하고 있는 복지부의 지침은 여전하나, 개별 법률이 일일이 명시하지 않더라도 난민에 대해선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왔다”면서 “앞으로 미르와 같이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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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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