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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복지국가' 내건 2018년 정부 예산안, 꼼꼼히 살펴보자
복지부 예산 사상 최초 60조 돌파...실상은 구멍 많아
등록일 [ 2017년11월03일 15시12분 ]

2018년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2018년 정부 예산안은 11월 3일 국회예산결산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국회 본회의를 거쳐 올해 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말’에 비해 복지 예산은 소극적으로 계획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분석을 통해 정부의 ‘마음’을 살펴보자.

 

지난 1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모습 ⓒKTV
 

# 복지부 예산 사상 최초 60조 돌파...장애인 관련 정책도 덩달아 오름세


2018년 정부 확정 보건복지부 예산은 64조 2416억 원이다. 2017년 복지부 본예산 57조6628억원 대비 11.4% 증가한 금액이다. 복지부 예산이 60조를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다. 정부는 이것이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홍보했다.


복지부 예산안 증대는 장애인 관련 예산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2018년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2조2천억 원이다. 2017년 예산 대비 1500억 원이 증가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은 '장애인활동지원'으로 6716억 원이 책정되었다. 장애인연금이 6355억,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이 4619억으로 그 뒤를 따랐다.


사업별 증액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이 2018년 4월부터 20만6천 원에서 25만 원으로 증액될 예정이고, 지원 대상 역시 35만 2천 명에서 35만 5천 명으로 증가한다. 활동지원사업은 대상자가 6만9천명으로 지난해보다 4천명 확대되었고, 활동급여 단가는 1만760원으로 책정했다.


신규 사업도 있다. '장애인건강보건관리사업' 예산이 9억 원 생겼다. '장애인건강권법' 시행을 앞두고 신설된 예산이다. 또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 사업'에도 4억 원의 예산이 새로 책정되었다.


장애인정책국 소관 예산은 아니지만 빈곤한 장애인에게 매우 중요한 기초생활보장 예산 역시 2017년 대비 6300억 원이 증가했다. 전년대비 생계급여는 513억, 의료급여는 5474억, 기초연금은 1조7천억 원이 증가했다. 이러한 예산 증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부분적으로 폐지함에 따라 대상자가 확대된 것에 크게 기인한다.


# 표면적으로는 올랐지만, 알고 보면 구멍 많은 복지예산


겉으로 보기에는 껑충 뛴 2018년 복지 예산. 그러나 예산안은 국회 심사를 앞두고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사회서비스공단(아래 공단) 설립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단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비공개회의에서 제출한 자료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을 ‘진흥원’ 형태로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진흥원' 안이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단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위 자료에서 ‘18년 하반기부터 진흥원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실제 예산안에는 ’진흥원‘ 운영에 필요한 예산조차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 설립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진흥원' 예산 반영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계속해서 요청 중이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공단(진흥원)은 지자체별로 설치하는 것으로 국비 지원 성격이 아니며, 아직 관계 법령이 마련된 상황도 아니어서 예산 지원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반영되지 않은 예산은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범죄시설 폐지 및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희망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 예산안에는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도, 탈시설 정책을 위한 예산도 담기지 않았다.


희망원에 있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구 글라라의 집)'은 2018년 폐쇄를 앞두고 있다. 시민마을에는 8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빠르면 당장 내년부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택이나 활동보조, 생활비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시범사업'까지 공약한 희망원 사건에 대해, 예산안은 침묵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 역시 예산안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항목이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사업은 2017년 대비 1억 원 증가해 53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반면,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은 전년대비 68억이 증액되어 4619억 원 책정됐다. 장애인정책국 예산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에서 증가되었다고 홍보한 활동보조 예산 역시 꼼꼼히 살펴보면 실질적인 오름세는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 활동보조 예산 확대는 활동지원 대상자 증가와 활동급여 단가 인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상자와 단가, 그리고 월평균 급여량 모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대인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80만 명이다. 하지만 18년 예산안에서는 활동지원 대상자를 2017년 6만5천 명에서 6만9천 명으로4천명 확대했을 따름이다.


활동지원수가 역시 충분치 않다. 현재 민간에 활동지원 중계가 위탁되어 있고, 포괄수가제로 진행되고 있는 활동지원 서비스 특성상, 활동지원수가 1만760원은 여전히 활동지원인의 최저임금과 중계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 복지부는 활동지원 사업 예산을 책정하면서 1인당 월평균 지원시간을 109.8시간으로 산정했다. 하루에 3시간 남짓한 급여량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20일로 나누어도 5시간이다.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예산은 아예 없다.

 

문재인 대통령 2018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자료


# 오름세 속 줄어든 예산, 포장만 화려한 예산


복지 예산 증가 경향에 역행하는 예산도 있다.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약 6억 원이 줄었다. 예산이 줄어든 사업은 발달장애인 부모·가족 지원, 공공후견지원 사업이다. 각각 3억 8천만 원, 3억2천만 원이 감액되었다.


‘장애인건강권법’ 시행에 맞춰 도입된 ‘장애인건강보건관리사업’ 예산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은 2일 성명을 통해 “장애인건강권법 시행을 위한 예산이 복지부 신청 109억 원에서 최종 9억 원으로 대폭 감소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복지부 요구안에서 제시된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24억 원), 장애인 재활운동 및 체육지원 시범사업(18억 원), 중증장애인 의료기관 이동 지원 시범사업(16억 원) 등은 기재부 조정 이후 사업 자체가 삭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종 예산안에 남아있는 장애인건강검진사업과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운영비 예산 역시 복지부는 각각 13억 원, 36억 원을 요구했으나 예산안에서는 각각 3억, 6억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기초생활 보장 분야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인해 예산이 증가했다. 정부는 2018년 상반기부터 수급자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 하위 70%만 해당)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었음에도 예산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특히 생계급여의 경우, 급여 지급 대상자는 2017년에 비해 오히려 1만명이 줄어든 126만 명이 집계되었다. 그 결과, 생계급여는 지난해보다 겨우 1% 올랐을 뿐이다.


참여연대는 ‘2018년도 보건복지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생계급여에서 기준중위소득 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급여증가가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긴급복지지원 예산을 지적하며 “예산이 삭감되어 편성되었고, 매년 정부예산안에서 100억 원 가량이 삭감된 채 편성되고 이것이 나중에 추경으로 증액되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예산편성관행은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후에 관련예산을 추경으로 보충하겠다는 것으로 시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018 정부 예산안에는 새로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시에 여전히 ‘효율성’으로 복지 정책을 재단하는 패러다임의 한계도 담겨있다. 이제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심의 과정이 ‘새 시대’에 대한 국민의 소망을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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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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