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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원에 보내는 편지] 알고 싶습니다, 희망원의 탈시설 계획을!
'시설 자랑 일색' 보도자료 말고, 탈시설 추진 현황 알려주세요
등록일 [ 2017년11월08일 14시36분 ]

2016년,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 천주교유지재단에서 운영해온 대구광역시립희망원(아래 희망원)에서 30여년 가까이 벌어진 각종 인권침해, 거주인 과다 사망 의혹, 횡령, 비리 등의 사건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희망원은 '제2의 형제복지원'으로 불리며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장애계에서는 더욱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희망원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로 불리며 ‘범죄시설 폐지 및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희망원 문제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공약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2017년 5월, 대구시는 새로운 희망원 수탁기관으로 '전석복지재단'을 선정했습니다. 희망원을 운영할 마지막 민간법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희망원으로부터 메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자료'라는 제목으로요. 희망원으로부터 8월 24일에 온 첫 보도자료는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무연고자 사망시 장례 절차와 수의, 입관, 유골함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일주일 후, '댄스 바람으로 희망원의 감성을 깨우다'라는 보도자료가 또 왔습니다. 전문 에어로빅 강사진과 음향 설비를 협약 체결 병원으로부터 지원받아 매일 아침 희망원 거주인들이 '신나게' 춤을 춘다고 했습니다. 10월 23일에는 거주인이 직접 손수레에 밥과 반찬을 실어 각 방마다 날라주는 ‘손수레 급식’을 폐지하고 식당 급식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메일이 왔습니다.


보도자료를 받아보며 운영 주체 변경 후, 희망원의 분위기가 많이 밝아져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안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니 탈시설을 향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희망원의 '협약 체결'은 여기서 멈추지 않더군요. 9월에는 희망원이 오케스트라와 협약을 맺어 '희망 아르떼 합창단'을 창단하고, 11월에는 미국 ARIRANG 한의과대학과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련의 보도자료를 받아보며 저는 궁금해졌답니다. 희망원의 탈시설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걸까.

 

올해 4월 15일,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죽어간 309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대구시는 희망원 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 1000명의 거주인을 200명 수준으로 줄이고, 장애인거주시설인 '시민마을(구 글라라의 집)'은 2018년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2018년은 두 달 남았고 2020년은 2년 하고 두 달 남았습니다. 이 시간이 거주인 800여 명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지원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인 것을, 저보다 희망원 직원분들이 더 잘 아실겁니다.


한 사람이 탈시설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 시설 거주인에게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해야 합니다. 시설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이들에게, 시설 바깥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래서 선택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시설 바깥에 나를 지원할 어떤 제도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면, 탈시설에 대한 불안감은 당연한 것입니다.


당사자가 직접 시설 밖 자립생활을 경험하며 일상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원하고 기다릴 필요도 있습니다. 희망원에서는 '중간의 집'이라는 형태의 체험홈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몇 분이 계신지, 시설 안에 있는 '독립생활관'과 어떻게 달리 운영되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폐쇄'를 앞두고 있는 시민마을에서조차 탈시설 자립생활 훈련을 받았고 몇 명이 얼마나 '체험홈'에 나가 있는지에 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희망원으로부터 기대한 보도자료는, 재단이 얼마나 거주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향한 교두보를 잘 마련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원에서 오는 보도자료는 일반 시설의 홍보자료,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 시설 자랑 한마당' 내용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실테지요. 지난해 8월, 희망원을 찾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인력확충을 중심으로 한 전석재단의 혁신 계획을 들은 후, 시설 규모를 축소하려는 계획과 방향성이 맞지 않다며 강한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기사: ▶ "대구시장 희망원 방문..혁신 가능할까?", 대구MBC)


이전과 달리 거주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으신 마음, 이해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설 축소를 전제로 한 탈시설 교육 과정에 관한 내용은 홍보에서 밀려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직접 여쭤보고 싶어 전화를 드렸더랬습니다. 처음에는 정재호 희망원 총괄 원장님께, 이후에는 시민마을 국장님과 원장님께요.


탈시설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는지,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희망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중간의 집'에는 몇 명이 계신지, 거주인 대상 탈시설 자립생활 교육은 몇 회 진행되었는지, 몇 명이나 들었는지, 그리고 '탈시설 반대집회 지원 업무가 있다'는 흉흉한(?) 제보에 관한 사실 확인까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늘 두 분 원장님을 비롯한 '이 건에 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 분'은 공석이거나, 회의중이셨습니다. 결국 구두로 여쭤보지 못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11월 1일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 접수를 확인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회신 기한으로 요청드린 3일이 훌쩍 넘은 8일 오늘까지, 회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전석복지재단으로 바뀐 후 처음 하셨던 일이 '시설'을 '마을'로, '생활인'을 '시민'으로 호칭을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전석복지재단으로 변경된 이후 희망원에 들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희망원 집 바깥에 정말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의 이름이 '마을'로 바뀐다고 해서,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시민님'으로 바뀐다고 해서, 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희망원 거주인들이 정말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자유가 결국 희망원 담장 너머로 뻗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희망원 거주인들이 신바람 댄스를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할지언정, 이것은 희망원 '안'에서의 삶이 변한 것일 뿐입니다. 거주인들이 진정한 의미의 시민적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은 어디에, 얼만큼 있습니까?


새로 오신 정재호 희망원 원장님께서 매달 '시민'들께 쓰시는 편지가 있더군요. 재단 변경 후 희망원 홈페이지가 제 모습을 갖추진 못했지만, 원장님께서 쓰시는 편지는 꼬박꼬박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공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던 중인 어제 7일에는 "이제 자립생활 지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손수 적어 올리셨더군요. 원장님께서도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자립생활 가치에 동의하신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께서 강조하시는 '소통'이 희망원 내부만을 향하지는 않길 바라며, 다시 한번 질문에 대한 답을 공식적으로 요청드립니다.

 

<정재호 대구시립희망원 총괄원장께 드리는 질문>


1) 전석복지재단으로 전환된 이후, 희망원 내 전체 거주인 대상 탈시설/자립생활 안내 및 교육이 시행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몇 회, 각 몇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까? 안내 및 교육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2) 희망원 내에 있는 '독립생활관'과 외부에 있는 '중간의 집'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각 공간의 운영 목표는 무엇이며, 현재 각 공간에 몇 명이 거주하고 있고, 본래 어떤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습니까?


3) 현재 희망원 이외 단체(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은 몇 명이며, 본래 어떤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습니까?


4) 희망원은 2020년까지 200명 규모로 시설을 감축해야 하는데, 연도별 시설 감축 계획은 무엇이며,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습니까?


5) 희망원 내에 탈시설반대집회를 지원하는 업무가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이유로 업무를 기획했습니까?

 

 

<정진석 시민마을 원장께 드리는 질문>


1) 시민마을은 2018년 폐쇄 예정인데, 현재 시민마을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탈시설/자립생활 안내 및 교육이 시행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몇 회, 각 몇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까? 안내 및 교육의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2) 현재 시민마을 거주인 중 자립생활을 희망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입니까? 이들에 대한 지원 현황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비마이너가 대구시립희망원에 보낸 취재요청 공문. 공문을 보낸지 일주일이 넘도록 회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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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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