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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판 고려장’… 65세 되면 장애인활동지원 중단
65세 턱에 걸린 중증장애인들, 국회에 법 개정 촉구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 한 달 급여량 최대 300시간 이상 차이나
등록일 [ 2017년11월08일 17시55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연령 제한’을 삭제하라며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활동지원 65세 연령 제한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활동가들.
- 장애인활동보조 이용하던 장애인, ‘65세’ 되자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강제 전환 당해

 

윤은자 씨는 올해 1월, 65세가 되자 구청과 주민센터로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라는 지속적인 연락을 받았다. 그는 2004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윤 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지원시간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윤 씨는 희귀난치병 환자다. 당뇨에 합병증까지 있어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발뒤꿈치와 발가락도 절단해 걷는 게 힘들다. 투석 받는 날엔 새벽 6시에 병원에 가서 12시까지 있어야 한다. 침대에선 옆으로 돌려 눕지도 못할 만큼 몸이 아프다.

 

그는 구청,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 연락해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법이 그렇다.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심사 결과 그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계속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려면 '등급 외' 판정을 받아야 했다. 그는 공단을 찾아갔다.

 

윤은자 씨 “차라리 나를 죽여라, 공단에서 장애인이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지 나를 죽이려는 거냐고, 과장을 찾아갔어요. 몇 번을 찾아가고, 매일 같이 전화했어요. 과장님이 나한테 이러지 말래요. 누가 그러던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데요. 그래서 팀장님 앞에 가서 활동보조 보고 나 좀 일으키라고 해서 책상 짚고 일어나 팀장님 앞에까지 걸어갔어요. 제가 4년 전에 발꿈치, 발바닥 자르고 발가락도 두 개 잘라서 지금까지 치료 중이에요. 그거 보더니 팀장님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데 왜 그때는 꼼짝도 안 했냐고.”

 

그렇게 해서 윤 씨는 다시 심사를 받게 됐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이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 공단 관계자들 앞에서 “문고리를 잡고 일어나고, 질질 흘려도 혼자 힘으로 밥 먹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장기요양보험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가사활동 지원 서비스인데 심사 결과 그는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겐 다행이었다. 다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은 하루 10시간씩 장애인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왼쪽 팔도 인조혈관이라 매일 같이 막혀서, 곧 뚫고 수술해야 해요. 저는 ‘입만’ 살아있어요. 옛날에 고려장 있잖아요. 65세 넘으면 활동보조 못 받게 하는 거, 지금 이건 우릴 고려장 시킨다는 거예요.” 

 

-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 한 달 급여량 최대 300시간 이상 차이나

 

현행 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 이용 대상을 만 64세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65세 이상이 되면 서비스 신청권조차 없다. 기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이용자의 경우, 만 65세가 되면 서비스는 자동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 윤 씨처럼 노인장기요양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면 다시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활동지원을 알지 못해 65세 이전에 노인성 질환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했다면 나중에 활동지원을 알게 되었더라도 신청할 수 없다.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핵심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장애인활동지원보다 급여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에 따르면 지자체 추가지원을 제외한 복지부 지원만 계산할 때, 장애인활동지원 인정조사에서 1등급을 받아 복지부 추가 지원을 받은 사람이 노인장기요양에서 1등급을 받더라도 한 달 급여량은 월 300시간 이상 차이 난다.

 

전장연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장애인 출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으며 이는 19%에 이른다”면서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과 달리 강력한 당사자 투쟁이 없는 탓에 여전히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장연은 “서비스양에서 절대적인 차이가 나기에 연령 제한을 폐지할 경우 65세 이상의 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이 아닌 장애인활동지원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정부는 대책 마련보다는 연령 제한을 두면서 서비스양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장연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연령 제한’을 삭제하라며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왼쪽) 우영임 씨, (오른쪽) 최선자 씨
올해로 67세인 시각장애 1급 우영임 씨도 활동지원이 필요하지만 연령 제한 때문에 받지 못하고 있다. 우 씨는 2000년도에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고 2013년도엔 4급으로 등급 하락했다가 올해 4월 다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노인장기요양을 2번 신청했지만 2번 다 떨어졌다. 그는 ‘등급 외’ 판정을 받았지만 윤 씨처럼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전에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우 씨는 “15년 동안 하모니카 강사로 일하며 지금까지 남편이 악보 읽어주는 등 날 도와줬다. 그런데 남편도 올해 76세로 이젠 남편이 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난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간다. 활동보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최선자 씨는 65세 연령 제한으로 활동지원이 중단되고 현재 노인장기요양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며 혼자 살던 최 씨는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대폭 축소되자 더는 일상생활을 감당할 수 없어 현재는 지적장애 3급의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자기 발로 걸어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은 돼야 노인장기요양에서 ‘등급 외’ 판정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면 장애인활동보조 받을 필요 없잖아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기자회견에서 최 씨는 북받쳐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소하 의원은 “장애인활동지원은 단순 복지가 아니라 생존권이다. 나이가 들수록 장애는 더 심해지고 힘들어지는데 이러한 연령 제한은 비상식적이다. 연령 제한뿐만 아니라 복지부 활동지원 최소 시간도 130시간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도 10만 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64세 364일’ 된 사람과 ‘65세 1일’ 된 사람 간에 무슨 차이가 있겠나. 그런데 ‘65세’ 기준으로 이 사람은 되고 이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은 나이 차별이고 평등권 침해”라면서 “현재는 당사자 선택권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조항(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인데 헌재 결정엔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국회에서 조속히 개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연령 제한’을 삭제하라며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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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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