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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 장애인 쉼터의 핵심 기능은 ‘자립지원’되어야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6개 쉼터 모두 단기보호시설에서 위탁운영
“쉼터의 역할은 장애인 자립지원의 토양 마련”이 실무자와 당사자 모두의 의견
등록일 [ 2017년11월14일 18시10분 ]

2014년 불거진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이후 재가장애인의 학대 피해에 대한 조치가 사회적 요구로 떠올랐다. 특히 재가장애인의 경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긴급한 분리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복지법 59조의 11(피해장애인 쉼터)이 지난 2월 신설되었다. 신설 법안은 따라 2017년 8월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후 2시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장애인 지원을 위한 실천 연구대회’를 열고 피해장애인 쉼터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상담 중 31%에 해당하는 6827건이 장애인 학대 상담이었다. 학대 상담은 2014년 1433건, 2015년 2382건, 2016년 상반기에만 2109건으로 학대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비해 쉼터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쉼터는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전국에 6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복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

 

이복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쉼터의 역할은 학대피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 운영 및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회복과 자립지원을 위한 쉼터의 역할에 대한 정책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국내의 다양한 쉼터(아동, 노인, 이주여성 등)의 운영 현황을 설명하며 “쉼터의 기능은 아동 쉼터, 노인 쉼터처럼 단기간 주거공간제공 및 휴식 제공 수준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장기적 주거공간으로의 이동을 준비하는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학대피해 장애인이 장기적 주거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고 경제적인 착취를 당해왔을 가능성도 크므로 초기정착 지원에 관해 고려가 필요하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이 위원은 학대피해자 지원기관 실무자들과 당사자를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GI)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분석하여 공유했다.

 

쉼터가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 지원의 토대 구축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실무자들 역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자 집단면접에서 연구참여자들들은 공통적으로 학대피해장애인쉼터가 기본적 보호 기능 외에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자립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심신안정을 위한 응급조치와 긴급지원이 마무리되면 가사, 금융 등 일상생활지원을 위해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들과 연계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들을 쉼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쉼터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는 기본적 의식주 보장과 안전이며 의료서비스와 심리치료 지원을 비롯한 보다 난이도 높은 지원서비스는 별도의 지원기관을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쉼터는 바로 이 지원기관과 당사자의 연계를 활성화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기관의 전문성을 살리고 업무의 체계화를 위해서는 사례관리는 전문 옹호기관이 담당하고 기본 서비스 및 응급상황 긴급지원을 쉼터 기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옹호기관이 쉼터를 운영하는 등 종속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쉼터에서 이용자 간 또는 서비스 제공자에 의한 학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권익옹호기관이 깊게 연관된 경우 제대로 된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들 역시 지역사회 내 자립 지원 기반 마련을 쉼터의 역할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쉼터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학대피해 당사자들은 쉼터 생활 이후 자립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많이, 제대로 배워두고 싶어 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자들은 쉼터의 이용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내 집’, ‘내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쉼터를 나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고, 나간 이후 생활에 큰 문제가 없도록 돈을 벌어 나갈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소 이후 거주 장소에 대한 질문에도 이용자들은 ‘가정집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 ‘사람이 많은 곳이 싫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원룸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4일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장애인 지원을 위한 실천 연구대회'를 열었다.

 

이 위원은 쉼터의 기능이 자립생활 지원에 있는 만큼, 법적 근거 역시 지역사회에서 거주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특수한 형태로 간주하여야 하지 '거주시설'로 편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단순히 장애인의 안전이나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의 연계를 중시하고 있으므로 자립을 지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의 명시화가 요구된다”라고 시행규칙 및 사업지침 개정안 마련의 방향을 제안했다.

 

이 위원은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6개 쉼터가 모두 단기보호시설에 위탁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시설 상황에 맞춰 운영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나 자립을 지향하는 방식의 지원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대를 당한 많은 장애인은 회복지원과 자기옹호 방안 등이 수립되면 얼마든지 지역사회 자립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라며 “쉼터는 피해자의 개별적 상황에 맞는 회복지원 및 지역사회 통합적 삶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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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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