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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 그는 ‘시혜와 동정’을 먹으며 자라났다
[뉴스비평] 빈민과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으로 다루는 방송 보도에 대하여
등록일 [ 2017년11월16일 11시02분 ]

지난 10월 28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도된 이영학 사건. 그가 과거 방송에 나와 딸에게 유전된 희소병에 대해 말하며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거대백악종이라는 희귀질환을 앓는 이영학은 딸에게도 병이 유전됐다며, 종양으로 얼굴이 변형된 어린 딸을 안고 눈물 흘리는 아버지로 2005년 언론에 첫 등장 했다. 당시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그는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로, 우리 사회 미담의 주인공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공중파 방송에만 10여 차례 넘게 출연했으며, 과거 방송사는 어렵게 사는 그를 위해 치킨 가게도 개업시켜줬다. 그는 매번 방송에서 딸 이야길 하며 눈물 흘렸고, 딸 수술비를 모금한다며 계좌번호를 공개했다. 그는 방송으로 거액의 후원금이 들어오자 지속해서 방송을 타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방송국에 알릴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도 꾸준히 제보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2005년부터 최근까지 12년간 그의 개인 계좌로 들어온 돈만 13억 원가량으로 이 중 실제 딸의 수술비로 쓰인 돈은 1/10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28일에 보도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월 정기적으로 그에게 후원하는 개인후원자만 13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그의 실체가 드러났기에 과거 모습이 기만적으로 보이겠지만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 미담의 주인공’으로 소비하는 언론 보도는 흔하다. 대표적으로 2001~2014년까지 방송된 ‘사랑의 리퀘스트’(KBS1)가 있다. 이 방송은 소년·소녀 가정, 결식아동, 장애인, 희귀난치성 환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화 한 통화 2000원’으로 따뜻한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방송으로 당사자는 실제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영학처럼 이를 악용했을 수도 있다. 방송을 악용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러한 방송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방송 악용은 부수적 결과이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혜와 동정은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언론의 가장 대표적인 프레임이다. 그런 방송을 보며 많은 이들은 ‘저런 사람도 사는데…’라며 삶의 용기를 얻는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진짜’ 장애인(가난뱅이)인지 검증이 어렵지만, 공중파로 방송되면 그 사람 사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으니 ‘나’는 그 사람이 ‘진짜’임을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전화 한 통으로 ‘나’는 손쉽게 따뜻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이 흉흉한 세상에서 인간애도 느낄 수 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이야기(미담)로 형질 전환한다. 이영학이 10년 넘게 방송 탄 것에 대해 언론과 여론은 부실 검증을 지적했으나, 부실 검증 이전에 언론과 대중이 그러한 이야기를 적극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빈민과 장애인의 삶을 미담이라고 칭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철저히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의 입장이 담긴 언어다.

 

가난하고 중증질환/장애가 있는 삶을 상상해보자. 0.5평 쪽방에 사는 삶을, 볕도 잘 들지 않고 곰팡이가 핀 벽지, 하루 식사는 쉰 밥과 김치가 전부이며, 장애로 외출조차 힘든 삶을 말이다. 가족은 연락 끊긴 지 오래고 이야기 나눌 친구도 없으며 가장 친한 벗은 차라리 술과 담배, 오래된 텔레비전이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삶은 결코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방송은 빈민과 장애인의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처참한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는 될지언정 미담은 될 수 없다. 언론은 빈민과 장애인의 삶을 사회가 원하는 ‘이야기’로 편집하고 각색하며, 이를 위해 적합한 주인공을 캐스팅한다. 이영학은 그렇게 캐스팅된 미담의 주인공에 불과했다. 자신도 희귀병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탈을 쓰고 딸 수술비를 모금하는 헌신적인 아버지, 사랑만을 주고 싶었는데 병을 주고 말아서 끊임없이 눈물 흘리는 아버지. 이영학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방송의 언어를 알았고 대중의 심리를 빠르게 간파한 사람이었다. 
 
5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원주 귀래에 사랑의 집이라는 미인가 장애인시설이 있었다. 시설 운영자 장아무개 씨는 30여 년간 언론에 ‘천사 아버지’로 소개됐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가족도 버린 장애인’ 21명을 손수 입양해 길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21명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방송을 통해 모금한 후원금 등을 착복하며 살아오고 있었다. 2012년에 방송을 통해 그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그의 집엔 장애인 21명이 아니라 4명만이 있었으며, 그중 한 명은 3명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등록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나 주민등록상으로는 남성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자녀로 등록된 두 명이 10년, 12년 전에 극심한 기아상태로 장이 꼬여 사망했으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여전히 병원 냉동고에 방치된 사실도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취재를 통해 그의 호적에 자녀로 등록된 장애인 중 몇몇의 실체는 확인했으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러한 끔찍한 사실이 대대적으로 드러나자 장애계는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 장 씨에게 20여 년간 후원했다는 후원인이 찾아왔다. 그는 이제껏 장 씨에게 속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회에서 미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이들은 대개 사회 하층민들이다. 이들은 사회 복지시스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로 이들의 고통은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증언이 된다. 하지만 언론은 사회 구조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기보다 동정과 시혜의 프레임으로 다가감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존 사회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복지는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이고 시민으로서의 자격인데, 언론은 권리에 침묵함으로써 시민의 자리를 삭제하여 그들을 동정과 시혜를 받아야 하는, 구걸하는 사람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이 사회에서 당신과 같은 동일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으로 더욱 고정된다. 그리고 당신은 돈 몇 푼으로 동정과 시혜를 베풂으로써 자신의 불행을 위로받는다. ‘저런 사람도 사는데…’라고 읊조리며. ‘어금니 아빠’ 이영학, 그를 키운 것은 누구인가. 방송과 대중이 먹다 남은 고깃덩어리처럼 던져준 시혜와 동정은 아닐까.

 

* 이 글은 지난 15일 구글코리아와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7 구글 뉴스랩 혁신 포럼 - 뉴스룸과 저널리즘 다양성’에서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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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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