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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부정수급’했으니, 부정수급자 색출하자고?
이낙연 국무총리 지적에 복지부, 부정수급 색출 위한 TF 구성
복지 수급자에게 모든 책임 떠넘기는 악습이 더 큰 문제
등록일 [ 2017년11월16일 19시03분 ]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보도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을 무렵인 10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영학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수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지난 12년간 개인 후원금 12억 8천만 원을 받는 와중에도 기초생활수급비 1억 2천만 원을 수령했다. 이 총리는 “국고보조금이 얼마나 부실하게 집행되고 있는가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행정부로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사건”이라면서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복지 관련 수급비뿐만 아니라 국가 보조금 전반에 대해 지적했지만,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이영학 사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짜’ 빈곤층에 대한 부정수급 인식이 만연하다는 점에서 이는 기초생활수급비에 대한 부정수급을 꼼꼼히 챙기라는 신호로 읽힌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15일 이에 신속히 응답했다.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에 적정을 기하고 일부 의료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사례 등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를 이미 10월 25일부터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기초생활 수급자도 제도의 합리적 이용을 통해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이 급여를 받도록 노력할 의무(mutual obligation)가 있으므로 하반기 정기 확인조사(11~12월)와 연계하여 일정 기준 이상 다주택·고액 금융재산·고가 자동차 보유자 등 사회통념 상 수용이 어려운 기초수급자를 전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영학 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 또는 의료급여 과다이용 등의 사례가 드러나 국민들의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비 부정수급자가 정말 많을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복지급여 부정수급 현황 및 근절을 위한 개선과제’를 발표했는데 이를 보면 현재 복지 분야 부정수급 대부분은 기관에서 저지르는 비리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수급액 95조 6251억 원(보건복지부 17개 사업) 중 적발된 부정수급액은 790억 원(0.08%)이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이 679개 기관(93.8%), 323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774개 기관(4.3%), 235억 원(0.6%) 등 기관 비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은 1만 3496명(0.8%), 146억 원(0.4%), 국민건강보험 개인의 경우엔 6만 2122명(0.1%), 69억 원(0.014%)으로 드러났다.

 

- 행정 오류로 과지급된 것도 ‘부정수급’, 모든 책임 수급자에게 돌려

 

한정된 예산을 누수 없이 꼼꼼히 사용하고 관리·감독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감시가 ‘평등’하지 않으며, 유독 빈곤한 이들에 대해서만 엄격한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수급이라는 단어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과 묶여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과연 어떤 것들이 ‘부정수급’ 카테고리에 묶이는가?

 

현재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생계·주거급여 최고액은 70만 원 가량(서울 기준)이다. 최고액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나를 부양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최극빈 상태를 전제한다. 이러한 빈곤층은 대부분 월세에 살며 각종 질환을 감기처럼 달고 산다. 만약 이 돈으로 도저히 살 수 없어 ‘몰래’ 하루 이틀 일하고서 주민센터에 소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는 부정수급자다. 가족한테 주기적으로 받는 용돈이 몇만 원이라도 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도 부정수급자다. 신고하면 발생한 ‘소득’만큼 수급비에서 삭감되니 수급자들은 신고하지 않는다. 행정기관의 오류로 수급비가 과지급됐는데 이를 모르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도 부정수급자다. 즉, 수급자는 행정기관 오류로 오천 원이라도 과지급된 수급비가 있다면 곧바로 자진신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일할 수도 없고, 집도 차도 없으며, 용돈 줄 가족도 없어야 한다.

 

적정하게 지급되지 않은 금액을 어느 날 복지부가 알게 된다면, 그 금액만큼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차감된다. 금액이 많으면 몇 달,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분할 삭감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복지부가 말하는 ‘환수 조치’다. 만약 생계비에서조차 깎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이여서 환수가 어렵다면, 통계상 ‘미환수’ 영역에 포함된다. 이런 속사정을 모른 채, 높은 미환수율을 마주한다면 사람들은 수급자의 부도덕함을 탓하게 될 것이다.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이 받아놓고 뱉어내지 않는다니’ 하며 말이다. 이렇게 부정수급이란 단어는 행정상 오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수급자에게 돌리며, 그것은 수급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으로 돌아온다.

 

이영학이 지난 12년간 수급한 기초생활수급비는 1억 2천만 원. 이를 기계적으로 나눠보면 1년에 1200만 원꼴로 한 달에 백만 원 수준이다. 가족 3명이 한 달 백만 원으로 월세 내고 사는 거다. 만약 이들이 ‘진짜’ 가난하고 중증질환을 가진 가족이었다면? 병원에 가야 하지만 진료 항목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이어서 감히 병원도 갈 수 없을 것이다. 2016년 기준 3인 가구 생계급여는 최대 109만 원, 주거급여 최대는 27만 원(서울 기준)으로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은 138만 원가량이다. 빈곤층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월세임을 고려할 때 138만 원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도 어렵다.

 

이영학처럼 ‘가짜’ 수급자, 외제차 탄 수급자, 해외여행 간 수급자 등의 사례가 소수 발견되면 사람들은 부정수급을 색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정수급을 색출해 ‘진짜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말로 이 주장은 힘을 얻는데, 이는 전체 수급자를 예비 범죄자로 만든다.
 
- 복지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위한 민관협의체 꾸려놓고…

 

복지부는 지난 10월 26일 장애·빈곤 단체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민관협의체’ 첫 만남을 가졌다. 이는 지난 5년간 장애·빈곤 단체가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한 것에 대한 복지부의 나름 긍정적인 응답이었다. 그런데 그 전날 복지부는 사실상 부정수급 적발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 TF의 반장은 민관협의체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민관협의체’에선 앞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빈곤을 가족이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니라 국가 책임이라 보고 복지가 ‘시혜와 동정’의 부산물이 아니라 권리라고 인정하는,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민관협의체 첫 회의에서부터 이 협의체의 성격을 폐지가 아닌 ‘개선’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내내 부정수급 색출의 칼날을 휘두른 복지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그 신념을 버릴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 후 ‘못 이기는 척’ 민관협의체를 꾸렸지만, 실상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할 어떤 필요성도 여전히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난해서 죽음을 택하는 비극적 현실이 OECD 절반밖에 되지 않는 작은 복지 예산 때문이 아니라 이 안에 모래알처럼 섞여 있는 소수의 부정수급자 탓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복지부는 또다시 부정수급자 색출을 외치며 모든 수급자를 예비범죄자로 몰아가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게 권리로서의 복지인가? 복지부의 의심이 강해질수록 가난한 이들은 더 깊은 수치심을 요구받게 된다. 가난과 비참함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현실, 이는 결국 가난한 이들의 목을 치는 작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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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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