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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와 조현병 환자는 어떻게 범죄자가 되었는가?
조현병과 에이즈 기사로 본 언론보도의 인권침해 발표회
"언론보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성찰해야"
등록일 [ 2017년11월22일 20시32분 ]

조현병과 에이즈 기사로 본 언론보도의 인권침해를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거나 알려진 정보가 부족한 특정 질병의 경우, 사람들은 그 질병을 미디어를 통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해당 질병과 관련한 보도는 질병의 의미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질병에 대한 인식이 고착화 되는 등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간혹 이로 인해 형성된 질병에 대한 편견은 병원이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로도 이어져 그들의 삶과 인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릴 언론의 임무 또한 막중하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이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나아가서 질병의 예방 및 효과적인 관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조현병과 AIDS는 이런 낙인과 편견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2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2014년 1월 1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5대 일간지에서 보도된 HIV/AIDS, 조현병 기사를 모니터링해 언론보도 양상을 분석했다.


HIV/AIDS 기사 총 785건 중 언론사별 보도량은 조선일보가 209건인 26.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154건,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약 130건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 보도들 중, HIV/AIDS가 기사의 주된 주제이거나, 기사 내용의 2/3 이상이 에이즈 내용인 경우는 11.6%에 불과했다. 이 기사 중에서도 약 65%가 HIV/AIDS를 다른 질병들과 함께 나열하는데 그치거나 ‘지원, 후원’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연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는 감염인을 동정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며 타자화하고 이질적인 존재로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HIV/AIDS 관련 기사의 경우, 환자들이 연루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사 제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016년부터 2017년 6월까지의 기사제목들은 ‘세계, 에이즈, HIV, 호스피스, 환자’ 등 일반적인 단어가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0월, 소위 ‘부산 에이즈’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사제목들은 ‘성매매, 동성애’ 등 다른 보도들에 비해 낙인의 의미가 강하게 들어간 키워드가 포함된 제목들이 늘어났다. 김정연 활동가는 “이는 에이즈 관련 기사가 부정적 사건에 따라 편파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현병 기사의 경우, 총 376개 중 조선일보가 91건, 동아일보 81건, 경향신문 74건, 중앙일보 70건, 한겨레 60건 순이었다. 하지만 이 보도들 역시 약 16%만이 조현병을 주요 주제로 삼았으며, 조현병과 연관돼 보도됐던 강남역 살해사건,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때문에 해당 사건이 일어난 월에 집중적으로 다뤄졌을 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으로 논의가 뜨거웠던 16년 5월에서 7월, ‘정신질환자, 여성혐오, 조현병, 묻지마, 범죄’ 등의 키워드로 기사제목이 달렸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경우 17년 4월에서 5월 사이에도 ‘조현병, 정신질환자, 치료’ 등이 제목을 차지해 범죄와 조현병이 상관관계를 갖는 것처럼 묘사했다.

 

다만, 이 시기의 보도들은 14년도, 15년도에 비해 ‘정신분열증’이라는 부정적 단어 대신 다소 중립적인 의미의 ‘조현병’을 사용한 비율이 높았다. ‘정신분열증’의 경우, 16년도에 사용된 비율은 40%였지만 17년에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17년 보도에서는 약 70%가 ‘조현병’을 썼다. 하지만 김정연 활동가는 “단어를 바꾼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다시 범죄 사건을 보도하는데 쓰여서 질병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 아닌가”라고 첨언했다.


이처럼 HIV/AIDS와 조현병의 보도는 부정적이고 편파적이며 사건 중심으로 보도되기 때문에 감염인 당사자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 HIV/AIDS 감염인은 “특정한 사건의 원인이 질병인 것 마냥 매도하지 말고, 사건보도와 관계 없는 불필요한 질병언급을 자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조현병 환자/보호자 또한, "범죄 기사 작성시 충분한 상황 파악이 이뤄진 뒤 정신장애인 내용을 신중하게 써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HIV/AIDS와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기사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 한 HIV/AIDS 감염인은 심층 인터뷰에서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 다양한 질병이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지만 에이즈에 대한 정보는 너무 없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도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보도가 많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의 차별 실상 또는 편견해소를 위해 정신장애인의 삶 자체가 많이 보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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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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