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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그리다 - 오른 팔
내가 오른팔을 항상 허리 뒤에 두는 이유는?
등록일 [ 2017년11월24일 15시57분 ]

내가 100일을 막 지났을 때 나는 어머니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울고 또 울었다. 온 몸은 노란 빛으로 물들었으며 고열까지 겹쳐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다고 했다. 바로 황달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우왕좌왕하다가 황달에 좋다는 보리차만 먹이고 내가 울지 않도록 달래며 한 달을 버티셨다. 내가 하도 울자 어머니는 나를 장농에 가두고 문을 닫고 몇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우렁차게 쉬지 않고 울었다고 하니 나도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린 내가 얼마나 아팠으면 울었겠냐마는 그래도 어머니는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그렇게 견디다가 한계에 다다른 어머니는 나를 들쳐 엎고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어머니를 나무라시며 왜 이제 데려왔는지 물었다. 의사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이 아이의 병명은 뇌성마비인 것 같다고. 처음에 어머니는 그 말을 몰라 그냥 지나가는 병이려니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병은 4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묶어두고 있다.


그렇게 뇌성마비가 되고 난 후에 나는 이른바 중증장애인이었다. 손도 못 쓰고 발도 못 썼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무릎으로 서서 기어다니는 것, 왼 손으로 고무줄 바지를 내려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 오른 손으로 머리를 긁고 코딱지를 팔 수 있는 것 정도였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왼 팔은 엉덩이 아래까지 올라가고 오른 팔은 엉덩이 위쪽으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른 팔, 왼 팔이 각각 다른 역할이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왼 팔, 오른 팔이 제 역할을(물론 비장애인 기준의 제 역할이 아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무살 적에 수술을 통해  왼 팔의 근육 세 개를 끊은 이후에 그 곳에 힘이 없어지면서 덩달아 오른 팔도 좋아진 것이다. 전혀 그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여튼 그렇게 좋아진 오른 손으로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 눈꼽 떼기, 코딱지 파기, 코 긁기, 머리 긁기, 칫솔질, 세수, 가벼운 물건 옮기기,  악수하기 등 등 등. 세밀한 활동이 아닌 것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세밀하지 못하여 못하는 게 많다는 거지만.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오른 손은 가끔 내가 의도하지 않게 움직인다는 데 있다. 그것이 신기한 게 내가 넋 놓고 있다 누군가 내 오른 팔 뒤에 오면 귀신같이 알고 팔을 뒤로 휘둘러 가격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고 난감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한 번은 내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열심히 책상 앞에서 워드를 치고 있었다. 물론 손이 안 되서 입으로 젓가락을 물고. 그래서 오른 손은 자유로운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여성 활동가가 짧은 치마를 입고 내 오른 손 뒤로 다가왔다. 순간 내 오른 손은 그 여성 활동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나는 나와 그 여성 활동가는 서로 놀래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몇 초가 지난 후 나는 오히려 화를 냈다. 아니 왜 짧은 치마를 입고 내 옆으로 오는 겁니까. 그 여성은 나한테 어렵고 민감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왜 그것을 나한테 화를 내세요? 내가 짧은 치마도 못 입고 다녀요? 사실 그 여성 활동가의 이야기가 100% 맞는 얘기였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수한 것은 맞고 그 여성 활동가가 짧은 치마를 입은 것을 인지하고  내가 조심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그 여성 활동가에게 사과를 했고 그 뒤로부터는 나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오른 손을 자유롭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방법은 항상 오른 손을 내 허리 뒤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아직도 나는 휠체어에 앉건 의자에 앉건 밖에 나가 있으면 내 오른 손을 내 허리 뒤로 돌려놓는다. 가끔 앞으로 나와 있을 때도 있지만 불안해서 곧바로 뒤로 돌려놓곤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장애가 뇌성마비라서 그런 돌발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불편해도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양 팔 모두 허리 뒤로 하고 있는 나의 모습.

 

내 오른 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 장애가 나아지지 않는 한 내 오른 손은 늘 허리 뒤에 있을 것 같다. 나의 오른손은 자유를 잃었지만 나는 평화로움을  얻었다. 내 손이 마치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직도 가끔은 이해가 안 되지만 내 운명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내 몸에 대해서 내 스스로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글을 썼지만 사실 원래 내가 아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잘 알았다면 이러고(?) 살고 있을까? 잘 걷고, 뛰고, 던지고, 받고, (야구선수...?) 잘 살았겠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싫던 좋던 이 몸으로 죽을 때 까지 살아야한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그래서 손가락이 안 되면 입으로 타자를 쳤고, 숟가락 젓가락질이 안 되면 입으로 먹었다. 걸어 다닐 수 없으면 휠체어를 탔고 앞에 계단이 있으면 경사로를 만들자고 외쳤다. 그뿐이다. 내 몸이든 다른 사람의 몸이든 기계든 건축물이든 어쨌거나 잘 알고 잘 바꾸어 활용하면 그뿐 아니겠는가?


몸 자체가 나아지고 고쳐져야한다는 생각은 정말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뭄을 관찰하고 공부하고 고민하면 대안은 무궁무진 하다. 내가 내 몸을 그리듯 글을 쓰는 것은 그 가능성을 독자들과 함께 열고 싶어서이다. 내 몸은 내 생각 만큼, 행동 만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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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현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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