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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사회서비스 공급자였던 적 없는 정부, 공단 설립으로 역할 감당해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준공공재적 성격 갖는 사회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위한 방안
“정부의 공급자 역할도, 노동자 직접고용도 다 빠진 복지부 ‘진흥원 설립계획’ 우려”
등록일 [ 2017년11월29일 17시23분 ]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현재 복지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계획안을 내고 법안 발의도 진행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서비스 관련 당사자들의 시선은 탐탁지 않다. 복지부가 애초 계획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교육장에서 열린 ‘장애인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은 복지부의 ‘진흥원’ 계획에 대한 장애계의 우려를 설명했다. 

 

사회서비스는 준공공재적 성격...정부 개입 없다면 과소 공급 필연적

 

조 실장은 사회서비스가 ‘준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의 특성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 중 일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준공공재’라고 하는데, 사회서비스는 부분경합성과 부분배제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는 공급량이 일정할 때 한 사람을 추가한다고 기존 이용자 중 탈락하는 사람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용자가 늘어남으로써 기존 이용자들이 받는 혜택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마치 고속도로에 차 한 대가 더 들어온다고 다른 차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가 늘어날수록 속도가 낮아져 불편을 감수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서비스는 부분적 경합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용자가 공공재에 대해 비용부담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는 경우, 이를 ‘비배제성’이라고 한다. 사회서비스는 일정 정도 자부담이 있긴 하지만, 본인 부담액이 국가 부담액보다 적다는 점에서 부분배제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조 실장은 “준공공재적 특성이 있는 사회서비스 공급이 시장에 맡겨질 경우 과소 공급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하며 철도, 우편, 사회보험, 상하수도 등의 준공공재를 국가에서 공급하고 있는 사례를 덧붙였다. 

 

발제 중인 조현수 정책조직실장
 

‘진흥원 설립안’, 무엇이 문제인가?

 

조 실장은 한국의 사회서비스 공급은 애초에 민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공급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변경되는 ‘민영화’보다는 ‘시장화’가 더욱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서비스 정책은 1970년대에 생활시설 서비스 중심, 1990년대에는 이용시설 및 지역사회서비스 중심, 2007년 이후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중심으로 구분된다.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공급자 지원 방식'으로, 정부는 재정지원자와 약한 규제자 역할을 수행했고, 서비스 공급은 민간에 맡겨져 있었다. 그러나 2007년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러한 공급체계는 ‘수요자 지원방식’으로 대폭 변화했다. 재정을 이용자에게 지원하고, 이용자는 서비스를 구매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정부는 단 한 번도 사회서비스의 직접적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다. 한국의 사회서비스 정책은 공급자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을 핵심으로하는 시장화를 향해 변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조 실장은 이런 맥락에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전국적 차원에서 공공이 설립주체가 되어 사회서비스를 직접 공급하고 운영하려는 최초의 시도라는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공공재인 사회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려면 공공 인프라의 확대가 선결 요건인데, 이번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바로 이러한 준비작업을 국가가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단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과 부합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전환을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사회서비스공단 추진계획’은 직영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을 사회서비스공단에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역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통해 제공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사회보장진흥원 설립 계획’에서는 바로 이러한 핵심 의의가 빠져 있다고 조 실장은 지적했다. “복지부 계획상 진흥원의 주요 기능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직접 운영’이 아니라 민간에 표준운영모델을 ‘전파’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경영자문 마련 수준으로 진흥원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 것”이라고 조 실장은 우려했다. 

 

조 실장은 “진흥원이냐 공단이냐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안정적 일자리 제공을 통해 서비스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복지부 계획안에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약화되거나 빠져있어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실장은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고,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안 발의도 정부가 아니라 의원이 발의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정부의 책임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공단 설립은 지난 10년간 사회서비스 제도 운영에 대한 반성과 계속된 현장에서의 변화 요구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만큼, 그 본질과 의의를 지키는 방식으로 실현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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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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