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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일하고 월급 15만원...“장애인 노동권, 이대로 괜찮습니까?”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농성 16일째
‘훈련’ 명목의 보호작업장 노동 ‘최저임금 사각지대’...공공일자리도 ‘열악’
등록일 [ 2017년12월05일 18시11분 ]

발달장애인인 김성현(24)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보호작업장에서 4주간의 평가를 받았다. 이 기간을 거쳐 훈련생이 되면 업무 적합도에 따라 정식직원이 되는 일자리였다. 훈련생이 되면 월 5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보호작업장의 장애인 직원 중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40만원이었다. 이 40만원도 단가가 센 방역 작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다.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그 직원은 최저시급을 적용 받지 않는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사업주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도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최근 4개월 임금분포 중 법정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28.1%로 4명 중 1명 이상이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중증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 공공일자리를 1만개 확보하라는 요구를 하며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16일째 점거 중이다. 농성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농성이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불이익 받을까봐 월급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물어보지 못해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시급은 5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법정 최저임금은 4580원에서 6030원으로 1450원이 올랐지만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의 시급은 불과 2790원에서 106원이 오른 2896원이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의 시급이 매년 인상되는 법정 최저임금 증가율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은 2016년 말 기준 7935명으로 매년 약 1000명씩 증가해 2012년 3258명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게다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중 하나인 보호작업장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없이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대표적인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다. 보호작업장은 장애인복지법 상 복지시설이고, 이곳의 근로자는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훈련을 거친 후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나 일반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농성장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목미정 씨는 자신의 친구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에 있는 한 보호작업장에서 5년 동안 매일 출퇴근을 했지만 한 달에 받는 돈은 10만원이 채 안 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증 장애인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목 씨는 “대부분의 작업장들이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안 준다. 일해 본 경험이 없으니까 실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심지어 복지관 안에 있는 보호작업장임에도 장애 정도에 따라서 임금 격차를 둔다”라고 말했다.


김진욱(가명)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보호작업장에서 포장, 종이가방 접기 등 단순작업을 한다. 하루에 8시간씩 주5일을 근무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채 4년간 일하고 있다. 진욱 씨의 13년 12월 첫 월급은 6만원이었다. 14년도는 10만원, 15년도는 20만원이었다. 하지만 16년부터 식대가 늘었다는 이유로 월급이 5만원 깎인 채 나온다. 진욱 씨의 어머니인 이영진(가명) 씨는 월급을 왜 그렇게 주는지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혹여 ‘따지는 엄마’로 찍히면 진욱 씨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그렇다고 했다. 진욱 씨는 직원이지만 근무증을 떼면 ‘직원 김진욱’이 아니라 ‘훈련생 김진욱’으로 나온다.


이준혁(가명) 씨는 진욱 씨와 같은 보호작업장을 3개월 째 실습 중이다. 그의 신분은 직원으로 채용되기 전인 ‘훈련생’. 하루 8시간씩 5일 동안 정직원과 같은 일을 한다. 점심비용을 받는 것 빼고 준혁 씨는 무급으로 일한다. 진욱 씨는 훈련생일 때 하루 8시간씩 4주간, 정부가 운영하는 특수교육-복지연계형 사업을 통해서 총 55만 원 정도를 받았다. 반면 준혁 씨는 통장사본, 주민등록등본 등을 냈지만 급여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준혁씨의 어머니인 김진아 씨(가명) 역시 월급 이야기를 꺼냈다가 보호작업장에서 해고 될까 말을 못했다고 했다.

 



정부마저 의무고용률 지키지 못하는 현실...공공일자리도 항상 ‘불안’


정부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위해 공공기관 의무고용률, 복지 일자리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고용률은 의무고용률인 3%에 못 미친다. 정부 부분 실제 장애인 고용률은 2014년도는 2.65%, 2015년은 2.8%, 2016년은 2.81%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반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1000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공공기관 의무고용률을 2017년 3.2%, 2018년 3.2%, 2019년에는 3.4%로 고시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는 장애인일자리는 일반형일자리(시간제/전일제), 복지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복지연계형) 등으로 나뉜다. 18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 조건이 있다. 이 사업에 2년 이상 연속으로 참여하거나 ‘문제행동’ 등을 이유로 최근 1년 이내 참여 중단 조치를 받은 사람 등은 참가가 어렵다. 이 일자리들의 경우, 미참여자에게 우선권이 돌아가고 전일제라도 일정기간만 고용되기 때문에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어렵다.


조수진(26) 씨는 참여형을 통해서 도서관에서 사서도우미로 일한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주14시간 정도를 근무하며 최저시급만 받는다. 손에 쥐는 돈은 약 36만원. 이마저도 차비로 10만 원, 점심값 6만 원, 하루에 3천원 씩 한 달 용돈 10만 원 등이 나가면 남는 돈은 얼마 없다. 수진 씨는 일을 항상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일자리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한다.


이창희(19) 씨는 한 카페에서 특수교육-복지연계형을 통해 바리스타로 3일에 한 번씩 나가 주 14시간씩 일한다. 최저시급을 받아 약 36만원을 받는다. 어머니 차향인 씨는 창희 씨가 일을 하니까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니까 긴장감을 보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고 느끼는 게 표정에서 묻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희 씨도 내년 2월말에 고용계약이 끝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공일자리이지만,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장애인 가족은 늘 불안에 떤다"


장애인 자녀의 엄마인 이수향 씨는 찬바람이 시작되면 늘 걱정이 많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에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 수는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한 번도 정식 일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 매 겨울이 되면 엄마들은 마음이 춥다. 졸업생 엄마들은 그 다음 진로를 걱정해야 하고 졸업했던 엄마들도 아이가 갈 일자리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또 다시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다. 노동에서 배제되고 노동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낯선 사무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들의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농성이 벌써 보름을 넘겼다. 이 외로운 외침에 정부는 언제쯤 화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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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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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증장애인 200여 명 서울 일대 행진하며 “노동권 보장하라”  (2017-12-01 22: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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