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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피해 지원기관 이용 장애여성 늘어나는데 통계조차 없어
폭력피해 장애여성 내담자 매해 오름세지만 정책적 고려는 없어
장애판정 어려움부터 당사자 활동지원까지...“폭력피해 장애여성 지원 위한 정책 필요해”

등록일 [ 2017년12월05일 19시49분 ]

 

폭력 피해 여성 지원 기관에서 장애여성을 지원하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지만, 기관들은 장애에 대한 경험 및 이해 부족으로 적절한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3층 바실리오홀에서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 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의 장애여성 지원 실태 및 지원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공감이 서울시 복지거버넌스 여성복지분과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의 장애여성 지원 실태' 결과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서울시 복지거버넌스 여성복지분과 위원인 이정미 한국여성의집 원장은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2013년 61명에서 2016년 309명, 2017년에는 상반기에만 277명으로 매년 약 200%씩 증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 지원기관 등의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이 지원하고 있는 장애여성 통계는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기관을 제외하고는 없는 실정이다.

 

폭력피해 장애여성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장애여성공감은 2017년 9월 서울시에 신고된 폭력피해 지원 기관 중 법적 지원을 비롯해 일상생활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담당하는 90개 기관과 종사자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또한, 장애여성 지원 경험이 있다고 답한 종사자 중 24명을 대상으로 FGI(초점 집단 면접) 역시 진행했다. 공감은 설문과 FGI(초점집단면접)에 기반해 마련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서 답변해온 기관은 43곳, 종사자는 124명이었다. 이중 폭력피해 상담소 21곳 중 85.7%인 19곳이 한 건 이상의 장애인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장애 유형은 발달장애(65.3%)였고 정신장애(12.7%)가 그 뒤를 따랐다. 보호시설은 20곳이 응답해왔는데, 전체 입소자 935명 중 장애인 입소자가 86명으로 9.2%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호시설 역시 장애인 입소자 중에서 발달장애인(84.8%)과 정신장애인(21.7%) 비율이 가장 높았다.

 

상담소 종사자의 76.8%, 보호시설 종사자의 72.7%가 장애인 내담자를 상담하거나 지원한 경험이 있지만, 기관 종사자들은 장애 여부 판단에서부터 어려움을 마주한다. 내담자에게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심리검사나 진단 등을 거부하는 경우, 가족이나 보호자가 비협조적인 경우, 이주여성을 검사할 수 있는 도구가 번역되어있지 않거나 적절한 통역이 없는 경우 장애 여부를 파악하고 장애 특성에 따른 전문가와의 연계같은 지원이 어려워진다. 특히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내담자의 경우, 상담과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하지만 이를 판정할 수 없어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종사자 의견도 많았다.


김정혜 교수 입소한 이후 종사자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다반수였다. 장애인이 보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대부분 신체적인 활동지원이나 집중적인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정혜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인력이 충분하지 못하고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 힘든 조건에서 종사자가 다른 입소자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장애가 있는 입소자를 개인적으로 돌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전했다.

 

광주에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김혜옥 ‘새날’ 원장은 “정원이 10명인 장애인 거주시설은 상시종사자가 8명에 장애인콜택시도 이용이 가능하고, ‘그룹홈’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장애여성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입소자 10명에 종사자는 4명밖에 안 되고, 입소자들은 활동지원 서비스도, 장애인 콜택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쉼터 상담원들은 운전사, 활동지원인, 취사원, 사회복지사, 행정업무담당자에 후원개발자 역할까지 하느라 소진되어가고 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관 종사자들은 ‘여성 복지’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장애’여성을 지원하는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들은 설문에서 입소자의 ‘돌발행동’이나 자해 위험, 공격적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타 입소자들과의 갈등 등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종사자들에 대한 장애 이해 교육은 부족하다. 장애인 내담자 상담 및 지원 개선을 위한 종사자 교육을 하지 않은 상담소가 54.5%이었고 보호시설은 그 비율이 61.9%였다.

 

종사자의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경우 외부 자원과 연계하여 지원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도 부족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종사자 중 외부 전문가 목록을 보유한 정도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 척도에 상담소가 3.3점, 보호시설은 2.8점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들은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상담 및 지원에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거나 기타 어려움을 느낄 때 즉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 목록을 '보통'으로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장애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목록이라도 만들어서 배포했으면 좋겠다. 어떤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찾느라 허비되는 시간이 많다"라고 밝혔다. 

 

장애여성공감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서울시에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공감은 △기관 종사자 및 자원활동가에 대한 장애인 상담 및 장애 인권 교육 강화 △기관 인력 보강 △폭력피해 장애여성 전문 지원기관 확대 △장애인 피해자 지원 매뉴얼 마련 및 관련 기관 네트워크 확충 △다국어 심리 검사 도구 도입 △활동보조 지원 △의사소통 및 이동지원 예산과 인력 확보 △장애인 편의시설 등 지원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내담자를 ‘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장애인’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일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지원과 각자의 장애에 부합하는 지원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시각이 제도에 반영될 때, 폭력피해 장애여성이 지원받을 기관을 찾지 못해 폭력이 발생했던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장애인 시설로 연계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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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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