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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은 일자리' 강요하는 자활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6일 빈곤사회연대 주최 '반빈곤 정책포럼' 열려
"근로능력평가를 폐지하고 일자리 참여가 강제가 아닌 선택에 맡겨져야"
등록일 [ 2017년12월06일 18시05분 ]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던 최인기 씨는 심장질환이 발견되어 2005년과 2008년에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 씨는 이후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근로능력없음’ 판정을 받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일반 수급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2014년 1월, 자활근로에 참여해야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자’ 된다. 의사가 “안정 시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신체활동 시에는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함”이라고 판정했음에도 국민연금공단은 그의 근로능력이 양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로능력평가가 지자체에서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되기 전, 수원시는 수년 간 ‘근로능력없음’을 판정해 왔음에도 공단의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이 때문에 최 씨는 자활사업에 참여해 청소 일을 해야 했다. 결국 그는 건강이 악화돼 2014년 8월 28일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이른바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불리며 근로능력평가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근로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자활사업이 자활능력 배양 등 그 목적한 바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에 6일 빈곤사회연대에서 주최한 <반빈곤 정책 포럼>세션 중 하나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능력평가와 자활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자리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렸다.

 

6일 빈곤사회연대가 주최한 <반빈곤 정책포럼>에서 근로능력평가와 자활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토론이 열렸다.

 

자활사업의 종류는 지역특성에 맞게 5대 전국표준화사업을 중심으로 영농, 도시락, 세차, 환경정비 그리고 간병, 집수리, 청소, 폐자원재활용, 음식물재활용사업 등이 있다. 자활참여의 기간은 최대 36개월로 제한되며 현재 사업단에서 다른 유형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60개월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빈곤층 자산형성지원프로그램인 내일키움통장 가입자의 경우 통장 가입기간 만료까지 자활사업에 참여가 가능하다.


그 동안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은 조건부 수급자는 지역자활센터에 배치되어 기초교육 및 자활지원계획 등을 수립하는 게이트웨이 과정을 거친 후 자활사업단에 배치됐다. 하지만 <근로 빈곤층 취업 우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자활센터가 아니라 고용노동부에서 관할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전단계에 먼저 참여하게 된다. 이 사전단계에서 역량평가를 통해 70점 미만일 경우에만 지역자활센터로 재배치 된다. 즉, 복지지원을 통한 자립기반 마련을 추구해야 할 자활사업이 수급자를 어떻게든 일반 노동시장에 내모는 방향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이러한 자활사업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실제 자활사업 참여자 14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은 총 14명으로 그 중 13명이 남자다. 평균나이는 52.1세이며, 월평균 급여액은 참여 사업단유형에 따라서 달랐지만 가장 낮게는 50만 원,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사람도 95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1인가구로 평균 2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었으며, 참여자들 대다수가 건강이 좋지 않았고 가족관계가 해체되거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멀리하는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무엇보다 근로능력평가가 실제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근로능력을 제대로 판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소아마비로 편마비를 갖고 있거나, 모든 발가락이 없고 알코올중독,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음에도 사업단으로 배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참여자들은 자활사업에 배치되지 않고 게이트웨이 과정만 마치고 취업성공패키지로 보내졌다가 사전단계 교육기간을 채우고 다시 자활사업단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했다.


취업성공패키지가 자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번 일반노동시장에서 구직 등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경우 취업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 자존감 하락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자활을 도와주기 보다는 게이트웨이 과정을 마치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수급권 유지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적은 일자리수와 짧은 참여기간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는 개선점으로 꼽았다.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서 게이트웨이 종료 이후 취업성공패키지로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조건부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미약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근로유지형자활의 경우 일자리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많았고, 인원수마저 줄이고 있었다. 또한 일자리 참여기간이 3년으로 제한 돼 자립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수준의 일자리라고 평가했다.


참여자들은 모두 낮은 임금수준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자활 일자리 임금의 경우 참여 유형별 단가, 일급이 정해져 있다. 이들은 평균 주5일을 일하고 있었지만 월 급여가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다. 한 참여자는 사전 인터뷰에서 “90만원 남짓 받지만 월세로 20만원이 나가고 나면 나머지 금액에서 아낀다. 만원, 천원이라도. 거의 뭐 남기기가 쉽지가 않아서 저축도 어렵다. 솔직히 적당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대구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현행 근로능력 판정기준이 수급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능력 있음/없음 판정만 내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판정기준은 수급자 본인이 선호하거나 희망하는 직업 또는 직종에서의 취업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물론, 어떠한 근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육체적 근로에 적합한지 사무직에 적합한지, 수급자가 감당할 수 있는 근로시간 등에 대한 개별적 평가가 전혀 없다”고 일갈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자활사업은 빈곤층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 유지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능력평가를 폐지하고 일자리 참여가 강제가 아닌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았지만 실제 일을 할 수 없는 빈곤층을 조건불이행으로 수급에서 탈락시키는 등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별사례관리를 통해서 참여자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간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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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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