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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 기로에 선 ‘통합교육’
[아듀2017-②] 장애인 교육권 문제, 특수학교 설립으로 풀 수 없다
등록일 [ 2017년12월12일 17시10분 ]

지난 9월, 수십 명의 중년 여성들이 맨바닥에 무릎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린 사진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로, 이들이 무릎 꿇은 곳은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였다. 당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주민 찬반 토론이 열렸으나 토론은 2시간이 지나도록 접점을 찾긴커녕 공회전만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청중에 있던 한 어머니가 앞으로 나와 바닥에 무릎 꿇고 외쳤다. “저희가 강서구 주민분들께 무릎 꿇고 학교 짓게 해달라고 사정하겠습니다.” 순간 청중에 앉아있던 장애부모 수십 명도 달려 나와 줄지어 무릎 꿇었다.

 

지난 9월 5일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 토론회. 장애학생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언론과 SNS에 일파만파 퍼졌다. 관련 기사들이 포털사이트 1면을 채웠다. 언론은 ‘님비에 장애부모들이 무릎 꿇었다’며 장애부모들의 절절한 ‘무릎 호소’를 앞다퉈 보도했다. 비장애학생들은 걸어서 가는 학교를 ‘몸도 불편한’ 중증장애학생들이 왕복 4시간에 걸쳐 통학한다는 이야기가 뉴스를 채웠다. 그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특수학교 짓겠다는데 주민들이 기를 쓰고 반대한다며 주민들을 향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학교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수표로 반대여론에 거센 불을 지핀 지역구 의원(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다. 그렇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사건 이후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행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 장관은 마포구 우진학교를 방문해 장애인 학부모들과 만나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지을 것”이라고 공표했으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특수학교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모든 일이 9월 한 달 동안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4일, 교육부는 특수학교(급)를 대폭 확충한다는 내용의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특수학교는 22개교 늘리고, 특수학급은 1250학급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2022년까지 특수교사 5천 명 내외를 늘려 현재 67% 수준인 법정 충원율을 9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인 교육권’ 문제인데, 장애인 교육권에 대해 깊고 진중한 논의는 삭제된 채 특수학교 신설은 의심 없이 ‘해야만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 제정 운동 당시 장애부모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특수학교와 같은 분리교육 형태가 아닌 통합교육 강화였다. 그래서 이번 특수학교 신설 요구 목소리에 대해서도 장애부모들 사이에선 다른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무릎 호소' 사진 한장에 압도된 특수교육을 향한 동정적 여론 속에서, '통합교육'이라는 특수교육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은 낄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당시 ‘특수학교 신설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꺼내면 질문 의도와 무관하게 설립 반대 주민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약 특수학교 신설이 무산되면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된다. 실제 특수학교가 부족해 왕복 4시간 동안 통학하는 장애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무릎 꿇은 장애 부모’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고 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더는 돌을 던져선 안 되는, 물음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원초적 감각이 뒤덮어버렸고, 물음을 봉쇄했다. 그 원초적 감각이란 것은 장애에 대해 이 사회가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 시혜와 동정 아니었을까.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 사회가 도와줘야지, 하는. 즉, 부모들이 무릎 꿇는 순간, 특수학교 신설 문제는 장애인 교육‘권(리)’의 문제가 아닌 시혜와 동정의 문제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이후 한 활동가는 “부모님 마음에 대한 심정적 이해와 역사적 후퇴의 딜레마”라고 자조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장애부모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고 있다.
현재 한국의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배치하는 물리적 통합에 그치고 있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경우, 특수교사 1명에 특수교육실무사나 공익요원이 보조인력으로 배치된다. 특수학급 학생이 일반학급으로 통합수업 받으러 간다고 해도 특수교사가 지원하기 힘든 구조다. 특수교사가 특수학급을 비우고 통합수업 보조를 하러 갈 순 없기 때문이다. 일반학교에 특수교사는 보통 1~2명뿐인데 이 경우 일반학교에서 이뤄지는 특수교육이 소수의 특수교사 역량에 맡겨지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특수교사가 계약직이라면 특수교육은 더더욱 불안한 위치에 처한다. 또한, 부모들은 중·고등학교와 같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자녀가 입시 위주의 학교 분위기에서 수업에 좇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되려 비장애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위축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들은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쫓기듯 전학을 택하게 된다. 즉,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는 부모들의 ‘무릎 호소’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통합교육의 실패를 증언하는 목소리였다. 따라서 호소 너머, 왜 특수학교 설립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 그에 관해 물어야 했고, 좀 더 파고들어야 했다.

 

2007년 제정된 특수교육법은 장애인도 통합된 환경에서 교육받고 나아가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이라는 말은 여전히 특수교육대상자만을 향할 뿐, 전체 교육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교는 분리교육의 산물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것은 특수학교 증설이 아니다. 일반학교 내에서 특수교육을 장애인‘만의’ 문제로 가두고 한두 명의 특수교사에게 맡길 게 아니라 일반교사도 함께 전체 학교 교육 내에서 장애학생의 교육을 어떻게 수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일반 교사들은 자기 반에 중증장애학생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조건 특수학급으로 보낼 것인가? 특수학급으로 보낸다고 한들, 가끔 통합수업 받으러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뇌병변장애와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 장애 유형에 따라, 장애 정도에 따라 교사의 대응과 가르침은 달라야 한다. 지금 일반교사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학교는, 교육계는 일선 교사들이 지원을 요청할 때 그에 적절한 지원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가?

 

장애인 교육권 문제는 특수학교 증설로 결코 풀어낼 수 없다. 이는 교육 그 자체의 문제이자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만드는 토대의 문제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12년간 장애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며 살아온 사람이 대하는 장애인 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통합교육에 대한 요구는 학교 졸업 후 이 사회에서 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는 완전한 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에서 특수교육을, 통합교육을 교육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로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지 정확히 10년이다. 지난 10년의 실패를 인정하고 특수교육을 전체 교육과 연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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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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