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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동상 앞에 선 중증장애인들의 선언 “우리 모두 전태일이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확충,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 폐지 요구
등록일 [ 2017년12월12일 18시02분 ]

전태일다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47년 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그 자리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쳤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법적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오늘날의 노동에 균열을 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2일 오후 2시, 전태일 재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시민단체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태일동상이 있는 청계천 전태일다리(평화시장 앞 버들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11월 21일부터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보장 △최저임금법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등을 내걸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 중이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장연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8108명에 이르는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현재의 정책이 중증장애인의 특성 등을 무시한 채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중증장애인을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의 정책의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와도 맞지 않는다.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고 권고했으나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조차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나 실제 고용률은 3년째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 확충은 간단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지고 중증장애인들의 특성과 요구, 그들의 삶에 맞는 노동조건을 만들면 된다.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라고 말하면서 “노동의 기준을 비장애인으로 세워놓고 우리가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못난 사람, 덜 떨어진 사람, 무능한 사람, 이 세상에서 보호만 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이 세상이 잘못됐다. 그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쟁취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김대범 한국피플퍼스트센터 활동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사람들은 장애인을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탓하고 훈련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본 친구들은 피아노를 잘 치고, 일본어를 잘한다.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그 장점들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중증장애인 특성에 맞는 좋은 노동 여건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촛불로 적폐를 몰아내고 지금의 대통령을 뽑았다. 내 이름 김대범 석 자처럼 대범하게 확 밀어붙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하루에 18시간씩 일했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태일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듯, 김대범 씨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라고 말하면서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하라’고 외친 지 47년이 지났다. 이것은 단순히 법을 지키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장애인이라고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기업이 3명을 고용하면 정부가 1명분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그런 논리라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노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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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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