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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C만 있으면 충분히 소통 가능한데… ‘지속적 지원 필요’
한뇌협, 의사소통권리지원사업 결과 발표회 열어
단기적 지원으로 성과 알기 어려워, ‘의사소통 베리어프리 위원회 구성’ 제안도
등록일 [ 2017년12월14일 11시36분 ]

참가자들이 '2017년 서울시 장애인 의사소통권리증진 사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위해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언어장애가 심한 사람의 경우 이를 지원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일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말하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해 보완대체의사소통(이하 AAC)인 의사소통지원 프로그램, 태블릿, 의사소통 조력자, 그림, 낱말카드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AAC 서비스는 여러 부처에서 한시적으로 지원됐다. 가령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지급했으며 장애인고용공단은 훈련생이나 고용인 등에 한해 지원했고 교육부는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했다. 이때 성인기 장애인은 의사소통 지원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한국뇌병변장애인권협회(아래 한뇌협), 김진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등은 서울시에 의사소통 상담, 개인별 맞춤 서비스 제공, 의사소통 전문 인력 양성, 네트워크 구축 등을 하는 의사소통지원센터를 설립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시 산하 보조공학서비스센터를 통해 AAC 기기를 보급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한뇌협과 서울시는 올 한해 의사소통권리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그 사업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올해 장애인의사소통권리 지원사업은 AAC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개인별 초기 상담과 욕구조사를 하여 개인별 진단 평가를 내리고 자조모임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항목별로 보면은 크게 6가지로 AAC 자조모임, 전문서비스, 의사소통상담, 의사소통환경구축, AAC 적용 및 활용, 지역사회 인식개선이다. 자조모임에서는 AAC를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이뤄진 탓에 참가자 대다수가 AAC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다. 가령 A씨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자조모임 기간이 짧았던 탓에 한글을 다 익히기 어려웠다. 사업결과 발표를 맡은 김태현 뇌병변협회 정책실장은 “초기상담 이후 모니터링이 지속돼야 하며 자조모임 등에 오랜 기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처별로 지원체계가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B씨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족의 학대와 차별을 받았다. 관련 기관의 입체적 지원이 있었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AAC를 사용하기 위한 보조기기가 필요했던 C씨도 마찬가지였다. 보조기기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받으려면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엑스레이상에서 그의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진단서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보조기기센터를 방문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 유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기지원이 되지 않아 비싼 돈을 주고 기기를 구입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김 정책실장은 “각 부처가 지원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소통 베리어프리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당사자와 특수교육, 언어병리, 보조공학 전문가, 가족, 담당 공무원 등이 모여서 사법행정, 관공서, 편의시설 등 지역사회의 자립생활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인식개선과 제도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양 특수교육 전문가는 자조모임이 일회성이나 몇 회의 프로그램만으로 그친 것이 아쉽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의 AAC 사용자 모임이 확산돼 많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AAC로 소통하는 모습들이 발견돼야 한다. 눈 나쁠 때 안경 쓰고, 다리 불편하면 휠체어 타는 것과 같이 의사소통이 어려워 AAC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AAC 사용이 보편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송시현 동천 NPO법센터 변호사는 의료기관이나 사법기관 등이 의사소통권리지원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는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교육현장이나 의료, 행정, 사법기관 등에 의사소통권리지원 환경을 제대로 구축해 장애인이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방법 중 하나로 AAC 전문가 풀을 대폭 확대해 기관마다 배치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단순한 AAC 기기보급만으로는 장애인 당사자도 제대로 도움을 받기 어려우므로 그러한 기기를 이용할 수 있고 방법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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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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