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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받으면 안 된다고?
‘현장 훈련’ 통해 선(先)배치 후(後)지원+최저임금 지급하는 커리어플러스센터
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 중증발달장애인 노동 현장 방문
등록일 [ 2017년12월19일 11시37분 ]

서울시 도봉구의 한 물류창고에서 잡코치(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중증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서울시 도봉구의 한 물류창고. 세 사람이 자그만 택배 상자에 파란, 분홍, 노란색 상자를 넣고 있다. 이는 홍차 티백들로 색마다 맛이 다르다. 파란상자는 스트로베리홍차, 분홍은 애플블랙, 노란은 로즈블랙. 겹치지 않게 넣어야 한다.

 

“파란색이 두 개 들어갔네요. 색깔이 다 달라야 해요.”

 

이들을 지켜보던 ‘잡코치(직무지도원)’의 말에 한 사람이 동작을 멈추고 파란색을 빼고 노란색을 넣는다.

 

“이제 다 담았어요. 테이핑할 거예요.”

 

잡코치의 지도에 세 사람이 상자 포장을 시작한다. 빠르고 능숙하다. 그러다 테이핑 마무리가 깔끔히 되지 않은 한 상자를 발견한 잡코치가 말한다. “테이프 끝이 살짝 떴네요. 영도 씨, 이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살짝 떼어서 이렇게, 당겨서 붙이면 돼요.”

 

포장이 마무리된 상자는 옆에 줄을 맞춰 쌓아둔다. 상자 하나하나에 김정선 씨가 하얀색 바코드 종이를 붙인다. 앞면에 바코드를 붙이고 뒷면에도 바코드를 붙이려고 하자 잡코치가 살짝 손을 붙든다. “정선 씨, 여기 앞면에다가 붙였죠? 뒷면엔 안 붙여도 돼요.” 김정선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텐바이텐, 커리어플러스센터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 채워
“현장 사고 염려했는데 실제 고용해보니 생산성과 적응력이 생각 이상” 만족 

 

이곳은 중증발달장애인 세 명이 채용되어 일하는 텐바이텐 물류창고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루 4시간 일하며 시급 6540원을 받는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보다 70원 높다. 한 달 임금으로는 65만 원가량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장애인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이곳은 매우 희귀한 사업장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던 수많은 민간사업체 중 한 곳이었다.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늘 골칫덩이다. 텐바이텐은 고육지책으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생산품을 납품받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고자 했다. 그런데 장애인을 직접 채용한 한 사회적 기업의 사업장을 보고 나서 생각을 바꿨다. 최원찬 텐바이텐 물류팀 과장은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큰 차이 없이 일을 잘 하고 있었다. 바리스타, 제본, 제과제빵 등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하는 업무도 못 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텐바이텐은 커리어플러스센터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직원을 직접 채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중증발달장애인 3명(중증장애인은 더블카운트되어 6명으로 계산됨)을 채용함으로써 텐바이텐은 의무 고용 인원 6명을 모두 채웠다. 최 팀장은 “현장 사고와 생산성에 대한 염려가 있었는데 실제 고용해보니 생산성과 적응력이 생각 이상이다”라면서 “현재는 일반 업무 보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내년엔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업무를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증발달장애인, 하루 4시간 일하고 한 달 65만 원… ‘최저임금 이상’ 받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일하는 것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했다. ‘일하시는 거 어떠냐’는 물음에 주영도 씨는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며 “좋아요”라고 했다.

 

김정선 씨는 ‘일하는 것 중 뭐가 가장 재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기서 일하는 거”라고 답했다. 질문과 어긋나는 대답이다. 잡코치가 “뭐가 제일 재밌어요? 박스에 담기, 박스 포장, 바코드 붙이는 것 등 많이 하잖아요.”라고 풀어서 묻자 그제야 “바코드 붙이는 거”라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았다. “월급 받으면 뭐 하세요?” “포장하고 비누요, 비누 포장해요.” 잡코치가 기자의 질문을 ‘번역’해 김 씨에게 다시 물었다. “오늘 비누 포장했죠. 정선 씨 한 달 열심히 일하면 월급 받잖아요. 그 돈으로 뭐해요?” “엄마하고 놀았지요.” “엄마하고 놀았어요? 필요한 것도 샀어요? 뭐 샀어요?” “엄마 화장품, 목도리, 장갑 샀어요.” 장애 등급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답하지 않았으며, 나이를 묻는 말에 “27살”이라고 답했으나 잡코치가 “37살”이라고 정정했다.

 

김정선 씨가 바코드 종이를 붙이고 있다.

잡코치 조재연 씨는 “발달장애인은 아무리 쉬운 일이어도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 정도의 업무 완성도를 보이기까지 3~4개월 정도가 걸렸다”면서 “처음엔 20~30분마다 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현재는 비장애인들과 업무 패턴을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잡코치에겐 직무 지도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요청된다. 조 씨는 “다른 직원들과의 인사 등 직장 내 관계를 풀어나가는 일도 잡코치의 역할”이라면서 “한 발달장애인 직원의 경우, 물건 던지는 습관이 있는데 직무 이외에 이러한 생활적 습성도 함께 코치가 필요하다. 이땐 부모님 등과 상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커리어플러스센터, ‘적응에 어려움’ 겪는 문제 해소 위해 ‘현장 훈련’ 도입

 

지난 14일, 이알찬 커리어플러스센터 센터장과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의 안내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선(先)배치 후(後)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텐바이텐 물류창고에 방문해 발달장애인 노동 현장을 둘러본 뒤 한 시간 남짓 장애인 고용 현실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이들 방문은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계의 요구 때문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1월 21일부터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최저임금법상의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하고 있다. 전장연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운영하는 대규모 직업훈련소는 훈련만 반복하는 희망고문수용소 일뿐”이라고 비판하며 “선배치 후지원 제도 강화, 근로지원인, 직무지도원(잡코치) 배치 및 확대 등 중증장애인의 목소리가 반영된 노동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고용공단은 “누가 봐도 잘할 거 같은 ‘엘리트’ 경증장애인”만을 선발해 장시간 훈련시킨 뒤 업체에 보내지만 대부분 6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온다.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특성인 적응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응 기간 없이 투입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은 낯선 환경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알지 못하는 업주는 이를 견뎌내지 못한다.

 

이를 해소하고자 지난 3월, ‘현장 훈련’ 시스템을 도입한 커리어플러스센터가 문을 열었다. 텐바이텐과 발달장애인 훈련 계약을 맺은 커리어플러스센터는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가 서울시로부터 올해 3억 원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다.

 

커리어플러스센터는 현장 훈련, 이른바 ‘선배치, 후지원’을 한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일할 사업장에서 훈련함으로써 충분한 현장 적응 기간을 가지도록 하는 거다. 이때 기업 입장에선 발달장애인의 직무 능력을 충분히 보고 채용할 수 있다. 그래서 별도의 인턴 기간을 둔다. 인턴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은 센터에서 지급하는 월 20~25만 원의 훈련비를 받는다. 사업체가 지급하는 비용은 없다. 약속한 인턴 기간이 지나면 사업체는 발달장애인 채용 여부를 결정하며, 채용 시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 센터는 ‘고용 시 최저임금 이상 지급’을 업주와 약속하고 현장 훈련을 시작하기에, 고용된 발달장애인이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받는 일은 없다. 그렇게 올 한 해 센터는 17개 사업장에 132명을 훈련 보내고 86명의 발달장애인을 취업(취업률 65%, 11월 말 기준)시켰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엘리트 경증장애인’을 선발하는 만큼 장애인 당사자들에겐 채용 문턱이 그만큼 높았다. 센터는 그 선발 문턱을 최대한 낮춰 ‘중증’발달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준다. 센터는 “일에 대한 욕구가 있는 18세 이상 발달장애인을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고 하나 실제 선발에서 탈락하는 인원은 없다. 단, 센터가 초기 단계이다 보니 훈련 보낼 수 있는 업체 발굴이 충분치 않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 14일, 이알찬 커리어플러스센터 센터장과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의 안내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선(先)배치 후(後)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텐바이텐 물류창고에 방문해 발달장애인 노동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발달장애인 전문가’로서의 잡코치, 전문적 양성 교육 필요해

 

훈련 전, 센터는 발달장애인 자조단체(4명 이하로 구성)를 결성하여 사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시간은 현장에 함께 배치될 잡코치와 발달장애인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이알찬 센터장은 “발달장애인도 잡코치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잡코치도 당사자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이 훈련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현장 훈련이 시작되면 1주일에 한 번씩 팀별 사례 회의를 한다. 사전에 세운 지원서비스가 당사자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는 거다.

 

그러나 센터도 의도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발달장애인 전문가’로서의 잡코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잡코치에 관한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은 없으며, 센터의 경우 시급제(시간당 1만 원)다 보니 고용도 불안하다. 잡코치는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언어재활사에서부터 언어·미술·음악 등에 관한 민간자격증이 있고 활동보조교육 중 발달장애 등에 관한 내용을 8시간 이상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이알찬 센터장은 “잡코치는 발달장애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발달장애인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센터가 지원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하는 게 현재 가장 어렵다”면서 “(전문성을 요구받기에) 미국의 경우, 잡코치가 특수교사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전문가로서의 잡코치 양성 교육을 도입하고, 그에 걸맞은 충분한 임금, 안정적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센터는 고용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월급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장애인고용공단, ‘취업률’ 따질 뿐 이/실직 신경 안 써” 비판 

 

장애인고용공단이 취업률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요시한다는 것도 비판 지점이다. 공단은 취업만을 지원할 뿐 이직 및 실직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실직을 할 경우, 발달장애인은 매번 ‘처음’에서 재출발만 반복하게 된다. 센터는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취업이 되지 않거나 중도 탈락한 경우 재교육하고, 이/실직까지 책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사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그에 걸맞은 직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홍두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촉진국장은 “공단에서 지원고용사업을 하면 취업률 88%가 목표다. 경증장애인 취업시키는 것과 중증장애인 취업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데 똑같은 ‘1’이다. 국정감사 시 ‘30억 투입했는데 고작 천 명 취업했냐’와 같은 실적 평가에서 공단은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구조적으로 양적인 부분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는 게 아니다. 우리도 일하면서 자괴감이 많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알찬 센터장은 “‘고용을 지원했다’는 것은 물리적 부분이 아니라 ‘내용’이다. 이런 접근이 현재 공단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당사자를 위한 서비스인데 실적 때문에 적용 못 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구조적 문제가 있으면 그걸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현장 방문 및 간담회에 참여한 김경선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현장을 둘러보니 도움이 된다”며 짧은 감상을 전했다. 텐바이텐 물류창고는 한국피플퍼스트센터(5일),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8일)에 이은 세 번째 현장 방문이자 마지막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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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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