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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후발 주자 한국, 외국의 성공적 사례 반영해 적극 탈시설로 나아가야
스웨덴 시설폐쇄법 제정, 미국 지역사회가 시설 폐쇄할 수 있는 결정권 있어
한국도 탈시설 목적으로 시설 폐쇄할 수 있는 근거 마련해야
등록일 [ 2017년12월19일 21시45분 ]

제15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가 이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 장애계에서 탈시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설의 문제점, 탈시설 이후의 인프라 구축, 해외 탈시설 사례가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19일, ‘장애인 생활시설, 어떻게 폐쇄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설보호 방식에 따르는 ‘시설적 문화’와 그로 인해 시설 거주인들이 겪는 ‘시설화’를 꼽았다. 시설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시설적 문화가 거주인의 수동성을 키워 몰개성화시키고 위계적 관계와 규율에 의한 통제 등으로 거주인의 행동에 반복적인 일과가 배어들게 만들면서 의미 있는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주인들이 꿈과 욕구,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하고, 사회성과 일상생활능력 저하 등으로 무기력해지는 시설화를 겪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시설적 문화에 의한 시설화가 인간발달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면서 스스로 발달해 나갈 기회를 차단하고 억압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에서 장기간에 걸친 시설에서의 양육이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탈시설을 이룬 해외 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연합의 경우 회원국들에게 탈시설을 권고하고 공동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지킬 것을 주문하며 모니터링과 연구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 스웨덴은 1997년 ‘특수병원 및 요양시설 폐쇄법’을 제정해 1999년 12월 31일자로 모든 생활시설을 강제로 폐쇄했다.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가 시설을 폐쇄할 수 있는 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펜허스트 판결(1970년), 옴스테드 판결(1990년) 등의 소송과 법원 판결, 행정 명령에 의한 탈시설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형시설 거주 인원을 1977년 6월 기준 약 15만 5천 명에서 2009년 약 3만 3천 명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경우, 탈시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점진적 접근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발주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앞선 주자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시설 소규모화, 공동생활 가정과 같은 점진적 접근보다 이미 성공적이라고 입증된 방식, 즉 당사자들이 직접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정부가 자금 지원하는 형태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는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개인별로 탈시설을 국가가 지원해야 하지만 굳이 따져야 한다면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부터 탈시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어떠한 경우에도 중도장애인이 배제되거나 후순위로 미뤄져서는 안 된다. 현재처럼 개인의 자립능력과 장애 정도에 의해 탈시설 가능성과 순서를 결정하면 이들이 살아갈 지역사회 환경은 구축되지 못할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장애 상태를 탈시설 조건으로 삼지 말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해 개인별 지원체계를 전국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진 장애인 거주시설 다솜 원장도 탈시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설에선 거주자가 자신의 삶을 직접 책임지고 꾸리는 것이 아니라 시설 운영 주체 및 지원 체계 등에 의해 삶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탈시설과 자립은 시설 개별의 역량 혹은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으로만 여겨지므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지자체와 국가의 책임이 빠져있다는 거다. 그는 “한 장애여성이 탈시설 했다가 재입소 했다. 지원체계가 없어서 성매매 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가 탈시설 장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자립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 원장은 지방에서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의 서비스 전달체계와 농촌의 전달체계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농촌지역의 경우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시설 등 체계조차 없다. 우리 농촌 지역의 경우, 등록 장애인이 4800명인데 활동보조인은 70명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저녁 6시 이후와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고 고작 3대다. 농촌에는 노령인구가 많아 지원이 몰리기에 장애인에게 다양한 복지를 전달하기 위한 체계 마련이 매우 어렵다. 중증장애인들이 정말 지역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김용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현행법상 탈시설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폐쇄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는 시설기준 미달, 허위보고,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 취소,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 발견 등 가장 엄중한 위반행위가 발생할 시에만 시설 폐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보건복지부령의 시행규칙으로 정하거나 고시하는 ‘시설기준’ 또는 ‘서비스 최저기준’에 탈시설 자립 항목을 포함시킨 후 이를 일정 기간, 일정 비율 이상 이행하지 않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선 폐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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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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