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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학부모에 ‘시위해서 보상금 타자’ 요구한 특수학교, 돌연 ‘폐교’ 결정
광성교회 ‘재산권 행사하겠다’며 내부 투표 통해 폐교 결정 내려
서울시교육청 ‘감사했지만 강제할 순 없어… 종교 재단이라 담당 아냐’
등록일 [ 2017년12월21일 18시50분 ]

중증장애 영유아가 다니는 동작구의 한 특수학교가 돌연 폐교를 선언했다. 폐교 논란이 불거진 누리학교는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유지재단 소속 광성교회가 운영하는 특수학교다. 누리학교는 1998년 4월 광성해맑음학교라는 이름으로 첫 문을 열고 입학생을 받았으며, 2015년 3월 현재의 누리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이곳은 현재 만 3~5세의 지적·자폐성 장애영유아 31명이 다니고 있다. 서울에 장애영유아가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는 누리학교를 포함해 단 4곳뿐이다. 누리학교는 2018년 신입 영유아 선발과 배치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돌연 내부적으로 폐교 결정을 내렸다.

 

누리학교 홈페이지 화면 캡처. 누리학교는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유지재단 소속 광성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영유아 특수학교다.
장애아동 학부모 “학교가 ‘스쿨버스 타고 아이들 시위장에 데려가라’고 했다”  

 

그 결정은 17일 광성교회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건물사용에 대한 추인 투표’에서 이뤄졌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아래 특협)에 따르면, 광성교회 측이 ‘19년 전 당시 설립자가 모든 교인의 합의 없이 교회 교육관을 학교 건물로 바꿨다’면서 돌연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누리학교가 교회 재산이므로 학교 건물 사용 추인을 불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폐교 수순을 밟으려는 계획이라는 게 특협의 주장이다.

 

2015년부터 발달장애자녀를 누리학교에 보낸 박수형 누리학교 학부모회장에 따르면, 광성교회는 2014년부터 학부모들을 상대로 폐교에 대한 ‘협박’을 해왔다. 박 회장은 “입학 때부터 교회 눈치를 봐야 했다. 교회가 학교 운영을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자꾸 엄마들 사이에서 흘러서 교회 행사에 일부러 참여하곤 했다.”면서 “교회 사람들이 학교를 원치 않아서 폐교를 계획 중이라는 말을 교회 행사 때 담임목사한테 구두로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최근 학교 주변에 거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교회가 건설사 측에 보상으로 학교 부지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학부모들에게 아이를 데려가 시위 벌일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교회 담임목사가 학부모회 임원들을 모아놓고 ‘학교 부지 받아서 중고등학교까지 세우자. 학부모들이 나서서 민원 넣고 농성해라. 가능하면 스쿨버스 타고 아이들도 시위장에 데려가고 1인 시위하라. 알바(아르바이트) 써도 된다’고 우리에게 강요했다.”면서 “아이 앞세워서 그런 일 할 수 없다고 하니 교회가 ‘그럼 재단과 알아서 하겠다’며 추인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학교 건물 사용에 대해 추인하지 않겠다는 것은 건물 없는 학교가 되겠다는 거다. 그런데 담임목사는 계속 ‘학교 건물 사용에 대해선 허가하지 않지만 학교는 존속하겠다’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누리학교 안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재산권 행사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의 교육권이 흔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교육청 감사로 ‘교장 해임’ 등 결과 났지만 인사권은 학교 재단에 있어
종교 재단이라 문체부 소속, 서울시교육청 관할 아냐  

 

폐교 시엔 서울시교육청의 인가가 필요하다. ‘장애인 등의 특수교육법’에 따라 누리학교는 운영비, 인건비 등 모든 예산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올 한 해만 11억 9000만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학교가 운영에 부담한 돈은 일체 없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담당자는 “추인 투표는 교회 내부 결정을 위한 수단”이라면서 “설립운영자가 운영 의사 없다고 폐지 인가를 신청하면 교육청은 현재 특수교육 여건이나 재학생 재배치 가능 여부, 학교의 사회적 책무 등을 고려해 인가 결정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교육청이 폐교 인가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지속해서 운영 불가능 의사를 내비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경우에도 학교지원과 담당자는 “교육청에서 폐지인가가 안 나면 학교 운영은 계속된다”고 답했다.

 

과거 성북구의 명수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1968년에 설립된 명수학교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 특수학교로 2014년 형제간의 재산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교육청에 폐교를 통보했다. 이 사건은 결국 1년 반만의 진통 끝에 서울시교육청이 명수학교를 매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명수학교는 2015년 9월 다원학교라는 이름의 공립학교로 개교하면서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누리학교의 국공립 전환에 대해 학교지원과 담당자는 “아직 그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육청 측은 조만간 광성교회 측과 만나 면담할 계획이다.

 

점차 학교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자 장애부모들은 지난 11월 서울시교육청에 감사를 요구했다. 그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진행하고 21일 학교 측에 ‘교장 해임, 교회 이사장에 대한 경고 처분, 640만 원 추징’이라는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640만 원 추징금에 대해 교육청 감사관 측은 “학교 공사비가 교회 공사비로 쓰이는 등 예산 집행 과정에서 부당하게 집행된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 감사 결과대로 집행될지는 미지수다. 사립학교 인사권은 학교 재단에 있어 재단에서 교장 해임 등을 거부한다면 교육청은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누리학교는 종교 재단이라 교육청 관할이 아니다. 2016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특수학교 또한 초중고등학교처럼 학교 법인만이 설립하도록 설립 주체를 제한했으나, 그 전엔 설립 주체 제한이 없어 종교 재단도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감사관 담당자는 “학교 법인이라면 사립학교법 20조의2에 따라 임원취임의 승인을 취소하는 방법이 있는데 누리학교의 경우 교회 재단이라 이조차도 어렵다”면서 “성결교회 유지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인데 문체부는 재단만 관리하지 교회까지 관리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21일 동작구 누리학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증장애영유아 다닐 학교 없어 빚어진 참극… 모든 유치원에 통합교육 시행해야”

 

학교 측이 폐교를 선포하면서 누리학교에 장애아동을 보낸 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따라 특협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21일 동작구 누리학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종교 재단이 사회적 약자의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19년 전에 만들어놓고 돌연 폐교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노했다.

 

윤 회장은 “교육은 국가의 책임이다. 장애아동은 만 3~18세까지 의무교육이다. 설령 폐교된다고 해도 이곳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재단 이사진을 해체하고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라. 더는 교육을 사립재단에 맡겨선 안 된다. 공립 통합유치원을 만들어라”고 촉구했다.

 

이날 특협은 학교가 보상금 농성 강요뿐만이 아니라 장애학생 상대로 강제로 신앙교육 실시, 학부모 대상 종교행사 참여 강요, 부적절한 교직원 채용(담임목사 부인이 교장, 이사장 아들이 행정실장, 교회 권사가 배움터 지킴이) 등을 했다고 알렸다. 

 

특협은 “이 비극의 시작은 중증장애영유아가 다닐 수 있는 제대로 된 학교가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면서 “교육청과 정부 당국은 모든 유치원에 영유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당장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이 다닐 수 있는 공립특수학교를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광성교회엔 △누리학교 폐교 중단 △학교 파행 운영한 현 재단 이사장, 이사진 사퇴 및 새 이사진 구성 △이사장, 담임목사, 교장의 공개 사과 및 사퇴를, 대한성결교회 유지재단엔 자체 감사를 요구했다.

 

한편, 누리학교 측은 “교장, 교감선생님은 자리에 안 계신다”면서 현 사태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성교회 측은 수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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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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