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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감염인 인권이 보장되어야 예방도 가능하다"
[아듀2017-⑥] '혐오의 해'를 떠나보내며...윤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대표와의 인터뷰
등록일 [ 2017년12월28일 15시15분 ]

윤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대표
 

윤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대표는 자신을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라고 정의한다. 폭력의 공간이었던 집을 15살 때 나와서 봉제공장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중노동을 했고 이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2000년 HIV 감염 이후 왼쪽 시력과 청력을 거의 잃었다. 동성애자, 장애인, HIV/AIDS라는, 그의 표현대로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타이틀이 완성됐다.


하지만 그는 이 타이틀이 자신을 잡아먹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되려 드러내며 자신이 겪은 일들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14년 동안 당사자 인권운동을 했고, 자신의 삶을 풀어낸 <하늘을 듣는다>라는 책을 썼으며 에이즈를 가진 동성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옥탑방 열기>라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헬로우 가브리엘>이라는 사진전도 열었다. 그는 이 모든 과정들을 자기 삶을 인정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과거의 삶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인정하며 잘 살기 위함이었다고.


동료들도 윤 대표의 삶을 긍정하는 데 한몫했다. 주위에서 감염 사실을 알고 나면 HIV/AIDS에 대한 오해로 인해 인간관계부터 끊긴다. 윤가브리엘은 질병을 만나기 전의 인생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변함없는 친구이길 바랐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지인들은 모두 그를 위로하고 격려해줬다. 그가 폐결핵에 걸렸을 당시, 감염 사실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사람들이 그를 위해 한 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나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의 삶을 긍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올해 2017년이 더욱 그랬다. 4월 대선 TV토론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냐는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문재인 후보자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해 파장을 키웠다. 5월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군 법원이 A대위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9월엔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등 17인이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한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0월, 용인 여중생 에이즈 감염인과 부산 지적장애여성 감염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곡해된 보도들이 쏟아졌다. 11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다시 ‘성적지향’을 삭제한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를 시도했으며, 시각장애와 편마비가 있는 HIV감염인이 국립재활원에서 재활치료를 거부당했다.


이처럼 가혹했던 2017년을, 윤가브리엘은 어떻게 평가할까. <비마이너> 사무실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      *


- 12월 1일 에이즈의 날에,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에이즈 예방’을 내걸고 실제로는 ‘반(反)동성애’를 선전하는 행사를 열었다. 윤가브리엘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찾아가 몸싸움 끝에 발언시간 1분을 얻어내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발언하는 동안 무슨 생각이 들었나? 또한 이제까지 많은 활동을 했지만 언론에게 늘 얼굴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날, 처음으로 얼굴 모자이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나.


행사 직전에 연대단체들끼리 “감염인 당사자 이야기 들어달라고 요청을 하자”고 결론을 냈다. 첫 스타트를 정욜 활동가가 끊고 내가 “나는 에이즈 환자인데 왜 이런 혐오행사를 하느냐”고 말했다. 사실 쫓겨날 생각을 했는데 안 쫓아내더라. 힘들어 죽겠는데. 알고 보니 안 쫓아낸 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나를 보호해주려고 막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진 채 혐오세력이 우리를 쫓아 다니면서 공격하고 무시했던 말들에 대해 평소 쌓여있던 생각을 이야기 했다. 혐오와 공포로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고 감염인이 스스로 인권을 드러낼 때 예방 될 수 있다고.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건 홧김에 그랬다. 행사가 끝나고 언론사들이 사진, 영상을 어떻게 할거냐고 연락이 왔는데 내보내라고 했다. 또, 얼굴이 드러난 영상이 사람들에게 더 와 닿고 우리의 이슈를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상이 나간 뒤 사람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SNS에서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들었다. 행사 때 난 적자를 메꾸고 남을 만큼의 후원도 들어왔고.

 

12월 1일,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에이즈의 날 행사에서 동성애 혐오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고 발언하고 있는 윤가브리엘 대표. (사진 출처: 키싱에이즈살롱 페이스북 페이지 영상 갈무리)


- HIV/AIDS는 혈액, 성관계시 정액이나 질 분비물 등을 통해 감염된다. 또한 전염력이 가장 약한 접촉감염에 해당하고 약을 먹으면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HIV/AIDS는 올해 용인 여중생 에이즈 감염인 사건과 부산 지적장애여성 감염인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 볼 수 있듯 ‘죽음’과 관련되고, 동성애 혐오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동성애=HIV/AIDS=성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사회가 소위 ‘문란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처벌로 여겨진다. 이것들은 왜 연관성을 지니게 됐을까?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혐오, 정치세력의 영향 등이 혼합됐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처음 보고 된 감염인이 남성동성애자였고 초기부터 게이암, 게이병, 천형이라고 불렸다. 이런 것들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보수기독교의 영향력도 한 몫 한다. 동성애 검색하면 전부 에이즈 관련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동성애라는 용어를 보수 기독교 세력에게 빼앗겼다고 말한다. 성소수자를 검색하면 인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동성애를 검색하면 반대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아직 동성애를 더 검색 할 텐데.

 

- HIV/AIDS 발생률이 남성 동성커플에서 높다면 콘돔 등의 사용을 통해 ‘안전한 섹스’를 주장해 예방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성애를 탓하며 소위 ‘동성애 전환치료’를 해 HIV/AIDS를 없애자고 한다. 또한 정부의 대책도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HIV/AIDS를 사후에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방식이다. 방향 설정이 왜 이렇게 됐을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를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 사회는 우리를 점점 더 숨도록 만들고 있다. 다수의 오픈 되어 있는 공간보다 소수의 공간에서는 질병이 더 빨리 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올해처럼 계속 우리를 공격한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인권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취약한 사람들에게만 콘돔을 배포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감염인의 인권을 증진해서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질병에 대한 차별, 낙인은 예방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당사자들이 나타날 수 없게 만든다. 에이즈의 날에 예방단체에서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인식, 성행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 콘돔 사용률의 경우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약 10%다. 60%는 어쩌다 한 번, 30%는 한 번도 사용해 본적 없다고 하고.


정부가 예방보다 감염인을 예방하고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조항이 ‘후천성면역력결핍증예방법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다. 이번에 부산 지적장애여성 감염인도 이 법 때문에 구속됐다.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처벌조항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감염인은 모두 전파자’라는 인식이 여기서 드러난다. 내가 약, 콘돔으로 예방을 하거나 합의하에 성관계를 해도 처벌 받는거다.


국가가 나서서 에이즈에 대한 인식개선과 예방을 해야 한다. 90년대 에이즈가 세계적으로 퍼졌을 당시, 에이즈 예방을 가장 잘한 나라로 영국을 꼽는다. 그 이유가 영국이 국민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쓰고 다큐를 제작해 BBC에서 방영했기 때문이다. 영국 시민의 70%이상이 정부의 대응 덕에 에이즈를 제대로 인식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 윤가브리엘에게 2017년은 어떤 해였나.


화가 많이 났고 그래서 우리의 활동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해이기도 했다. 올해는 80년대에 있을 법한 에이즈 공포에 기반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또한 국립재활원이 환자를 진료거부 했고, 국정감사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귀족환자다’ ‘에이즈 환자는 국가 유공자보다 더 지원을 많이 받는다’는 등의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80년대는 에이즈 관련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예방, 전염 경로 등을 몰랐다. 연구가 되고 나서 1988년 미국의사협회가 ‘우리는 에이즈 환자를 진료거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대형 신문광고를 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아직 에이즈의 예방방법도 모르던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에서 에이즈센터를 운영하긴 해도,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에이즈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사람들이 검색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활동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보람도 있었다. 에이즈의 날 행사 영상이 나가고 사람들이 연대해주고 함께 응원해줬다. 오랫동안 활동하는 힘이 된다. 매번 에이즈의 날 행사 끝나고 나면 답답하니까 술 먹으면서 울었다. 매번 담당자들 만나봐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사이에서 문제가 떠넘겨지고, 열심히 했어도 성과는 없는 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번 에이즈의 날 때 가장 값지게 활동했다.

 

윤가브리엘 대표.


-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역대 정부들은 반대세력을 이유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제정을 미뤘다. 올해 대선에서 문재인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이 말하는 ‘사회적 합의’는 뭘까?


성소수자에 대한 ‘찬성/반대’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유가 성소수자 때문이니까.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이건 찬성/반대의 논리가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 에이즈 담당자 만났을 때 우리에게 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 같은 시민단체의 규모가 최소한 참여연대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다. 규모가 커야 정부가 이야기를 듣고 뭘 할 수 있다고. 기가 막혔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누가 힘이 더 센 지를 보는 건가. 개인의 성정체성, 질병이 차별 받지 않는 현실이라면 우리가 왜 이런 주장을 하겠나.


- 대선 때부터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라는 구호도 나왔고, A대위 사건과 같은 일을 거치면서 올해는 성소수자 혐오 행동이나 발언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인권위법상에 있는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금지까지 수정하려고 했다. 사실상 ‘혐오의 해’였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혐오의 부당성에 대해 계속 알리는 것 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도 말하고. 좀 더 책임있는 사람이 움직이게끔 압박도 해야 한다. 최근에 정부가 인권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인권위 위상이 많이 높아졌으니 인권위가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헌재 재판관이 바뀌었으니 관련 법안들에 대해 위헌청구 소송을 낼 수도 있겠다.


- 2018년은 어떤 해가 될까.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혐오세력들이 또 활개를 칠거다. 가령 내년,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인권헌장문제가 있고 헌법 개정안에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 문제로 또 싸울 것이다. 올해도 비슷했다. 특히 보수 기독교 세력의 경우 올해 홍준표 등의 보수세력이 토론회에서 혐오발언에 편승하면서 보수를 결집시키기도 했고, 문재인 등 입장이 어정쩡한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이 동성애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군형법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한 마디 했다고 날아갔다. 저는 올해가 또 혐오세력 등이 정치세력과 결탁해서 더 세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거 같기도 하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싸워야 하고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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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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