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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록 가능해진 ‘난민’ 아동 미르가 활동지원 못 받는 이유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장애인 등록’은 가능해졌지만 복지서비스는 못 받아
복지부 ‘지침’이 복지 서비스 수급 대상 제한하고 있어
등록일 [ 2018년01월05일 18시12분 ]

지난 12월 1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장애 ‘등급’을 ‘정도’로 바꾸는 등 다양한 장애계 현안이 반영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장애 등록이 가능한 ‘외국인’ 범주에도 변화가 생겼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조항에 '난민‘이 추가된 것이다.

 

난민의 장애인 등록 불가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미르’가 있다. 미르는 2015년, 파키스탄에서 발로치스탄 민족 독립운동을 하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중증뇌병변장애아동 미르는 장애인활동지원을 비롯한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우선 장애인 등록부터 해야 했다.

 

그러나 미르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었다. ‘난민’이기 때문이다. 당시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에 따른 ‘장애등록 가능 재외동포 및 외국인 규정’에 난민은 없었다. 이에 대해 미르 가족은 부산 사상구청을 상대로 장애인등록거부 취소 소송을 진행했고, 부산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27일, 미르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사상구는 부산고법 판결에 불복하며 11월 15일 상고했다. 미르와 사상구 간의 소송이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국회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상구가 내세웠던 장애인 등록 거부 사유, 그러니까 장애인복지법상 '난민'은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르는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선생님과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학교 통학차량에서 내리고 있는 미르

장애인복지법 32조의2 개정전후 조문 비교. 2017년 12월 1일 개정안 통과로 5항이 신설되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정답은 '아니오'다. 법이 개정됐으니 미르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순 있다. 그러나 '원하는 서비스'는 받을 순 없다. 개정법에서 장애인등록은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복지부 지침에서 활동지원 수급은 막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매해 발간하는 ‘장애인활동보조 사업안내서’에 따르면, 32조의2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사업 제외 대상'이다. 거듭된 미르의 재판과 미르의 사연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이끌어낸 법 개정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미르가 장애인 등록을 하려던 이유는 활동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곧 출산을 앞둔 어머니와 고문 후유증으로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그리고 집에는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어린 동생이 두 명 더 있다. 비단 현재의 신변처리와 등하교뿐만이 아니더라도, 미르가 한국 사회에서 성장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르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미르가 받을 수 없는 것은 활동지원뿐만이 아니다. 현재대로라면 미르는 장애아동수당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없다. 발달재활 급여도 받지 못한다. 이 사업들은 모두 ‘비국민’을 ‘사업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손에 쥐게 된 장애인등록증으로 미르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고, 감면·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가장 필요한 서비스이자 장애인 복지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복지에서 미르는 제외된다.

 

미르가 마주할 미래가 이미 현실인 사람들이 있다. 이현아 씨는 미국시민권자이다. 이 씨는 미국에서 태어났을 뿐 대부분을 한국에서 살았으며 현재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4대 보험을 비롯한 세금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낸다. 이 씨는 장애 2급으로 장애인 등록은 했으나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등의 복지서비스는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32조의2 1항 1호인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장애등록은 가능하나, 복지부 지침 때문에 주요 복지는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씨는 신변처리는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장을 보거나 집안일 등은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가 와서 배달 주문한 물건들 정리하고, 청소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주고 간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약 200시간가량 활동지원을 받았다.

 

이 씨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 때문에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면 수수료 2350달러(250만 원가량)에 국적포기세까지 내야 한다. 한국 국적 회복 수수료 20만 원도 추가된다. 서울에서 특별한 경제적 지원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큰 금액이다.

 

이 씨는 ”동일하게 세금 내고,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데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어 막막하다“라면서 ”(복지는 받을 수 없는데 장애등록만 가능하다는 것은) 그냥 ‘장애인’이라는 낙인만 찍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 제도에서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돈이 드는 문제 아닌가. 활동보조뿐만 아니라 장애인연금 등 다른 보장급여도 모든 등록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격 기준이 다 있다. 한국인 등록 장애인도 100% 원하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대표적 장애인 복지사업인 '개인자립기금(Personal Independence Payment)' 사업 대상자 안내 중 '비영국시민' 항목. 영국에 상주하거나 앞으로 정착할 것을 증명만 하면 된다. 난민과 인도주의적 보호 대상자 역시 포함되어 있다. 영국 정부 PIP 안내페이지(https://www.gov.uk/pip/eligibility) 갈무리.

독일, 스웨덴, 영국, 그리고 가깝게는 일본까지 장애인 복지 사업 대상자는 자국에서 상당 기간 거주하고 있고 또 거주할 예정인 장애인 등록자이다. 국적은 관계없다. 미국이나 호주도 영주권을 획득한 경우 국적과 관계없이 장애인 복지 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 절차에 따라 장애인등록을 하면 외국인이라도 활동보조를 비롯한 각종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장애가 있는 외국인 및 재외동포에 대해 장애인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2008년 ”사회복지서비스는 국적에 따라 대상이 확정되기보다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상시 거주지 중심으로 적용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라면서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외국인과 재외동포에 대한 장애인 등록 허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32조의2는 인권위 권고 이후 4년이 지난 2012년에야 신설됐다. 당시 복지부는 “(외국국적동포와 재외국민 등은) 장애인 등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었다”면서 장애인 등록으로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등록 가능' 명단에서 난민이 포함되지 않아 장애 등록을 할 수 없었던 미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자, 복지부는 또다시 법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난민인정자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난민법 취지에 공감하여”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도자료만 보면, 외국인도 재외동포도 난민도 '장애인등록'만 하면 한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법이 아무리 긴 '명단'을 갖게 된다고 한들 '비국민' 장애인은 여전히 복지 체계 안에 진입할 수 없다. 이는 법 때문이 아니라 복지부 지침 때문이고, 그 지침은 복지부 소관이다. 복지부가 대외적으로는 '장애인 등록의 길을 열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홍보하면서 내부 지침으로 그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 ‘국적’이 아니라 ‘거주지’ 기반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행정 철학은 인권위 권고가 나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복지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예산이 부족하여 국민을 먼저 위한다’고 하나 복지 수급 대상을 난민, 외국인과 재외동포 장애인에까지 확장할 경우 얼마의 예산이 필요할지는 알 수 없다. 통계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애인 복지의 핵심적 사업은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떤 장애인들’에겐 닿을 수 없는 국경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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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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