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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구형에 대한 나의 항변
[기고] 장애인 차별에 맞서온 박경석 교장 2년 6개월 구형에 반대하며
등록일 [ 2018년01월15일 14시02분 ]

별 볼일 없던 중증장애인과 노들야학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난 참 별 볼일 없던 중증장애인이었다. 중학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퇴하고 줄곧 집에서만 보냈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단독주택 3층인 집에서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나갈 수 없었다. 그런 집이 나는 숨이 막혔고 집에서 나가 사는 게 가장 큰 소원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해서 재택근무 형태로 취업한 후에 돈을 벌어서 독립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돈만 있으면 독립할 수 있다고 허황된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 당시 웹디자인만 배우면 중증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고 직업적인 가능성이 있으며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웹디자인 공부를 준비했다. 그러나 학력 미달로 취업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렇게 나만 노력하면 된다는 좁은 생각으로 노들야학에 문을 두들겼다. 


처음 노들야학 홈페이지에 야학 학생 신청 문의 글을 올렸을 때 나는 우리 집에서 야학이 얼마나 거리가 먼지도 몰랐고 나 한 사람 이동시키기 위해 야학에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한지 몰랐다. 생각보다 야학에서 답변이 늦어져서 초조한 마음만 가득 했었다. 마음이 초조했던 이유는 중학교 진학 문제로 특수학교를 몇 군데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전부 거절을 당했었기 때문이다. 등하교가 어려운 나는 기숙사가 있는 특수학교를 가야 했는데, 입학에는 두 가지 조건이 제시되었다. 혼자 신변처리가 가능하거나 개인 간병인을 써야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신변 처리가 가능하면 왜 머나먼 특수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을까? 또한 비싼 간병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집과 가까운 동네 학교에 등하교를 했을 텐데... 참 어이없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거절의 경험을 노들야학에서도 반복될까봐 조마조마했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 다르게 노들야학은 나란 한 사람의 중증장애인을 학생으로 맞이하기 위해 온갖 자원이란 자원은 몽땅 찾아서 모았고 비로소 ‘힘들지만 한 번 다녀 보자!’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2014년 8월 15일)


노들야학과 이동권 투쟁


노들야학을 다니게 된 후로 그야말로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다. 단독주택 3층에서 나를 업고 내려오기 위해 교사들이 매일 조를 짰고 개인 차를 가진 사람이면 학생, 교사, 자원 활동가 등 모두 투입되었다. 나중엔 야학과 가깝게 사는 학생분들 위주로 돌던 봉고차가 나까지 포함되니 봉고차 이동시간이 하루에 왕복 7~8시간이나 되었다. 그 때는 활동보조 서비스 제도도 없었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나에게 사회와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은 노들야학뿐이었다. 그래서 야학 이동시간만 왕복 3시간 걸려야 했지만 괜찮았다. 


더구나 3층에서 업고 내려와야 나올 수 있는 그저 그런 중증장애인이던 나는 야학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고, 그런 나를 박경석 교장쌤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가끔 나를 업고 내려올 수 있는 교사가 없는 날엔 교장쌤은 직접 차를 몰고 우리 집에 오셔서 그래도 야학은 등교해야 한다며 경찰까지 동원시켜서 결국 야학 등교를 시켜주었다. 공권력은 이럴 때 활용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금지어를 내뱉으신 교장쌤


그리고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가족들은 일주일 3번 이상 야학에 등하교 하는 걸 반대했었다. 교사가 못 오는 날엔 가끔 언니들이 외출을 도와줘야 했었는데 나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던 터라 공부를 해도 어차피 쓸모없게 될 것이란 예상을 했던 것 같다. 그날도 외출을 반대 하는 언니와 싸우고 야학에 등교하였는데 야학 수업이 끝나고 하교를 교장쌤 차로 하게 되었다. 야학 교사 언니도 함께 탔었는데 그 날은 정말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에 들어가면 싸웠던 언니한테 활동보조를 받아야 하는데 그 상황 자체가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할 때쯤 하소연을 하듯 교장쌤한테 언니와 싸웠던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교장쌤은 내 얘기를 다 들으시더니 차를 같이 있던 야학 교사 언니와 한 잔이나 하자며 우리집 앞에서 갑자기 차를 돌리셨다. 그 순간 나를 억압하던 무언가가 떨어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정해진 틀에서 이탈한 느낌이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중증장애를 가진 나에게만 허용된 선이 있는 것만 같았고 나는 그 선에서 절대 벗어나오지 못할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얘기를 진지하게.. 혹은 나의 입장에서 들어준 적도 없었다. 가끔 사람들에게 가족이 행했던 부당한 차별에 대해 말을 하면 “너 때문에 고통 받고 희생하는 가족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다른 장애인들처럼 시설에 안 보내고 집에서 돌봐주는 가족한테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한다”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그 말이 정답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던 나에게 박경석 교장쌤은 그건 분노할 일이고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씀을 해 주신 것이다. 이 금지어와 같은 말은 지금껏 나를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국무총리 면담 요구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휠체어에서 떨어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박경석 교장. (2015년 6월 18일)

장애인에게 불법적인 나라에서 박경석 교장은 처벌받을 수 없다!! 


박경석 교장쌤은 지금도 나와 같은 별 볼일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해방을 함께하기 위해 거리에서 싸움을 멈추지 않으시고 계시다. 사회에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지고 존재하지 못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감금되었던 중증장애인들을 조직해서 그들만의 역사를 쓰게 했다. 그리고 사회가 모른 척 덮어버리려고 했던 장애인 차별에 대해 분노하며 거리에서 싸워 왔다. 장애인에 대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국가에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온 것이다. 이를 권력도 돈도 없는 장애인들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싸워왔던 것뿐이다. 그런데 그 싸움의 결과가 이번 검찰에서 내린 2년 6개월의 구형이다. 


나는 이 구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부족해서 사망에 이르게 된 장애인 동지들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여 싸운 것이며,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시설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다기에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고자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이 정해놓은 질서를 조금 헝클어 놓았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활동이 불법이라면 국가가 국민(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제도를 마련해 주지 않아서 죽음과 방임, 그리고 사회로부터 감금시킨 일부터 처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애초에 아니 지금까지도 장애인에게 불법적인 국가에서 박경석 교장쌤은 처벌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더불어 나에게 교장쌤은 영웅이 아니라, 이 불법적인 나라에 대해 함께 두 손을 불끈 쥐고 싸울 수 있게 해주는 동지이고 스승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교장쌤과 거리에서 더 많은 금지어를 내뱉고 싶기 때문에 이번 구형에 나의 항변으로 대항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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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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