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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도 못 다한 이야기, '선감도 소년들'의 수십년 묵은 원통함을 듣다
이대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우리가 당했던 일들을 계속 알리고 싶다"
"진실화해기본법 개정 통해 선감학원 진상규명 해야"
등록일 [ 2018년01월21일 20시06분 ]

'소년, 섬에 갇히다 - 선감학원 피해자의 이야기' 행사를 마치고 피해생존자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는 선감학원에서 15번이나 탈출하려고 애썼어요. 밤에는 대부도 쪽으로 가면 좀 걸을 수가 있어요. 밤에 물이 완전히 빠지면 살짝만 수영치면 넘어갈 수 있어요. 마산포 쪽은 물살이 엄청 세서 쉽지 않아요. 물살이 세서 거기서 원생들이 많이 죽었어요. (...) 그런데 아이들을, 방송에 많이 나오는 그 공동묘지 자리에만 묻은 게 아니에요. 바닷가에서 올라와서 바로 산으로 가져가 버려요. 도망가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퉁퉁 불어가지고 소라, 낙지 이런 게 다 붙어 있었어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이대준씨의 이야기다. 우리는 이 소년들의 죽음을 어떻게 듣고, 그 기록을 복원해야 할까? <비마이너>는 지난 1년 동안, '부랑인 강제수용의 역사’ 연재를 통해 한국 근대화를 관통하는 부랑인이라 낙인찍힌 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을 분석하고, 이어 이의 구체적인 사례로 선감학원 피해자 8명의 구술 인터뷰를 연재했다. 이 여정을 마무리 짓고 부랑인 시설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의 진상규명을 논의하기 위한 행사 '소년, 섬에 갇히다-선감학원 피해자의 이야기'가  지난 18일 대학로 노들장애인야학 4층에서 열렸다.

 

1부 ‘증언_피해생존자의 목소리'에서는 김덕중 감독의 다큐멘터리 <선감도> 상영 후 피해생존자 이대준 씨와 관객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2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하금철 비마이너 편집장,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와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이 선감학원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 실상과 향후 해결방안 등을 토론했다.

 

다큐멘터리 <선감도>에 출연하고 비마이너의 연재에도 피해생존자로 증언을 한 이대준 씨는 66년 9살에 선감도에 붙잡혀 들어와 약 10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선감학원을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고 지칭했다. 이 씨는 “지금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았는지. 내가 선감학원에 잡혀가지 않았으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선감학원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구타를 당하고 일을 고되게 겪었던 일 등이 계속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서 아직도 선감도에 가면 머리가 깨질 정도로 먹먹하다. 하지만 다른 피해생존자들이 계속 나서서 증언하는 것처럼, 우리가 당하고 살았던 것들을 계속 알리고 싶다”고 발언했다.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이대준 씨(오른쪽)
 

그렇다면 이토록 폭력으로 점철된 선감학원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하금철 비마이너 편집장은 선감학원을 가장 근대적인 국가폭력이 행해졌던 곳이라고 정의했다. 국가가 선감학원을 단순히 부랑아를 '갱생'하고자 만든 것이 아니라, 빈곤계층을 ‘우범소질자’로 정의해 이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운영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가난한 자들의 ‘부랑’ 행위를 경제적 궁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들의 태생적인 불량성, 게으름 등으로 치환해 풍기문란, 불량아, 공포의 대상이자 불순한 존재로 낙인 찍었다고 강조했다. 국가는 이들의 ‘태생적인 불량’을 ‘갱생’하겠다는 명목으로 수용소를 운영했지만 실상은 그 사회적 존재를 소거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하 편집장은 부랑아 수용소 내부의 실상과 성격을 납치, '그들만의 효율성',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폭력의 쓸모', '탈출 이후에도 지속되는 수용과 감금' 등으로 정의했다. 그는 “선감학원생의 대다수는 납치되어 들어왔다. 그리고 이 곳에서 원생들에게 부과된 노동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이대준씨가 증언했듯 배에서 연탄을 내려 원생 기숙사로 옮길 때 리어카 같은 운반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먼 거리를 아이들이 직접 들어서 옮기라고 했고, 연탄이 부서지면 엄청난 구타를 당했다"면서 "이런 비효율적인 노동은 사실 아우슈비츠에서 그랬듯 오로지 일상적인 폭력으로 굴욕감을 주어 수감자들의 인격을 말살하기 위한, 수용소 운영자들만을 위한 효율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선감학원의 목적이 (수용 원생의) 사회적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므로 이곳에서 이유 없이 자행된 폭력도 이런 목적 하에선 쓸모가 있던 것"이라면서 “적지 않은 피해생존자들은 이곳에서 나와서도 소위 ‘밑바닥 삶’을 살며 감금과 수용이 계속 되는 사회적 말살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피해생존자들의 명예회복과 선감학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선감학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사무국장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은 자신들이 붙잡혀 왔다고 하지만 선감학원에서 작성한 원아대장에는 수감자들이 들어온 경로를 ‘수거’와 ‘수집’으로 작성했다. 또한, 입소경위, 강제 노역, 머무른 기간, 실제로 사망한 명수 등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피해생존자말로는 사망한 사람이 수백명이 된다고 하지만 원아대장은 다르다. 결국 포괄적 과거사정리법의 시행으로 국가가 피해생존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2010년 해산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 7건이 계류중이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등에 수용 됐다가 탈출한 사람들이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생존자’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피해생존자는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살아남았음을, 그리고 증언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명칭이다. 피해생존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마주보며 계속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말할 때, 다음에 또 있을지 모를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 대표는 개별 특별법이 아니라 포괄적인 과거사정리법을 통한 해결도 강조했다. 그는 “내무부 훈령 410호에 의해 국가지원을 받았던 시설이 36개다. 그 36개 중 형제복지원을 말하는 이유는 제가 형제복지원에 살아서 그 시설 안에서 이뤄졌던 폭력 상황과 그 피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 “포괄적 과거사법이 통과되면 전수조사로 부랑인 수용소 36개를 전수조사 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대통령 상까지 받은 대구희망원의 문제도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관객석에 앉아있던 피해생존자들도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한일영 씨는 “개인적으로 누군가 연예인 개에게 물렸다거나, 살인범 이야기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 부럽다. 국민의 관심이 다 거기로 쏠리니까. 국가의 만행이 있었던 선감학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채널을 돌리면 다 그 이야기를 하니까. 우리는 대처법도 몰라서 그동안 가만히 있었지만, 끝까지 인내하고 주체로서 힘껏 싸워 나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피해생존자 A 씨는 “결혼한지 35년째다. 그런데 내가 겪었던 일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마다 아내와 자식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워낙 인식이 좋지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움주시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나도 이제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증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힘이 생긴다. 도움을 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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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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