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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낙인찍어 인권위원 낙마시킨 국회, 이젠 달라졌음을 보여 달라
[인터뷰]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
“인권위, 법률적 판단의 테두리 벗어나야”
“상임위원에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등록일 [ 2018년01월30일 21시46분 ]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대표는 20여년 가까이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이끌어온 대표주자다. 특히나 그는 진보정당 활동을 통해 장애계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하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장애차별철폐운동본부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진보신당으로 옮겨와 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몇 차례 선거 도전도 있었다. 2008년 총선에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지만 정당 득표율이 3%에 미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셨고, 2012년 통합진보당(아래 통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다시 비례대표에 도전(비례 순번 17번)했지만 경선 부정 논란이 일자 후보에서 자진사퇴하고 이후 탈당했다. 현재는 어떠한 당적도 갖고 있지 않다.


정당 활동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박김 대표는 여전히 장애인운동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장추련은 2017년 한해 동안, 자폐성 장애아동에게 불법적 의료행위를 한 ‘대안학교’ 고발 조치, 장애인 참정권 개선을 위한 입법 청원,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소송 등 개별 장애인차별 사건 대응 뿐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입법 청원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끈질긴 장애인 권익옹호운동의 성과를 인정받은 박김 대표는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연)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동안 인권위원 선임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밀실에서 ‘간택’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과 달리, 이때에는 처음으로 정당 내부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이 한국의 인권위원 인선 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제시한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김 대표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추천한 시민단체들도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부딪쳤다. 새정연이 국회 표결 직전에 갑자기 그의 통진당 비례후보 경력을 문제삼으며 최종 추천을 보류한 것이다. 추천을 받을 당시엔 당적이 없어 결격사유가 없었지만, ‘통진당’이라는 주홍글씨가 부각되자 그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진통 끝에 국회 표결에 들어갔으나 재석의원 260명 중 찬성 99명, 반대 147명, 기권 14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자신의 삶 자체이기도 한 인권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통진당’이라는 한 단어를 이유로 배제된 것을 그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오는 3월 15일 이경숙 현 인권위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새로운 상임위원 임명 권한은 이제 여당으로 변신한 더불어민주당이 갖고 있다. 박김 대표는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3년 만에 다시 인권위원에 나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제대로 된 인권위를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은 3년 전과 다름없지만, 이번엔 새로운 질문이 더해졌다. 인권위원 인선 기준과 무관한 과거 정당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아 처음으로 시도된 투명한 인선과정을 걷어 찬 국회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지난 25일 박김 대표를 직접 만나 그가 3년 동안 품어왔던 질문을 직접 들어봤다.


*          *          *


- 3년 만에 다시 인권위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어떤 심경인지 듣고 싶다.


3년 전에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시민단체에서 추천을 해 줘서 후보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다양한 인권활동을 해왔고, 또 공정한 심사도 받았으니 무난히 통과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단지 통진당 비례후보였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만약 나의 인권 활동에 문제가 있어서 부결되었다면 인정했겠지만, 이건 납득을 할 수 없는 문제다. 나에게 비례대표 출마는 장애인운동의 성과를 가지고 국회 안에서 장애인 감수성이 담긴 정책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종북주의라는 식의 굴레를 씌워 거부한 것 아닌가.


지금껏 내 삶을 보면, 나는 일상적으로 거부당한 삶을 살았다. 통제되지 않는 몸을 가진 중증장애여성으로서, 식당을 가도 손님이 많을 때는 주인이 반가워하지 않고, 대놓고 다른 식당으로 가라고 하며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까지 ‘거부’라는 것을 당하고 나니까 나에겐 이게 하나의 상처로 남아 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

- 박김영희에게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곳인가?


2004년 이동권 투쟁을 할 때, 당시 최영애 인권위 사무총장이 “왜 여기에서 점거농성을 하느냐” 묻기에 내가 답했다.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실제로 우리는 국토부 공무원을 만나서 이야기했고, 장관들도 만나서 이야기했고, 국회에도 찾아가 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인권위가 최후의 보루였다. 거기서 39일간 단식을 했다. 그 결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제정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이 만들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차법 상 차별시정기구가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현병철이 위원장이 되면서, 모두들 이제 인권위에 희망은 없다고 말할 때에도 장애계는 인권위를 외면할 수 없었다. (여러 장애인차별 사건들을) 인권위에 진정하고 호소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이 계속 장애인차별 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니 우리는 다시 인권위를 점거해 올바른 인권위를 만들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래서 인권위는 우리에게 절대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실제로 인권위의 전체 진정 건수 중에 장애인 진정 건이 매년 50%를 넘어서고 있다.


- 실제 인권위 통계를 봐도 2016년 차별행위 진정 사건 총 2440건 중 장애 관련은 1511건으로 61.9%에 달한다. 차별행위 상담 건수에서도 장애차별 관련 상담이 906건(35.8%)로 가장 많다.


그렇다. 인권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도 상임위원 중에는 장애 사안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 장애인 당사자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물론 비상임위원 중에는 (지난해 임명된)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있기는 하지만, 비상임으로는 한계가 많다.


- 민주당은 3년 전에 ‘통진당’ 이력을 이유로 처음으로 시도된 추천위원회를 통한 투명한 인선과정을 스스로 망쳐버렸다. 그런 민주당이 과연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


통진당 활동을 한 사람이니 민주당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애초에 그럴거면 민주당에서 왜 나를 추천을 했는가? 그렇게 추천을 해놓고는 국회 표결에 가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표를 안 줬다.(당시 표결은 비공개였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재석의원 260명 중 찬성 99명, 반대 147명, 기권 14명이라는 표결 결과로 봤을 때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기권 또는 반대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 편집자 주)


그 일 이후 내가 <한겨레>의 ‘왜냐면’ 지면에도 썼지만(▶관련기사 : “인권위원 부결시킨 국회, 왜 내게 ‘이유’도 못대나”, 2015.09.16), 민주당이 참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 일로 민주당의 누구도 나에게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지금이라도 민주당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듣고 싶다.


-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경숙 인권위 상임위원의 경우도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도 납득할 수 없었던 거다. 나는 그것이 여전히 부끄럽지 않다. 다시 나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통진당 비례후보’였다는 나의 이력을 하나의 낙인으로 만들어버렸다.


2015년 9월 10일, 국회의 인권위원 인선 부결 결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박김영희 대표가 당사자로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그 과정이 박김영희 개인에게 상처를 준 것도 있지만, 공개적인 추천위원회를 두고 투명하게 인권위원을 인선하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반영한 최초의 시도를 민주당이 스스로 걷어찼다는 점이 더 큰 실책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권위원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현병철 전 위원장의 경우, 인권위를 부당한 정치적 영향에 끊임없이 노출시키지 않았나. 정부가 인권위를 말라죽이도록 방치했다. 물론 지금도 인권위 안에는 정치적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함께 오픈된 심사를 거쳐 정말 인권적인 활동을 했던 사람을 추천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 사람의 정치 경력이 무엇이었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종 절차로 정당이 추천하는 형식을 갖더라도 공개적인 심사를 거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현재 당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오픈된 심사 없이 임명권자만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으로 되어 있는 시스템이 결국 정치적 영향력 하에서 인권위원을 ‘간택’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니 (인권활동의 역량과 무관하게) 정치적 로비력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 현재 인권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경숙 상임위원, 배복주 비상임위원, 승려인 장애순 비상임위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이다. 만약 이경숙 상임위원이 빠진 자리에 또 다시 법률가 출신이 들어온다면 인권위가 더 나빠지는 결과가 될 것 같다.


그런 것만 보아도 지금 인권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권의 문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판단해선 안 된다. 인권위는 사법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독립기구로서 인권적 시각을 갖춘 판단을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임위원 중에 장애인 당사자로서 인권적 시각을 갖춘 사람이 꼭 필요하다.


- 장추련의 활동은 사실상 시민사회 내에서 인권위가 해야 할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입장에서 그동안 인권위 모습을 보며 여러 문제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역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기계적 중립의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피해자가 어눌하게 말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그 말을 무시하고) 이를 인권적 시각에서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나마 조사관들이 애써서 조사해서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올려도 전원위원들이 굉장히 법률적인 관점에서만 사건을 보니까 조사관들도 갑갑한 거다. 조사관은 조사관대로 속 타고, 우리는 우리대로 화가 나고.


- 상임위원의 구성도 중요하지만, 인권위의 실무 조직이 장애차별을 적절히 다루기 위한 구조와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장차법이 시행된지 10년이 흘렀는데, 그 동안 인권위가 민간단체와 여러 가지 일을 함께했다. 장추련은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보험가입 차별 문제 대응에 있어서 인권위와 여러 가지 협력을 해왔다. 그런데 갈수록 그런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인권위가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많이 가져서 인권적 관점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다시 도전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대표의 한 마디가 마음을 굳히게 했다. “개인 영달을 위해서 가고자 하는 거라면 하지 말라”면서, 본인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셨다. 당신이 어렸을 때 방 안에 요강을 두고 살았는데 그 요강을 엄마가 와서 씻어주기만을 기다리며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당신 같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생각이 든 거다. 지금도 시설이나 노인요양원에서 요양사들이 와서 기저귀를 갈아주기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인권위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설 안에서 그런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다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은 인권위 안에서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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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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