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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신입기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편지
사람을 숫자와 비용으로 처리하는 세상의 전제를 바꾸는 일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 2018년02월05일 12시31분 ]

비마이너 식구들. 뒷줄 가장 왼쪽이 김혜미 기자.
 

안녕하세요. <비마이너> 독자 여러분. 저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기자 김혜미라고 합니다. 작년 9월 말에 들어와 일한지 5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는 게 좀 민망하지만, 제가 <비마이너>에 들어와 보고 느꼈던 것들을 이 글을 통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제 진심이 담긴 글이 독자 여러분들께 잘 전달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쓰는 좋은 곳도 있었지만 사람을 밀어내는 내용을 쓰는 언론사도 많았습니다. 혐오로 점철된 기사, 논쟁이 될 수 없는 것들을 ‘토론의 장’으로 등판시켜 기어코 두 주장을 대등하게 만드는 내용들.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제가 쓴 글에서 뱉었던 말들을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비마이너>에서 신입기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봤습니다. 사실 1년 전부터 비마이너의 기사들은 쭉 읽고 있었습니다. 연이 닿아 몇 개월 전에 독자 인터뷰도 한 번 했습니다. 


평소 <비마이너> 기사를 읽으면서 ‘사람들의 고통을 들어주는 매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잊혀 지기 쉬운 존재들의 고통을 듣고 전달해 그 삶들을 복원해 내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같이 일하고 싶었지만, 제가 관련 이슈들을 알지 못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면접을 보기 5분전까지 출입구에서 서성이며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했을 정도로요.   


하지만, 면접을 보고 나와서 ‘떨어져도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곳에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제 삶에 대해서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했던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는 곳도 있긴 했지만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보다는 예전에 썼던 기사의 조회수 같은 ‘숫자’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비마이너>에서는 제 삶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었습니다. 몹시 신이 나서, 이제껏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고 살아가고 있는 중인지 정신없을 정도로 쏟아냈습니다. 얼마나 흥에 겨웠던지, “그래도 돈 많이 받으면 좋죠?”라는 편집장님의 말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라고, 해서는 안 될 비면접용 말도 자신있게 하고 말았으니까요. 


그렇게 들어와 일을 시작한지 5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토록 기대했던 첫 취재를 제대로 망치고 울었던 기억부터 하라는 취재는 안 하고 인터뷰의 절반 넘는 시간을 취재원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깔깔댔던 기억까지, 그 순간을 기록하지 못한 게 몹시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제가 5개월 동안 일하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두려움’이라고 말해야겠습니다. 여기에 있으면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낸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신문으로도 포착되지 않는 삶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제가 준비해 간 질문지가 무척이나 초라해졌습니다. 저는 사실, 여성 이외의 소수자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 분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질문은 기껏해야 상상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삶, 책, 비슷한 내용의 기사 등을 뒤져서 생긴 궁금증을 바탕으로 준비 한 것 뿐 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제 상상의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이야기가 귀를 타고 흐를 때면 그저 듣고만 있었습니다. 준비한 질문들을 하지 못한 채 종이만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있던 적도 많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어떤 반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건의 심연이 제가 겪은 수준이 아니거나, '고민'이나 ‘문제’라는 단어로 포획 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헤아리기 어려운 일들 투성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살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낸’거지?”


그래서 사람들의 삶을 잘 옮겨 적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 능력과는 무관하게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두 가지가 들겠습니다. 하나는 제 인터뷰이들입니다. 제가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기어코 돌멩이로 만들어 벽에 던져 흔적을 남기고야 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과 함께 서 있고 싶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싸운다면 저는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로 곁에 있고 싶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을 ‘수거’, ‘수집’ 했다고 기록한 원아대장처럼 누군가의 시선과 의도에서 묘사된 이야기들이 그 사람의 전부인 것 마냥 떠돌아 다닙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모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모든 변화가 시작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가진, 함께 살아가도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비마이너>에 있으면서 하나 깨달은 것은, 저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이야기를 잘 이해해 기록하고 싶습니다.


거창한 표현이지만, 저는 <비마이너>가 세상의 전제를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숫자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버린 곳에서, 그 당연함에 의문을 품고 균열을 내 다른 전제를 만들고 있다고요. 이 일에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지금의 전제들이 틀렸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처음 <비마이너> 기사를 보면서 그랬듯 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비마이너>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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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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