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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주최 탈시설 정책 간담회, 복지부 전날 돌연 ‘불참’ 통보
해외 활동가, 지자체 공무원, 장애계, 학계 등 참석
발달장애인 탈시설, 미국 또한 만만치 않아… “지역사회에서의 삶, 촘촘히 구성해야”
등록일 [ 2018년02월07일 18시23분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주최한 탈시설 정책 간담회에 보건복지부가 전날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이날 간담회는 해외 장애계 활동가, 지자체 공무원, 장애인단체, 학계 등 탈시설 관련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7일 오후 2시 인권위 배움터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 관련 기관 및 전문가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간담회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복지부는 바로 전날인 6일, 돌연 인권위에 '참여가 어렵다'고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제도개선 관련 보고와 국회 법안소위 준비 등으로 인해 참석이 어려워졌다"면서 "탈시설은 이미 확정된 정책 방향으로, 이번 간담회 참석은 못 했지만 나온 이야기들을 받아 복지부의 탈시설 정책 마련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장애계의 오랜 요구이자 연원인 탈시설 정책 수행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을 제안하는 자리에 정책 수행의 책임을 갖고 있는 복지부가 불참한 것은 아쉽다"라고 전했다. 양유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또한 "탈시설의 가치에 모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예산과 정책 담보를 요구할 때에는 회피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복지부의 자리를 비워둔 채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7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발달장애인 탈시설, 미국 또한 만만치 않아… “지역사회에서의 삶, 촘촘히 구성해야”

 

간담회는 미국 탈시설 운동가인 캐시 피커 테릴의 기조강연에 이어 탈시설 정책 관련 다양한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캐시 피커 테릴 '장애인을 위한 레이그램협회' 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성공적인 탈시설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 폐쇄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에게 맞춰지는 서비스의 양과 질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동-청소년 장애인의 시설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릴 회장은 미국 역시 탈시설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테릴 회장은 "탈시설이야말로 발달장애 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고 감정적 대립을 일으키는 논제일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탈시설은 법정에서, 정부 청문회에서, 부모 모임에서, 학술대회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테릴 회장은 이러한 저항은 주로 부모들로부터 비롯되며 이는 "자녀들 갈 곳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려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촘촘히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릴 회장은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예산이 충당되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은 자녀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아가면서 지역사회에 살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릴 회장의 설명을 뒷받침하듯, 시설 관계자들과 부모들로부터 우려 섞인 질의가 이어졌다. "탈시설 정책이 지적장애인에 국한되어있어 자폐성장애인의 행동 특성은 제대로 지원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테릴 회장은 "미국에서는 장애 유형을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으로 나눠서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산정해 지원한다"고 답했다.

 

테릴 회장은 "내 딸은 지적장애인이고, 딸의 남자친구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지만 동일한 웨이버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라며 "그러나 같은 웨이버 프로그램 대상이라고 해도 실제로 받는 서비스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즉, 장애 유형별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미리 정해지고, 그 안에서 서비스의 양이 확정되는 한국과 달리 개별 장애인에게 모든 서비스가 열려있는 것이다.

 

자폐성장애인의 '도전행동'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는 우려에 대해 테릴 회장은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주에 '응급팀'이 있어 자폐성 장애인의 '도전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24시간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테릴 회장은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을 교육할 때, 절대 그들을 '억압'하도록 하지 않는다"라며 "자폐성장애인의 도전행동을 관찰함으로써, 행동의 원인을 찾는 것에 주력하는 등 '긍정적 행동지원' 매뉴얼을 활용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장애인인 우리도 화낼 때가 있지 않나.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발달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라며 '도전행동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살기 어렵다'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케시 피커 테릴 회장(왼쪽)과 김용진 변호사(오른쪽).

간담회에서는 인권위가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공유되었다. 연구진은 국내 탈시설 개념에 대한 인식과 저해요인, 정책과제 및 법률 제·개정 과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초점집단면접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를 수행한 김용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이번 연구에 다 담지 못했을 정도로 굉장히 광범위하고 다양한 영역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탈시설 정책 과제로는 개념 정의부터 '모든' 장애인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내용을 법적으로 명시, 탈시설 정책 추진체계 구축, 개인별 지원체계 구축, 소득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서비스 제공, 입소 예방과 시설에 대한 개입, 서비스 제공인력 개발 및 지원, 모니터링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변호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탈시설한 장애인이 또 다른 시설로 재수용되거나 지역사회에 방치되어 '변형된 시설화'에 처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추적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법안 마련 역시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탈시설 정책은 삶의 전반적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어야 하기에 단일한 복지 조치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라면서 "탈시설과 사회통합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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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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