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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국은 시청각장애인의 올림픽 시청권 보장하라'...인권위 진정
올림픽 개회식, 시청각장애인 위한 수어통역·화면해설 온전히 제공한 방송사 없어
등록일 [ 2018년02월13일 18시51분 ]

인권위 앞에서 청각시각장애인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시청권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9일, 평창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리며 올림픽 대장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남북 아이스하키 여자단일팀, 인면조 등 평창 올림픽의 화제거리는 충분했지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이 모습을 '보거나 들을 수' 없었다. 충분한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방송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에게 충분한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IOC위원장 연설 등 일부 연설 장면만 KBS가 수어통역을 했을 뿐, 그 외는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 화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도 마찬가지였다. 해설자들이 있긴 했으나 “누가 나왔다” 정도의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했고 자막도 충분치 않았다.


이에 7명의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KBS, MBC, SBS와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13일 국가인권위에 차별진정서를 넣었다.
 

이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 및 방송사들의 대책마련 ▲평창동계 올림픽 폐막식(2018. 2. 25)과 평창 동계 패럴림픽(2018. 3. 9~18)의 개폐막식 등 관련 행사 중계방송의 수어통역과 화면해설 제공 ▲방송에서 폐쇄수어통역(스마트수어방송)의 의무화, 수어통역과 화면해설 총량의 확대 ▲방송법, 장애인복지법, 한국수화 언어법 등 관련 시행령의 개정을 요구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윤정기 차별진정인은 “22살, 88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 ‘그들만의 축제’라는 생각으로 올림픽을 방관했다. 눈으로만 행사 내용을 봐야 했다.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해주지 않아서 ‘손에 손잡고’라는 구호가 있음에도 배제돼서 답답했다"면서 "벌써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상황은 변함이 없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왜 저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기뻐하거나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은 전세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축제다. 그러나 비장애인만의 소통과 축제다. 저 같은 청각장애인은 도외시 된다. 제 스스로가 답답하고 저주하는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행사를 보면서 올림픽이 과연 세계인의 축제인가. 장애인은 왜 도외시 되어야 할까. 정부, 인권위, 올림픽 준비 위원회,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다. 올림픽, 패럴림픽에 자막과 수어통역을 동시에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왜 청각장애인들은 평창올림픽에서 온전한 시청권을 보장받지 못했을까. KBS에서 평창올림픽의 개막식 수어통역을 진행했던 조성현 수어통역사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방송제작자들이 수어통역을 단순히 ‘서비스’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어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체크했던 큐시트와 다르게 방송이 나갔다. 담당 피디에게 물어보니 ‘개막식을 시작할 때 오프닝 멘트와 선수단 입장 할 때 1-2분 서비스 차원으로 더 넣었다’고 답했다."면서 "방송에 선수, 나라이름 등이 자막으로 나오니까 청각 장애인에게 ‘충분한’ 설명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담당피디와 스포츠팀에게 문제제기를 했고 ‘논의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들은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수어통역사협회는 ‘수어통역을 배치해 청각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공문서를 지상파 방송국들에게 보낸 상태다.


시각장애를 가진 오병철 차별진정인 역시 화면해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개막식을 보는 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에서 평창 올림픽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차별 없이 치뤄져야 할 올림픽임에도 시청각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올림픽을 두 번이나 열었지만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개막식에서 아나운서가 설명을 했음에도 시각장애인에게는 김연아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사람들이 입장할 때 어떤 모습인지 눈에 ‘보이듯’ 설명하지 않았다. 미흡한 해설이었고 이는 시각장애인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단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몇 명이 올라와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음악소리만 들렸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에게는 차별이다. 평창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TV를 통해 현장에 있는 것 처럼 모든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장애인단체인 '(가)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도 "국제적인 행사인만큼 행사를 중계하는 방송사들은 장애인들도 최대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아 세계인의 축제를 즐길 장애인의 권리를 가로막았다"고 비판하며 "인권위는 진정내용을 꼼꼼히 검토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요청사항들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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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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