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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땀은 열등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이야기 담은 ‘우리는 썰매를 탄다’
선수들 좌절시키는 것은 신체적 손상 아닌 사회의 시선
등록일 [ 2018년02월28일 10시49분 ]

장애인 동계 스포츠인 '파라아이스하키(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3월 7일 개봉한다.

 

영화는 2012년에 노르웨이에서 열린 파라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 출전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라아이스하키는 하지장애인이 참여하는 아이스하키로, 선수들은 스케이트가 아니라 썰매를 탄다. 스틱은 두 개를 사용하는데, 하나는 썰매를 밀기 위해 한쪽 끝에 날이 달린 것이고, 또 하나는 '퍽(하키에서 사용하는 공)'을 치기 용이하도록 넓적한 형태로 된 것이다. 각각 여섯 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15분씩 세 피리어드동안 경기한다. 빠른 속도와 보디체크(몸싸움)를 허용하는 규칙 등으로 인해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장애인을 다룬 영화가 나왔다고 하면 지레 우려부터 하게 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할 때 '장애를 이겨낸' 서사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장애로 인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혹은 '저렇게 힘든 사람도 행복하게 사는데 나도 힘내야지'라는 식의 '감동 포르노'로 소비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썰매를 탄다'에서 이러한 장애 극복 서사가 반복될까 우려가 생긴다면 이를 내려놔도 좋다. 영화는 아주 치열하고 단단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니까.

 

영화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정체성이 아예 다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팀원 대부분이 중도장애인인 만큼, 그들이 어떻게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 그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드러나기는 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고, 그 절망의 순간에 아이스하키가 어떤 '희망'으로 다가왔는지에 관한 이야기에는 조명을 드리우지 않는다. 선수들이 자신의 '신체적 손상'을 하키를 통해 어떻게 '잊었는지'를 말하지도 않는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선수들의 '바로 오늘'이다. 바로 오늘, 그들이 하는 훈련, 바로 오늘,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들이 성취한 것들.

 

선수들의 훈련은 여느 운동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빠르게 빙판 위를 오가는 퍽을 눈으로 좇고 정확하게 채로 치는 훈련을 하고,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팔과 어깨 근력운동을 거듭한다. 이를 악물고 땀 흘리며 훈련을 하거나 부상을 당해가면서까지 승리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은 그 자체가 시원한 쾌감을 준다.

 

물론, 영화에는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드러난다. 과거 부족한 재정 지원 때문에 선수들은 사비를 털어 해외 원정 경기를 가야 했다. 여관비가 없어 라커룸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고, 낡은 썰매는 경기 도중 깨지기도 한다. 안정적으로 연습장을 대관하지 못해 새벽 세 시에 훈련하거나 먼 지방으로 훈련을 가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국제대회 은메달로 장애/비장애 아이스하키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은 쉽게 저평가되곤 한다. ‘장애인 스포츠’는 ‘비장애인 스포츠’보다 열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들을 진정으로 좌절시키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신체적 손상이 아니라 이들의 땀을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의 시선이다. 선수들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서도 사비로 국제대회행 티켓을 구매해야 했던 이유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열악한 지원이라는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도 있지만, '장애인 스포츠는 재활운동'이라고 치부되는 탓이 컸다.

 

장애인 체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된 것은 2005년 12월이었다. 장애인 체육을 '재활'이 아닌 '스포츠'로 보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 남짓 된 것이다. 담당 부서가 바뀐 것이 곧 사회적 인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회에는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는 장애인들만 즐기는 것'이라거나 '비장애인 스포츠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올림픽에 이어 진행되는 패럴림픽 시청률이나 관심도는 올림픽에 비해 뚝 떨어지곤 한다. 여전히 패럴림픽은 ‘엘리트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부대행사 정도로 인식됨을 시사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아이스하키는 장애인이 ‘신체적 정상성’을 획득하려는 시도도, 장애를 갖게 되어 절망적이었던 삶을 희망적인 삶으로 변화시킨 '기적의 드라마'도 아니다. 선수들에게 파라아이스하키는 그 자체로 자부심이고 살아야 할 오늘이다.

 

‘장애인이 아이스하키에 쏟는 노력과 그로부터 얻는 성취는 비장애인의 그것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명제를 세워본다면, ‘아이스하키’는 다른 무엇으로든 대체 가능하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 한 잔을 만들기까지 쏟은 노력과 시간, 뇌병변 장애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기 위해 쏟은 노력과 그렇게 올라간 연극. 분명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탄생시키기까지 흘리는 사람들의 땀은 같은 성분이라는 것이다. 인종이나 성별, 장애 등의 다름과 상관없이.

 

‘우리는 썰매를 탄다’ 영화 배급 관계자나 관객들이 유의하길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들의 성취를 '감동 포르노'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성취는 분명 박수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그것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감동적'인 서사로 이용된다면 오히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선수들을 '영감을 주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장애인을 다루는 매체가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장애 극복 서사가 주는 감동’에 대한 미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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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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