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2월13일thu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문화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질 낮은 지상파 수어방송, 소외되는 청각장애인 방송접근권
지상파 방송국 내 장애인방송 전담 부서, 장애인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등 없어
방통위가 추진중인 '스마트 수어방송서비스' 계획...인프라 구축 필요해
등록일 [ 2018년03월02일 19시40분 ]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자막을 통해 공연 내용을 매우 자세히 설명 했고, MC 멘트는 제공되는 자막과 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연설을 비롯해 의미 전달을 위해 수어통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였음에도 청각장애인의 시청이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한다” (KBS)


“동계올림픽 폐막식 때 수어통역이 가능한 부분은 수어통역 방송을 제공하고, 패럴림픽 중계방송에서도 수어통역 방송이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MBC)


“역대 올림픽 개폐막식에 수어통역 송출이 없었고, 수어통역은 뉴스 및 보도만 송출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막식 선수들 입장의 경우 수어통역이 자막을 가리고, 공연에는 수어통역이 필요 없어 수어통역 방송을 송출하지 않았다. 또한 동계올림픽 폐막식과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에 수화통역 송출할 계획은 없다” (SBS)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지상파 방송국들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권위에 내놓은 답변이다. 인권위는 이들에게 폐막식 때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했으나 방송국은 이를 무시했다. 폐막식의 경우 KBS는 많은 부분 수어통역을 했지만, MBC와 SBS는 행사 마지막 IOC위원장과 이희번 조직위원장의 폐막 인사말만 수어통역 한 것이다. 화면해설은 어디에서도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완전히 배제됐다.


시·청각장애인이 방송접근권에서 배제된 것이 비단 이번 평창올림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평창올림픽 중계를 향해 터져 나온 시·청각장애인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문제가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방송사에서 수어통역 등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통역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선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배제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IOC 위원장의 연설에 대한 수어통역이 이뤄지고 있다. SBS 캡쳐


청각장애인이 방송접근권을 침해당하는 일은 수어통역 등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수어통역이 제공되더라도 그 화면에 문제가 많다. 수어영상의 경우 그 크기가 너무 작고 위치가 방송화면에 고정되어 있어, 다른 자막과 위치가 겹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화면의 크기 조절이 불가능하다. 폐쇄자막은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한 줄에 담기는 글자 수가 너무 적어 화면과 같이 보기 어렵다. 생방송의 경우 오타도 발견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부터 시작된) 장애인방송 의무화 제도가 비교적 양호하게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6년 기준, 지상파 방송국은 폐쇄자막 100%, 수어통역 5%, 화면해설 10%의 의무 목표치를 달성했고 장애인방송 편성의무가 있는 방송국 139개사 중 133개가 법적 기준을 지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등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2월 13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수어통역 미제공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방송으로 의무 편성된 프로그램 양 자체가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방송국들이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도 규정된 장애인방송 의무 목표치의 양이 너무 적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국 내 장애인방송을 위한 시스템도 부재하다. 우선, 지상파 방송국 중 장애인방송을 담당하는 부서는 한 곳도 없다. 운영팀, 편성팀 등이 일을 나누어서 한다. 장애인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프로그램 선정 기준 등도 알기 힘들다. 정부가 정한 장애인방송 편성비율 채우기에 급급하다. A 수어통역사는 “같은 사건이었는데도 뉴스특보로 편성되니 수어가 들어가지 않았고 시사보도로 들어가니 수어가 들어갔다. 그 이유를 방송국 관계자 여러 명에게 물어봤더니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날은 B 방송국의 피디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같은 속보 뉴스의 수어통역을 우리 방송국만 안 하고 있으니 지금 수어통역 해줄 수 있냐는 전화였다. 그래서 갑자기 방송국에 달려가 수어통역을 해야 했다”고 말하며, 방송국들이 수어통역 제공에 있어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법한 날에는 (방송국에서 연락이 올 것을 대비해) 일부러 다른 스케쥴을 잡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러다 보니 프로그램 담당 PD의 장애이해 수준에 따라서 수어통역 배치가 결정되는 일도 생긴다. A 수어통역사는 “한 번은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 내가 수어통역을 넣었더니 피디가 ‘노래도 수어통역이 되냐’며 깜짝 놀랐다. 그 뒤로 그 피디하고 할 때는 노래도 수어통역을 한다. 다른 피디와 작업 하면 노래 수어통역은 빠진다”며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박미애 수어통역사는 “과거 큰 국제적 경기 때도 수어통역이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담당자는 ‘화면에 나오는 그림을 보거나 자막을 읽으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쓰기 때문에 한국어 자막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폐쇄자막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수어와 달리 감정, 억양, 느낌 등이 전달되지 않아 충분한 통역수단이기 어렵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애인단체, 방송사업자 등의 요구로 2017년 12월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에 적힌 <한국수어방송 제작 준수 사항>의 경우, ‘한국수어를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방송의 음성 및 음향 정보의 내용이 누락되거나 생략되지 않아야 한다’ 등 기초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프로그램의 현장성 등 그 특성은 모두가 다르기에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에는 담길 수 없다. 이 때문에 방송국에서는 방통위가 제작한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결국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스마트 수어방송서비스의 예시.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한 ‘스마트 수어방송서비스’를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어영상의 크기와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하고 폐쇄자막·수어영상·수어방송 영상이 서로 가려짐 없이 주시청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방통위는 2019년도 상반기까지 6개 채널 및 3개 플랫폼의 참여를 유도하고 2020년까지는 11개 채널 및 9개 플랫폼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송사업자, 제조사, 장애인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상용화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방송제작 인센티브 지원, 소요비용 지원 등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A 수어통역사는 이 서비스를 시행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스마트수어 방송은 결국 생중계를 하겠다는 뜻이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이 나갈 때 다른 장소에서 수어 통역사를 모아놓고 그 프로그램에 맞는 수어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하며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만약 띄엄띄엄 방송한다면 문제는 크게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프로그램 채널이 10개라고 가정 했을 때, 뉴스 하나에 수어통역사, 카메라맨, 엔지니어 등 10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총 100명에 스튜디오는 10개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KBS만한 수어통역 방송국이 생겨야 한다. 이 계획에 찬성이긴 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려 0 내려 0
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이쯤 되면 이 방송은 ‘화면해설방송’이 아니라 ‘자막 낭독 방송’이죠”
수어통역 화면 크기를 자유자재로...스마트 수어방송 2019년부터 상용화
'평창올림픽 폐회식 수어통역 제공' 인권위 권고 무시한 지상파 방송국
인권위, "올림픽 폐막식 현장과 중계방송 모두 수어통역 제공해야"
'평창올림픽 개회식 현장에도 수화통역 없었다' 청각장애인들, 인권위에 진정
'지상파 방송국은 시청각장애인의 올림픽 시청권 보장하라'...인권위 진정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장애인문화예술은 사회의 정상적 규범에 질문을 던져야 (2018-03-08 20:51:25)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가고 싶은데, 휠체어석 있나요? (2018-02-27 16: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