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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호출버튼 누르려다 장애인 추락사...신길역 측 '리프트 이용과 관련 없다'?
위험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던 호출버튼 누르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 3달 혼수상태 끝에 사망
신길역·서울교통공사, 사과·재발방지대책 없이 "100만원 한도 내 보험 접수 가능하다" 답변만
등록일 [ 2018년03월15일 16시47분 ]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던 장애인이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그러나 신길역과 서울교통공사 측은 안전 관리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사망한 故 한아무개 씨의 유족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5일 신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한아무개 씨는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고 계단을 등진 채 전동휠체어를 조정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를 찍은 CCTV화면. 장애인차별금지연대 제공
 

故 한아무개 씨는 2017년 10월 20일 오전 10시경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런데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 등 별도의 이동 수단이 없어서 휠체어리프트를 타야 했다. 고인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호출버튼을 누르려 했으나 버튼이 계단 난간 쪽에 있었다. 그는 왼팔의 운동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여서 계단을 등지고 리프트에 다가가 오른팔로 호출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런데 이 리프트는 배전상자가 호출버튼으로 접근하는 각도를 제한하고 있었고, 계단과 배전상자 사이의 공간이 좁아서 한 번에 휠체어의 방향을 바꾸기 어려웠다. 또한 호출버튼은 계단과 가깝게 설치되어 있어 고인이 후진해 오른팔로 호출버튼을 누르기에는 바닥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수 차례 전진과 후진을 반복 하던 중 호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한 씨는 외상을 입어 혼수 상태에 빠졌고 2018년 1월 25일,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자가 이용하기에 위험한 위치에 붙어 있는 호출 버튼(사진 상단). 사고 후 신길역 측은 고작 바닥에 '진입금지' 표시만을 붙여놨을 뿐이다.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는 휠체어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항상 받아왔다. 계단 또는 급격한 경사로 옆에서 승강을 하고 그 위로 이동을 해야 해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휠체어리프트는 전동 휠체어와 전공스쿠터의 규격에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휠체어리프트의 와이어가 끊어져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한 명도 중상을 입었다.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휠체어 이용자가 리프트를 사용하다가 사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1년 8월, ‘지하철 환승구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신길역,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사고가 '고인은 휠체어리프트에 타지 않았다. 즉 타기 전에 호출버튼을 누르려다가 일어난 사고이므로 휠체어 리프트 이용과 관련없다'는 이유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는 유족이 보낸 민원에 대해 17년 11월 14일, "'기계 이용시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부착되어 있다. 휠체어리프트 호출 장치 설치기준은 법에서 별도로 정하지 않으며 법적 점검시 지적된 사항과 민원 등이 없는 기계”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사고의 책임을 이용자 탓으로 돌렸다.
 

또한, 사고 다음 날인 10월 21일, 신길역 측은 한 씨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로) 망가진 전동휠체어를 치우라”고 했고 유가족은 직접 휠체어를 가지러 와야 했다. 유가족은 이 과정에서 신길역 측에 항의 했으나 관계자는 “교대근무라서 (당시 전화를 걸었던) 담당자가 없다”, “우리도 본사 쪽에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이야기 하지만 원활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에게 “1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험접수를 원한다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휠체어리프트를 현수막으로 묶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유족 측 대리인을 맡은 이태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휠체어 리프트 이용 전에 난 사고라는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인의 행동은 리프트를 이용하려는 의사와 목적을 가지고 호출버튼을 누르며 이동했으므로 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행위을 하고 있었다. 이 행동 자체가 이미 ‘리프트를 타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서울교통공사 측의 입장도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고인은 역무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호출버튼을 누르려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보호자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 고인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말이 안 된다”고 변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강기 안전검사에 의하더라도 휠체어 리프트는 추락 사고로부터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한 보호수단을 가져야 한다. 또한 특정 장애인에게 적합한 특별한 장치도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신길역에 설치된 버튼은 매우 위험한 위치에 있었고 지체 장애인에게 적합한 특별한 장치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휠체어 리프트는 정당한 이동편의 시설이 아니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법 등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 더욱이 고인은 휠체어 리프트의 구조적인 문제로 사고를 당했고 사망했으므로 서울교통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자녀인 한영수 씨가 신길역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인의 자녀인 한영수 씨는 이번 소송청구에 대해 “항의 할 때 관계자들은 ‘점검상 문제가 없다’는 상투적인 답변만 했다. 이런 태도를 보니 앞으로도 동일한 사고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단체들과 함께 소송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씨는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아직도 이동이 불편한 나라”라며 “사고를 당해보니 변화가 아직도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았다. 이번 소송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이번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소송과 판결을 끝까지 받아내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연차적으로 소송을 할 것이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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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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