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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덜 가는 아이’ 어떤 비장애 형제·자매의 이야기 - ②
[인터뷰] 정신적 장애를 형제·자매로 둔 2~30대 청년 자조모임 ‘나는’
등록일 [ 2018년03월23일 10시19분 ]

>> 인터뷰 1부 먼저 보기 <<

비장애 형제·자매들에게 고민이 되는 말들을 담은 삽화

 

# 장애형제는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그것도 편견이에요


- 비장애 형제·자매로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 스스로에게 강하게 요구되는 모습이 있나요?


겨울 : ‘장애형제가 있는데 잘 자랐네?’ 어렸을 땐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웃음)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싹싹하고 성격도 좋고 바르고 장애형제도 잘 돌보고. 저는 그 칭찬이 좋아서 ‘어, 나 장애형제가 있어’라고 말하고 다녔던 거 같아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그 칭찬이 오히려 저에게 독이었다는 것을 느껴요.


겨울과 가넷은 갑자기 방금 생각난 듯 동시에 “널 믿어!”라는 말을 외쳤다.


가넷 : ‘잘 한다’는 것이 늘 요구되는 거죠. 어릴 때 동생이 치료실 가서 놀이치료 배워오면 엄마가 절 교본으로 썼다고 해요. ‘누나가 하는 거 봐, 누나 잘하지? 누나 하는 대로 해봐.’ 절 ‘잘 하는 애’ 표본 같은 거로 쓴 거죠. 엄마가 ‘그때 내가 너를 굉장히 도구적으로 사용했던 거 같다, 미안하다’ 이런 얘기를 얼마 전에 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 장애가 없는 아이가 함께 있으면 장애 없는 아이에겐 ‘보통 이상의’ 씩씩함, 착함, 형제를 잘 돌보는 것 등 많은 게 요구되는 거 같아요.


겨울 : 비장애형제에게 장애 형제는 미워해선 안 되는 존재인 거에요. 실제로 어떤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난 오빠가 너무 싫다’고 하니 ‘넌 그러면 안 되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가넷 : 비장애 형제끼리 싸우고 평생 안 보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장애형제를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사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어요.


겨울 : 오히려 그게 편견 같아요.


- 그런 생각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겨울 : 스스로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가넷, 끄덕끄덕) 저도, 다른 친구들도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는 이야길 하거든요. ‘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엄마의 짐도 덜어주고 싶고.


가넷: 내가 잘 하면 나의 존재도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 장애형제가 언제 미웠어요?


가넷 : 동생을 싫어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동생이랑 같은 학교 다녔는데 저를 따라오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저리 가라고 밀치고. 


- 같은 학교에 다니면 동생의 존재를 숨길 수 없잖아요.


가넷 : 네. 어느 날 동생 반에 갔는데 저한테 동생 담임이 “(한숨 쉬며) 네 동생 왜 그러니”라고 한 거예요. 제가 집에 와서 “엄마, 얘네 담임선생님이 나한테 얘 왜 그러냐고 그랬어”라고 했어요. 엄마가 그때 제 표정이 잊히지 않는데요. 엄청 상처받은 표정이었데요. 동생에 대한 가장 큰마음은 죄책감이에요. 동생을 엄청 잡았어요. 맞벌이 부부여서 엄마·아빠 안 계시면 내가 얘 엄마다, 라는 생각에 엄마처럼 빗자루 들고 혼냈어요. 문제 행동하면 ‘이렇게 해야지’하며 가르치려 하거나. 해야 하는 역할은 엄마 역할이고, 몸과 정신은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이니 잘 됐겠어요? 혼란스러웠죠. 그래서 동생한테 폭력도 많이 썼어요.
동생과의 관계가 나아진 후에도 내가 동생을 정말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계속했어요. 내가 동생을 사랑하지 못하면 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명제는 어디서 나왔을까… 나는 왜 동생을 사랑하지 않고 싫어하는 걸까, 하는 데서 죄책감이 왔어요. 그런데 싫으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있잖아요. 이젠 그걸 알아요.


겨울 : 일상에서 부딪히는 데 짜증 나고 싫을 수도 있고, 엄마랑 동생이랑 싸우면 시끄럽고. 이런 스트레스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는 내 감정이 그렇다는 걸 인식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이야기해요. (무조건) ‘장애형제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비장애형제들에게 어떤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어요. 죄책감이 너무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해요.


# 비장애형제로서 겪는 문제, 사소한 거라고 치부했어요


- 비장애형제들의 목소리가 이제까지 사회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겨울 : 내가 가진 문제는 사소한 거로 생각해서 얘기하지 않게 된 거 같아요.


가넷 : 바로 옆에 장애인이 있고 그 옆에 장애인을 돌보는 엄마가 있는데 내가 뭘 그렇게까지 힘들어, 안 힘들었어, 라고 말하게 되는 거죠.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부모님이 ’알아서 할게’라고 하면 ‘알아서 하시겠지’ 그렇게 넘어가기도 하고.


- 내 경험이 ‘말할 가치가 있나?’ 이런 판단이 들었나요?


가넷 : 맞아요. 전 최근까지도 이걸 책으로 만들 가치가 있을까, 물음이 들었어요.


겨울 : 그런데 스토리펀딩하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다른 비장애형제들도 공감 많이 한다고 하셔서 진짜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다시 한번 느꼈어요.


- 내 경험을 이야기할 땐 장애형제에 대한 이야길 할 수밖에 없잖아요. ‘장애인 당사자가 주는 고통’에 대해 말할 때 장애인을 폐 끼치는 존재, 고통을 주는 존재로 말해도 괜찮은가, 같은 자기 검열이 작동하진 않나요?


가넷 : 항상 있죠.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상처받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동생을 탓하는 거 같진 아닐까. 이 감정에 관해 얘기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거 아닐까.


겨울 : 그래서 얘기를 계속 못 했고, 그러다 보니 다들 속에 병이 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장애형제를 탓하는 결론이 나진 않아요. 사회 전반에 문제가 있기에 우리가 힘들어지는 거지, 장애형제의 장애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고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가넷 : 그 누구라도 내게 폐를 끼칠 수 있고 고통을 줄 수도 있잖아요. 동생‘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라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나는 이런 감정을 겪었어,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저희가 책을 통해 비장애형제들의 목소릴 전하고자 하는 이유는 비장애형제들이 결국에는, (침묵) 결국에는 장애형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게 비장형제들이거든요. 나중에 최종적인 부양자, 최종적인 책임자는 비장애형제들이에요.


겨울 : 그런 선택을 안 할 수도 있죠.
 

가넷 : 맞아요, 안 할 수도 있어요. 다만, 그게 너무 당연하게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와 장애형제 관계는 어떠했는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비장애형제는 당연히 이래야 해, 가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어 내가 나로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부모님 돌아가시면 장애형제에 대한 미래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당연하게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미래를 생각하면 어때요?


가넷 : 답이 없죠. 짧으면 5~10년 안에 벌어질 일인데 지금 상황에선 엄마·아빠 사후에 내가 책임진다는 것 말고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요. 


겨울 : 생각만 해요, 계속. 어떤 형태로 살아야 할까. 동생과 한집에 살아야 할까, 아니면 따로 살아야 할까? 장애 형제를 시설에 보내고 살게 된다면 그 자체도 나 자신에겐 고통스러운 선택일 거예요. 제 경우에는.


-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비장애 형제 지원에 대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겨울 : 장애인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자체가 비장애 형제를 도와주는 것 같아요. 우리가 고민하는 게 ‘장애형제와 어떻게 살아갈까’니 깐요. 그러면 부모님도 비장애형제에게 좀 더 신경 써줄 수 있겠죠.


가넷 : 이번 책에선 의식적으로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나 문제의식은 담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일단은 비장애형제라는 정체성이 무엇을 가리키는가, 비장애형제가 가지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최대한 솔직하게 담는 것에 목적을 뒀어요.


겨울 : 일단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기대도 받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비장애형제 모임이기 때문에 장애인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기대요. 우리는 진짜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모임 이름도 ‘나는’인 거니깐.

 

'나는'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장애 가족 내 젠더 불평등… 존재감 없는 아빠, 희생하는 엄마
     

- 돌봄에 관해 이야기하며 ‘부모님’ 이야길 많이 했는데 정확히는 그 대상이 주로 ‘엄마’인 것 같아요.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은 어때요? 가정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케어가 엄마에게 전적으로 집중되잖아요.


가넷 : (한숨) 하...


겨울 : 아버지... 저희 책엔 그렇게 썼어요. ‘존재감 없는 아버지’. 돈 벌어오는 사람.


가넷 :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도 엄마보다 아빠가 훨씬 느린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저희가 만났던 분들은 처음엔 아빠가 다들 부정했데요. ‘왜 멀쩡한 애를 장애인 취급해’ 하면서. 일반 가정처럼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행하는 젠더 역할에 대한 관념이 똑같이 적용되는데 특히나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머니의 일방적인 희생이 더 요구되죠.


겨울 : 엄마들은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 건 나 때문이다’라는 죄책감이 있어요. 그런데 아빠는 엄마를 보호해주지 않아요. 예를 들면, 시댁에서 (장애아를 낳은 것에 대해) 엄마를 비난하는데 그 말을 옆에서 어린 내가 같이 듣고 있는 거죠. 엄마 스스로 ‘얘는 내 평생 책임져야 할 업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도 계신데 과연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빠도 물론 부양에 대한 책임감은 느끼겠지만 케어는 전적으로 엄마가 많이 하죠.


- 엄마가 많이 힘들어 보일 때면 ‘아빠가 엄마 좀 도와주지’, 이런 생각 안 들어요?


겨울 : 그 생각을 최근에 했어요. 엄마가 아빠와의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것을 해결하지 못해서 딸인 저한테서 위로받으려는 것들이 많았어요.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이니 내가 오히려 엄마를 더 케어해야 하는 입장이 된 거예요.


- 아버지는 가정 안에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다음 스토리펀딩 이미지


# 장애형제 돌봄에서 비장애형제는 빠질 수 없어… 부모들이 인정해주길


‘나는’은 현재 장애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하고 있다. 장애인부모회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온 게 시작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비장애형제가 듣고 싶은 말/듣기 싫은 말’과 같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알려준다. 비장애 자녀에게 ‘시간을 더 많이 쓰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장애 부모에게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넷 : 부모님들 입장에선 자꾸 그렇게 말씀하세요. ‘네가 걱정하지 않게 해줄게.’ 그런데 장애형제 돌봄에서 비장애형제가 빠질 수가 없어요. 엄마·아빠가 24시간 눈 떼지 않고 있을 순 없잖아요. 어릴 때부터 ‘넌 누나니깐 누나가 다 돌봐줘’, ‘오빠 아프니까 네가 돌봐줘’ 이런 말을 듣고 실제 맡기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게 보호자 역할을 어느 정도 맡고 있는데 부모가 ‘알아서 할게’하면 완전히 배신당하는 느낌이에요. 그럼 이제까지 내가 한 건 뭐지? 이에 대한 인정은? 굉장히 모순적인 메시지가 오는 거죠. 난 이걸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겨울 : (부모님 말씀이) 감사한 말이긴 한데 그렇게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부모님들이 어느 정도는 비장애형제의 역할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신경을 안 썼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람은 정말 바람일 뿐이고, 사실 우리는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장애 형제 케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해요.


‘나는’은 17일, 새로운 자조모임을 시작한다. 기존 모임과는 분리된 모임으로 3월 중순에 발간되는 책을 함께 읽을 예정이다. 올해 단기 목표로는 미국 NGO 단체 Sibling support(시빌링 서포트)에도 방문하려고 한다. 시빌링 서포트는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생애 주기에 따라 비장애 형제자매를 지원하는 단체로 2007년 설립됐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마다 비장애 형제·자매 자조모임도 만들고 싶다. 그러나 급하게 생각하진 않으려고 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며 차근차근 꾸준히 하는 느긋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 내가 장애형제로서의 삶, 소유격의 삶을 살다가 이제야 나의 존재를 돌보며 숨통이 트이는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뿌리가 단단해지는 느낌이에요.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에너지가 다를 거 같은데요.


겨울 : 저한텐 삶이 너무 무거운 숙제였어요. 친구들도 제가 모든 것을 너무 열심히 한데요. 벼랑 끝에 몰린 사람처럼. 나는 실수하면 안 되고 실패하면 안 되고 다 잘해야 한다고, 저 자신을 너무 압박해왔어요. 그런데 모임 하면서 ‘좀더 나를 위해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해요. 나를 어떻게 좀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모임에서도 찾아보고 있어요. 그래서 저 진짜 건강해졌어요.


가넷 : 처음 봤을 때의 겨울은, 정말 거의 열심히 버티고 있는 사람이었죠. (웃음) 작년 9월 대학 캠퍼스에서 <‘완벽할 수밖에 없는 나’와 우울>이라는 주제로 서대문정신건강복지센터 협력으로 오픈 상담하고 강연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20대가 왔어요. 나는 장애형제에 비해 잘 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게 많은 비장애형제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거기서 오는 우울, 자기검열이 자기를 괴롭히거든요. 비장애형제들이 굉장히 많이 겪는 감정 중 하나에요. 그런데 많은 20대가 참석한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때, 이건 성장하면서 겪는 아픔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비장애형제이지만 비장애형제‘이기만‘한 건 아니니깐.


보다 정확한 언어를 찾느라 이야기는 종종 헤매고 멈칫했으나 인터뷰를 하는 3시간 내내 작은 공간을 채운 기운은 달떴다. 겨울과 가넷은 “우린 이런 경험을 했다는 거지 비장애 형제자매 모두가 이렇다는 걸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에요. 책을 읽고 누군가는 ‘나는 아닌데?’하고 이야기해주셨으면 해요. 그와 같이 이야기를 또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2편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아직 충분히 말해지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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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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