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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그 이후의 이야기, ‘같이 사는 삶’에 관하여
혜영-혜정 자매 이야기 담은 ‘시설 밖 생존일기 : 어른이 되면’ 공동체 상영 열려
"누가, 어떻게 혜정의 인생에 힘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등록일 [ 2018년03월24일 17시01분 ]

장혜정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흔히 성인 발달장애인을 ‘자립할 수 없는 어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인 비장애인 중 실제 ‘자립’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자립은 혼자서 살아내기 즉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서서 '자립'한다.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상처주고 사과하며 위로하고 할퀴는 일을 반복한다. 또,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짐이 되기도 한다. 홀로 ‘자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완성 된 어른’도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가 18년 만에 세상으로 나와 지난해 7월부터 언니 장혜영 씨와 함께 살게 된 장혜정 씨의 삶이 그렇다. 혜영 씨는 동생과 함께 헤쳐나가는 ‘시설 밖 생존일기’를 텀블벅 후원을 받아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았다. 23일 저녁 7시 30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주최로 장혜정-장혜영 자매의 ‘시설 밖 생존일기 : 어른이 되면’ 공동체상영이 노들장애인야학 4층에서 열렸다.


혜정 씨처럼 탈시설 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혼자서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며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갈까. 아니다. 이 영화는 혜영-혜정 자매의 ‘자립’을 그리지 않는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연립(聯立)’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른 속도로, 어른이 되어 가며 같이 산다고. 다만 이 ‘연습’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설이 나쁘다고. 혜영이 말한 “발달장애인 동생과 좌충우돌 일상을 보여드리고 싶다”의 ‘좌충우돌 일상’은 이 ‘연립’을 뜻한다. 서로 뒤얽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싸워서 얼굴을 쳐다보지 않더라도, 손만은 놓지 않는 연습.

 
혜정은 스테이크를 잘 썰지 못했다. 그런 혜정을 보며 혜영은 칼질을 대신 해주지 않고 혜정에게 스테이크 써는 방법을 알려준다. 혜정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이프, 포크 그리고 고기와 씨름해 겨우 한 점을 썰어낸다. 이어 혜영이 말한다. “힘들지 먹고 사는 게, 먹고 사는 게 힘든거야.” 혜정은 이후, 익숙하게 칼질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혜정은 합동공연을 위한 노래가사도 마음대로 개사해 부른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뽕짝’의 기운이 가득한 노래를 연습곡에 가미해 음악 선생님의 깊은 한숨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혜정은 음악 선생님과 수많은 연습 끝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한 연말 합동공연에서 언니와 연습한 노래를 완벽하게 부른다.


이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혜정이 마음대로 행동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며, 싸운다. 좋아하는 스티커 사진을 다음에 찍자는 친구의 설득에 혜정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혜영은 혜정 때문에 수없이 이마를 짚으며 잔소리를 한다. 그런 혜영에게 감정이 상한 혜정은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것은 혜정이 발달장애인이라서 무시하는걸까? 아니다. 조금은 빨리 어울려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 혜정에게 같이 사는 방법을 공유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함께’를 일찍 연습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 연습을 이제서야 시작하는 혜정과 대화하는 모습일 뿐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 상영 후 혜영 씨와 관객들이 나눈 대화를 전한다.사회는 최한별 비마이너 기자가 맡았다.

 

장혜영 씨가 관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최한별(이하 최) : 혜영과 혜정은 자매다. 남매였다면 이야기가 어땠을까.

 
장혜영(이하 장) :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매였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깊고 비슷한 삶의 궤적이 있었다. 한국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과 여자로 태어나는 것에 기대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매였기 때문에 나의 삶에 비추어서 혜정의 삶을 생각하는 게 조금 더 용이했다. 남매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나도 궁금하다.
 

관객 1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이라고 한다. 혜정이 세상과 부딪히고 힘들었던 것들은 최소한으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장면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먼 훗날 나도 시설에 있는 아버지와 누나를 데리고 나와 가정에서 살려고 준비 중이다. (주위 사람들의) 동정심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버겁다. 그래서 그 대책과 이 대안을 이 영화에서 많이 배웠다.

 
: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작업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감사하다. 이 영화에 무엇이 생략되어 있는지에 대해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혜정과 같이 살게 되면 그 이후에 어떤 일들이 가능해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탈시설 이후에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다그친다. 나는 그 대답으로 ‘이렇게 살자고요! 대단한 것이 필요한가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혜정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혜정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자원, 그리고 어떻게 건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데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관객 2 : 나도 시설에서 살다가 나왔다. 많은 변화들도 있었고.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혜정이 시설에서 나오고 난 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요란하게 하다 보니까 언론 인터뷰를 받을 때가 있다. 중점적으로 듣고 싶어 하는 부분이 ‘변화’다. 그래서 저는 아까 ‘조심스러운 질문’이라고 말하신 것이 공감 됐다. 장애인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으레 드라마틱한 극복이나 성장 이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혜정이를 데리고 나와야겠다고 결심 했을 때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 있다. ‘시설에서의 모습에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혜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만 말을 하겠다. 혜정이는 기분이 좋으면 말이 많고 답이 엉뚱하더라도 대화도 된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질문을 물어보면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왜?”다. 보통 시설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은 잘못을 했을 경우만 듣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하더라. 이 질문이 추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물어보려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고유명사가 많이 늘었다. 혜정이가 ‘불닭볶음면’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저는 태어나서 평생 불닭볶음면을 먹은 적이 없다. 저 이외에 누군가를 통해서 혜정이가 배운 고유명사의 음식이다. 불닭볶음면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혜정이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장혜영씨가 대답을 하고 있는 모습
 

: 그렇다면, 혜영 씨의 삶은 어떻게 변했나.

 

: 제 삶이 변한 것 중 하나는 그 전 까지는 ‘관객과의 대화’ 같은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웃음) 또, 혼자서 살았을 때의 고독함이 지금은 없다. 예전에는 믿는 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니까 내 자신을 좋아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혜영과 이런 저런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다. 마음이 편해졌다. 이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중요한 말이다.

 

관객 3 : 18년을 집에서 통합학급에서 보내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다. 혜영에게도 청소년기가 있었을 텐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중2 딸과 같이 왔다. 우리 아이도 사춘기를 겪고 있고 언니와의 관계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다. 그 시기를 지났던 사람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 일단 이 자리에 오는 것이 싫었을 듯 보인다. (웃음) 우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하고 있지 않을 고민을 해서 고독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고독에 대해 타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다. 그 시기의 저는,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또, 장애인 자매를 두고도 행복해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는 아주 조금은 더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 무슨 말들을 해도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장애 형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조금 더 골몰 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우선, 긴 시간 같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걱정하는 것은 한 가지다. 가족이 다시 책임지는 영화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다큐멘터리에 저 이외에 가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저와 혜정 그리고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지향하는 부분은 명백하다. 누가, 어떻게 혜정의 인생에 힘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혈연이 결코 아니다. 모든 장애인이 어떤 집에서 태어나는지와 상관없이, 한 명의 시민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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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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