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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열린 서울 특수학교 설명회… 반대 주민들 ‘욕설, 삿대질’ 퍼부어
사전 불참 통보한 반대 측 주민들 설명회에 난입
조희연 교육감, 반대 주민들 폭언 속에서 특수학교 설명회 이어나가
등록일 [ 2018년03월26일 18시56분 ]

26일, 서울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난입해 폭언을 쏟아내고 있다.
설명회장 앞으로 진입하려는 반대 측 주민을 서울시교육청 안전요원이 막아서고 있다.
“강서 주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데! 왜 장애인들을 다 강서구에 넣는 거야? 영등포는 (특수학교) 있어요? 양천구는 있냐고?!” 

 

‘혐오의 얼굴’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지속해서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 내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에 난입해 욕설과 폭력을 쏟아냈다. 교육청 측에 사전 ‘불참’을 통보했던 이들은 설명회가 개최된 공간에 난입해 1시간 내내 욕설과 비난, 폭력적인 행동 등으로 설명회 무산을 시도했다. 다행히 이날 설명회는 무산되지 않았으나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부모들은 이들의 혐오에 또다시 비명과 눈물을 쏟아냈다.

 

-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지에서 설명회 열려… 반대 주민들 ‘설명회 철회’ 요구

 

26일 오전 10시 30분,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들어설 구(舊) 공진초등학교에서 서울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 장소는 애초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었으나 설명회 며칠 전 급작스레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갈등은 지난해 폭발했다. 특히 지난해 9월 5일 열린 주민토론회에서 장애부모들이 무릎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사진이 포털사이트 1면을 채우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학교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수표로 반대여론에 거센 불을 지핀 지역구 의원(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겐 비난이 쏟아지고, 교육부는 특수학교를 대폭 확충한다는 내용의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을 발표하며 특수학교 설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설명회가 개최되는 공진초 앞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주민 20여 명은 설명회가 열리기 30분 전부터 공진초 앞에서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일방적인 설명회는 즉각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각종 피켓을 들고 설명회 취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주민은 취재하는 기자를 밀치며 “어디서 왔냐. 취재해도 우리 이야기는 안 실을 거 아니냐”고 항의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명회가 열리는 서진학교 앞에서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일방적인 설명회는 즉각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각종 피켓을 들고 설명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정문에 서 있던 이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들어서자 설명회가 열리는 4층 강당에 난입했다. 비대위는 확성기를 들고 “강서구 주민 아닌 사람은 나가세요. 왜 남의 동네 와서 떠들어. 조희연 교육감님, 교육청 가서 하세요. 교육청!”하고 외치며 설명회 시작을 방해했다. 비대위의 한 중년 남성은 “조용히 하라”는 장애부모를 향해 “씨발, 조용히 하라고. 나 욕하게 만들지 마”라면서 반말과 욕설을 퍼붓고 삿대질을 했다. 이들은 장애부모들을 향해 “강서구 주민이냐”면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고, 실제 신분증을 확인하기도 했다.


10분여간의 실랑이에도 잠잠해지지 않자 마침내 조 교육감이 나섰다. 조 교육감이 착잡한 표정으로 “저도 마음이 사실은 무겁습니다”라고 운을 떼자 비대위는 “집어쳐!”라고 고함쳤다. 비대위측이 조 교육감을 향해 달려들자, 교육청에서 배치한 안전요원들은 비대위를 둘러싸며 거듭 자제를 요청했다. 장애부모들도 일렬로 의자를 붙여 앉으며 비대위의 진입을 막아섰다.

 

서울시 특수학교 설립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
조희연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에 관해 설명하자 비대위측 사람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고함치고 있다.
- 조희연 교육감, 반대 주민들 폭언 속에서 특수학교 설명회 이어나가

 

조희연 교육감은 “작년 9월 6일 공청회 때 무릎 꿇는 학부모 사진이 온 국민을 울렸던 그 날 이후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기에, 사실 오늘 이렇게 강서주민 몇몇 분이 반대하리라고 솔직히 생각 못 했다. 마음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다”며 설명회의 시작을 알렸다.


조 교육감은 “지난 6개월간은 학교를 설계하고 비대위분들과 협의를 위한 접점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지자체 선거를 위해 미루는 거 아니냐는 장애학부모님들의 말씀을 듣고 특수학교 진행 과정을 담백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현재 특수학교 3개(강서구, 강남구, 중랑구)를 추진 중이라고 전하며 “특수학교 없는 자치구가 7개 있다. ‘특수학교 없는 자치구’는 없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왜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앞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통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장애부모들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강서구 가양동에 설립 예정인 서진학교는 연면적 12,661㎡로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다. 발달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22학급(142명)에 초·중·고등과정과 전공과가 만들어진다. 장애학생들의 자립을 위한 직업체험실과 전공과 과정의 직업실습실도 설치된다. 강남구 연곡동에 설립될 나래학교는 연면적 9,864㎡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지체장애학생 중심으로 22학급(136명)에 유아·초·중·고등 과정과 전공과가 만들어진다.


당초 서진학교와 나래학교는 2019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서진학교는 설계과정에서 연면적이 증가해 내진보강 설계 등의 절차를 추가하게 되었고, 나래학교는 신축 부지에 그린벨트 지역이 일부분 포함되어 건물신축을 위한 국토부 심의절차를 거치게 되면서 설계 기간이 늘어났다. 두 학교는 2019년 9월에 개교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파주에 있는 지혜의 숲, 강남 코엑스몰 등을 예로 들며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선다면 반대하는 주민분들께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복합문화공간엔 아동 돌봄, 노인전용시설, 다용도 작업실, 청소년 활동실 등이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어”, “조희연은 물러나라, 자격도 없다”며 확성기를 이용해 끊임없이 외치는 비대위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0분가량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어 서울시교육청 측은 “(본래 계획대로 3월에 개교하게 될 경우) 공사 상태에서 학생들이 수업받게 되므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의 안전 확보와 완전한 교육 준비를 마친 뒤 개교하기 위해 개교 일정이 9월로 연기된 것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 좀 더 좋은 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교육청은 올해 6월 학생 배치 및 교육과정 TF를 구성하여 10월까지 운영한 뒤 하반기엔 특수학교 재배치를 공고하고 학부모로부터 재배치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청은 세부 입학일정은 각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이 확성기를 이용해 설명회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비대위 측 한 남성이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부모에게 삿대질하며 폭언하고 있다.
- 장애부모 “우리 아이들이 꼭 쓰레기 취급당하는 것 같아” 눈물

 

서진학교와 나래학교 설립에 대한 교육청의 설명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으나, 질문은 나오지 않고 서울시의원과 비대위 측 주민들의 목소리만이 터져 나왔다.

 

한명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구 제4선거구)은 “이렇게 시의원도 무시하는데 주민들 의견이라고 경청하시겠나”라면서 “왜 여기까지, 공진초에서 설명회를 하시나. 장애인들 얘기 따로 듣고, 비대위 목소리 따로 들으시길 요청한다”며 조 교육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비대위 측은 “나래학교랑 강서구가 무슨 상관이냐. 강남에서 못하고 거기서 쫓겨나니 여기 와서 하는 건가. 강서구민이 봉인가?”라면서 “(학교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몇 시에 한다고 적어놓지도 않고 플래카드도 어제 붙였다. 오늘 설명회 한다는 거 오늘 알았다. 국민 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앞서 지난 16일 비대위원장 손아무개 씨 앞으로 설명회 참석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19일 교육청에 “주민 요구 의견 무시하는 명분 쌓기, 일방적 설명회는 의미 없는 설명회로 불참석”한다면서 “서울시 교육청에서 행정예고에도 없는 6학급 증설 추진은 국민을 속이는 야만적, 독선적 탁상행정으로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교육청 측에 사전 ‘불참’을 통보했던 비대위가 질의응답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 개최에 대해 조부용 함께가는 강서장애인부모회장은 “개교 연기에 대해 교육청이 장애부모들과 아무 협의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 설명회를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면서 “앞으로는 협의를 잘 해주었으면 한다. 2019년 9월 개교 때까지 큰 힘 써달라”며 교육청에 당부했다.


비대위 측의 방해가 지속되자 교육청은 결국 오전 11시 30분경 마무리를 선언했다. 교육청은 “질의응답을 더는 진행하기 어려운 거 같다. 오늘 제안된 주민편의시설을 바탕으로 향후 주민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 발전은 물론 주민들에게 유익한 시설이 설립될 수 있도록 조속히 진행하겠다”면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상생하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설명회를 마쳤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부모들은 또다시 터져 나온 ‘혐오의 얼굴’에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작년 9월 공청회 때 가장 먼저 무릎을 꿇었던 장민희 씨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다. 장 씨는 “내 자녀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후배 자녀들은 고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강서구 주민 전체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 몇몇 분들만 지속해서 반대하고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여섯 살 된 중증자폐성장애 자녀를 둔 고아무개 씨는 “우리 아이들이 꼭 쓰레기 취급당하는 거 같다”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고 씨는 “지난 설명회 때도 참석했는데 너무 무서웠다. 이번에 설명회를 교육청에서 한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갑자기 장소를 이곳으로 옮겨 무섭고 당황스러웠다”면서 “내년까지 기간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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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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