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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지원법’ 제정안 공개...장애인 수용시설 종식 될까?
"정부 주도로 탈시설 지원할 수 있는 체계 마련 위해 별도 법 제정 필요"
복지시설협회, "'탈시설' 용어 법에 명시 부담"...전장연, "지원법 아닌 '시설폐쇄법' 필요"
등록일 [ 2018년03월29일 21시50분 ]

‘장애인 수용시설’ 중심의 장애인 복지를 종식하고, 탈시설-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체계 마련의 내용을 담은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주최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대부분 토론자들이 ‘탈시설’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했으나, 이를 법에 명시하는 부분이나 법의 구체적 방향을 두고는 입장을 달리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주최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탈시설지원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탈시설,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정신… 스웨덴은 ‘시설폐쇄법’ 제정하기도

 

지난 2008년 장애인 거주시설 혁신방안에 의해 정원을 30명으로 축소한다는 정책이 시작됐지만, 소규모화되고 있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서비스 대상자는 2만 4654명으로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1% 수준이나, 여기에 쓰이는 예산은 전체 장애인복지 2조 2117억 중 22.4%에 달하는 4946억 원이다.


반면, 해외에선 이미 탈시설이 이뤄진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1997년에 ‘1999년까지 남아있는 모든 장애인 수용 특수병원 및 요양시설을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설폐쇄법을 제정했고, 2000년 1월부터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모든 지원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주로 법적 소송을 통해 탈시설화로 나아갔는데, 대표적 사례는 1977년 펜실베니아주의 펜허스트 사건이다. 법원은 펜허스트 학교·병원처럼 분리되고 불평등한 환경은 위법하다며 주정부에 펜허스트의 모든 거주인에게 새로운 집과 환경을 제공하라고 명했다. 이로 인해 탈시설을 하게 된 1154명에 대해 1979~86년까지 추적 관찰한 제임스 콘로이 박사팀은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의 삶이 평균적으로 더 나아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장애계의 요구에 국내 몇몇 지자체도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가 2009년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013년에는 시설 거주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화를 지원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 5개년 계획(2013~1017)’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전주시, 대구시, 광주시 등에서도 탈시설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 주도의 법과 제도는 전무했다.

 

- 정신질환자까지 포함한 탈시설지원법… 복지서비스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면 개편 

 

탈시설지원법 제정안의 초안은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표했다. 염 변호사는 “탈시설은 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 복지를 지역공동체에 기반을 둔 복지서비스 체계로 개편하여 재구축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장애인 탈시설화-사회통합 정책을 위한 자기 완결적인 개별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법 명칭은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하고, 법 목적에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을 명시했다. 또한, 법 적용 대상엔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거주시설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 등 장애인이 생활하는 모든 시설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5년마다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장애인 지역사회통합지원위원회를 설립한다. 전달체계 수립을 위해선 중앙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와 지역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한다.


염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시설에 상시 접근하여 탈시설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 거주인은 센터에 탈시설 지원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당사자가 스스로 신청하지 않거나 하기 어려운 경우엔 센터가 직권으로 탈시설 지원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탈시설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을 위해선 개인별 탈시설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센터는 필요한 복지 자원을 제공하거나 연계한다. 이 밖에도 법엔 장애인 생활시설의 단계적 축소와 신규 설치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 “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시설 소규모화 논쟁 종식돼야”...복지부, 커뮤니티케어로 탈시설 추진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의 문제점으로 “같은 장애가 있더라도 어느 지역에 살고 어떤 시설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정해져 왔는데, 이는 현재의 장애인복지가 권리가 아닌 ‘인생은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처럼 그저 ‘운이 따라주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탈시설지원법은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누구나 배제되지 않는 권리’임을 국가가 천명하는 것”이라면서 “시설을 놔두고서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모든 거주시설이 탈시설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다 강도 높게 규정하기 위해선 일명 ‘시설폐쇄법’이 필요하나 제정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현실적 우려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택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전반적인 사회복지서비스가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예를 들어 10년 안에 모든 시설을 없애고 탈시설한다는 기간의 마지노선을 정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장애인복지법에 탈시설 내용을 넣는 것이 제일 손쉬울 수 있으나 대상자가 장애인 거주시설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탈시설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임을 인정한다면 어떤 종류의 복지시설, 병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적용되어야 한다”며 별도 제정의 이유를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 법의 제정으로 그룹홈 등 시설 소규모화가 탈시설의 흐름이라는 주장에 대한 논란도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그룹홈 거주자들이 룸메이트를 진정으로 자신이 선택했는가?”라고 되물으며 “현재 탈시설을 단지 시설이라는 물리적 공간만을 기준으로 논하고 있는데 탈시설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서비스 방식 자체가 탈시설화된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당사자의 삶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투 트랙으로 탈시설을 추진 중”이라며 탈시설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으로 화답했다.


복지부가 밝힌 첫 번째 계획은 최근 발표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다. 이는 장애인, 노인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도록 하면서, 시설과 병원에서 퇴원·퇴소를 희망할 경우 지역사회 정책을 위한 자립생활을 적극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다. 신용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은 “커뮤니티 케어는 복지부의 브랜드 사업으로 현재 커뮤니티 케어 내에서 탈시설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7월에 커뮤니티 케어 로드맵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장애계와 탈시설민관협의체TF를 꾸려 논의 중이다. 복지부는 탈시설에 대한 개념과 탈시설전환센터 등의 내용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4월 중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 과장은 “법적 근거를 토대로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는 2022년까지 손가락만 빨 순 없으니 우선적으로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면서 “민관협의체 의견을 받아 연말엔 탈시설 로드맵이 나올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1~2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결국 예산이 문제인데 이 또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주최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 장애인복지시설협회, ‘탈시설’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감 보여


그러나 황규인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정책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계했다. 황 회장은 “‘탈시설’을 운동적으로 풀어갈 때는 사용할 수 있으나 국가 정책이 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서구의 경우에도 법명에 지역사회 돌봄, 지역사회 통합, 사회통합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탈시설의 궁극적 목적은 기존 시설을 폐쇄하는 데에만 있지 않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굳이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시설에 남아있는 장애인에게도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안된 법안엔 지역사회서비스 확대에 대한 계획이 미비하다고도 말했다.


이에 염 변호사는 탈시설 용어 사용에 관한 지적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지역사회 통합은 당연하다. 이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담겨있는데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를 다 담으면 장애인복지법, 혹은 2022년 제정 예정인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차이점이 없게 되며, 탈시설 내용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면서 “그래서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센터 지원 연계까지를 이 법의 역할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탈시설 개념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복지부 계획에 대해서도 “장애인복지법에 이미 시설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담겼는데 그에 반하는 탈시설을 넣는 것은 법의 정합성에 따르면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탈시설민관협의체TF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탈시설지원법 입법에 대한 유감과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에 관한 의견서’를 배포하며 탈시설 지원 이전에 시설 폐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법 제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에 탈시설지원법이 갑자기 제안되었다면서 “현실적인 제정 가능성만 고려한 입법 논의와 정부의 소극적인 예산 계획 추진에 스스로 갇혀”버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태에선 “탈시설지원법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가지는 것보다 더 실효성 있는 법 제정 운동으로 나갈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10년 내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추진계획’을 담은 ‘장애인 거주시설폐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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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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