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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 방송은 ‘화면해설방송’이 아니라 ‘자막 낭독 방송’이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이것저것 ‘총체적 문제’
제작업체의 낮은 전문성, 10% 비율조차 재방송으로 채우는 방송국, 손 놓고 있는 방통위까지
등록일 [ 2018년04월02일 14시43분 ]

(사진출처=픽사베이)

“궁금한 장면, 재밌는 장면, 등장인물 등 꼭 필요한 화면해설은 이뤄지지 않고 화면에 보이는 자막만 기계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 방송은 화면해설방송이 아니라 ‘자막 낭독 방송’이죠.”
“이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점은 철저하게 자막에 의존한 해설이라는 것. ‘화면해설=자막해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해설을 쓰신 듯함. 그런데 자막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함.”
“기본적으로 화면해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제작진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으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생각됩니다.”
“예능 프로그램인데 상황 설명보다 거의 자막을 그대로 읽는 해설들이라 듣기에 어색하고 장면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에 대해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한 모니터링 평가 중 일부다. 화면해설방송은 대사, 시간, 움직임, 소리 등 화면에 흐르는 수많은 정보 중 시각장애인이 해당 영상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로 화면해설작가가 재취합해 대본을 쓴 뒤 성우가 녹음하고 화면해설 전문엔지니어가 영상작업을 한다. 한 마디로 화면해설방송은 화면해설작가의 창조력,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 수준 등이 핵심이다. 성우가 단순히 폐쇄자막을 읽는 식으로 화면해설이 제작될 수 없는 이유다.
 
폐쇄자막방송, 수어통역방송, 화면해설방송은 요구되는 전문성, 기술 등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방송물시장에서는 한 업체가 서로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장애인방송을 모두 만드는 일괄수주방식인 이른바 ‘턴키방식’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 장애인방송의 영역이 다름에도 방송국들은 왜 일괄수주방식으로 한 업체와 계약을 할까. 황덕경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장은 장애에 대한 방송국들의 몰이해로 인한 행정편의주의를 꼽는다. 그는 “시각장애인 관련 분야에서 28년째 근무 중이다. 그런데 한국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가는 매우 드물다. 신뢰하기 힘든 ‘전문가적 인식’을 가진 업체와 방송국이 ‘턴키계약’을 하니 품질보증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방송사들은 한 업체에 모든 장애인 방송을 맡기려고 한다. 자신들 입으로 ‘한 곳에 맡기면 편하다’고 말한다. 행정처리 편하자고 특성이 다른 청각장애인용 방송과 시각장애인용 방송을 일괄수주방식으로 계약하나”라고 비판했다.
 
방송국들은 장애인방송 제작업체 선정에 있어 품질평가보다 최저가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BS는 올해 3월 주당 280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격 낙찰제를 시행해 화면해설방송 제작사를 모집했다. 내부감사에서 ‘최저가격 낙찰제로 방송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작년부터 방송국들의 재방송 비율이 38%까지 올라가는 등 화면해설방송 품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또한, EBS에서 최저가격 낙찰제를 시작하면 다른 방송사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이 입찰방식은 화면해설방송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형태”라고 우려했다. 현재 방송사업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정하는 방송시간 중 10%(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기준)를 화면해설방송으로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율엔 재방송도 포함된다. 기존에 제작한 화면해설방송을 몇 번이고 재방송하여 형식적인 비율만 채워도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 장애인방송 고시 등에는 의무편성비율 실적 평가 등 양적인 규제 이외에 프로그램의 질 관리에 대한 규정은 미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면해설의 방송 단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서 제시한 화면해설방송의 권장가는 분당 14,500원이지만 2017년 시장에서 지급된 단가는 평균 10,477원이다. 문제는 이 단가에 인건비도 포함된다는 건데, 화면해설방송의 단가가 낮아지면 인건비도 낮아져 화면해설방송의 품질 역시 하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 예시가 지금의 폐쇄자막방송 제작 시장이다. 기술력의 저변 확대로 전문인력이 시장에 빠르게 공급되면서 속기사협회 등이 방송사를 상대로 덤핑을 시작해 방송품질이 무너졌다. 만약 전문화면해설작가 등을 채용하지 않는 화면해설방송 업자들이 방송 품질 대신 낮은 단가를 미끼로 지상파 방송국 등에 덤핑을 시작하면 이 업계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각 업체의 전문인력교육시스템, 시장 규모 등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재원 장애인방송 정책 총괄 담당자는 “자체적인 연수프로그램이 없으면 커리큘럼을 만들라고 방송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업체 쪽에서 ‘공인된 교육이 어떤 게 있냐’고 물으면 재단에서도 답할 수가 없어 강하게 말할 수도 없다”면서 “‘작가’의 영역은 국가가 질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수어통역사, 속기사 등과 같은 자격증을 만들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담당자는 “각 업체 등에 최소한 화면해설방송 교육을 받은 인력을 고용하라고 말하면서 방통위에서 제작한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말하는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은 문제가 많다. 가령, ‘화면해설방송작가의 자격’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 실시하는 화면해설방송 전문작가 양성교육을 이수한 자’로 모호하게 표기되어 있다.

 

이에 대해 황 센터장은 “이해도, 관련 기관 및 단체라는 표현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턴키방식으로 제작하는 업체들도 모두 화면해설을 제작하는 관련 기관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 적어도 전문성 혹은 대표성이라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면서 “적합하고 지속적인 교육, 시각장애인의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갖춘 업체 등이라는 구체적인 기준들도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에는 화면해설작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초적인 내용만 서술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더욱 상세한 내용으로 보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은 장애인방송업계에서 중요한 해다. 2012년 제정된 장애인방송고시가 3년 주기로 재검토되는데, 올해가 바로 그 시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방송국과 화면해설방송 제작업체, 질적인 평가가 아닌 방송사업자들에게 부과된 의무편성률만 평가하는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이 만드는 화면해설방송이 되려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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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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