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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의료적 지원은 '교육 행위'… "교육권 시각으로 접근해야"
장애학생 가래흡인 등 의료적 지원 둘러싸고 학교와 부모 간 갈등 지속
일본, 지자체-의료계-특수교육계 연계해서 장애학생 의료 지원
등록일 [ 2018년04월06일 20시05분 ]

중증·중복 장애학생이 학교에 다닐 때, 가래흡인(석션)이나 경관영양(튜브를 끼워 영양물을 보급하는 영양법) 등은 누가 지원해야 할까. '비의료전문인이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를 회피하는 학교 측과 '부모도 비의료전문인인데, 부모가 학교에 계속 붙어 지원할 수는 없지 않나'라는 부모들 간의 의견충돌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수년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국내외적으로 모색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중증·중복 장애학생 교육권 증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중증·중복 장애학생 교육권 증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현재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의료자격이 없는 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학교들은 "석션을 비롯한 의료적 지원은 '의료행위'이므로, 의료 자격증이 없는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에게 이를 지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애학생의 부모들은 학교의 이러한 태도가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이라고 반박한다. 조지연 씨는 자녀가 다니던 학교로부터 '석션은 부모가 직접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 씨는 "아이가 호흡장애로 처음 기관절개를 한 후, 병원은 간단한 석션 원리와 위생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아이의 의료적 관리를 위해 내가 의료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라며 "이후 10년간 내가 아이를 위한 의료적 관리를 하는 것이 턱없이 부담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의료 자격증이 없는 특수교사에게 불법행위(석션)를 강요하지 말라'는 학교 측 입장이 이해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조 씨는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학교 보건교사도 '백업 의료진이 없는 이상 석션을 할 수 없다'라고 했다"라며 전문의료자격이 있음에도 '의료행위'가 거부되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아이가 기관절개를 처음 했을 때,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나는 이 아이의 보육을 책임지기 어렵다'고 했다면 나는 무책임한 부모로 비난받았을 것이다.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이를 대할 때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먼저 바라보는 것 역시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중증·중복장애학생을 위한 학교 건강관리 지원방안'을 발제한 한경근 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 역시 중증·중복장애학생에 대한 의료지원은 '의료행위'가 아니라 '교육행위'로 봐야 하며,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설명하며 "중증·중복 장애학생에 대한 의료지원이 교육 행위라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학생에 대한 가래흡인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교육책임자가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 2016년에 발표한 '특수학교 교사 평가 영역 및 평가 내용 요소'에서는 '중복, 중증 장애교육' 평가 요소 중 '기타 관련 영역'으로 '중증, 중복학생 건강관리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특수교사 양성과정 전공도서 역시 중증장애학생의 건강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1999년, "복합적 간호 서비스(Complex nursing services)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라는 판결을 내렸고, 미국 장애인교육법 개별화 교육계획에서도 '장애아동이 무료의 적절한 공교육을 받기 위해 고안된 학교 간호 서비스(school nurse services)'를 개별화교육계획에 고려해야 할 서비스로 명시하고 있다.

 

정순경 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지난해 부모연대 연수를 통해 일본을 방문, 군마현 특수학교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료적 케어'를 살펴보고 왔다. 군마현은 병원이나 양호원 등 전문 의료인력이 근무하는 시설과 특수학교를 연계하고 있다. 시설에 소속된 의사들은 특수학교에 파견되어 장애학생에 대한 의료적 돌봄을 지도하고 조언한다. 또한, 학교에 간호사들을 배치해 전문적 의료 활동을 지속해서 지원한다.

 

현재 군마현에 '의료적 케어'가 필요한 학생은 73명이고, 학교에 배치된 간호사는 19명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장애학생에 대한 의료적 케어를 모두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 역시 의사나 간호사들로부터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일정 부분 의료적 케어를 직접 이행한다.

 

정 부대표는 "일본 특수교사들이 한국과 달리 장애학생에 대한 의료적 케어를 실시하는 배경에는 개인적 역량이나 시설이 아니라, 지자체와 의료계, 그리고 특수교육계를 아우르는 체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군마현 차원에서 '의료적 케어 지원사업 운영 협의회'를 구성해 의료 전문가부터 특수교사, 교장, 보건교사, 재활치료인력, 그리고 보호자까지 모여 의료적 케어 지원사업 진행 방향을 논의한다. 각 특수학교에서도 '교내 안전위원회'를 설치해 의료적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의료진은 물론 교원들까지 충실한 연수와 사례관리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고, 행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중대한 실수나 고의가 아닌 이상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왼쪽부터 조지연 학부모, 한경근 교수, 정순경 부대표

김신애 부모연대 경북지부장은 "중증·중복장애가 있는 우리 딸은 섭식과 석션 관리를 특수교사와 보조인력이 모두 했고, 이렇게 9년 동안 학교에 잘 다녔다"라며 "엄밀히 따지자면 부모나 활동지원인이 의료적 지원 하는 것도 '불법'인데, 의료자격을 이미 갖춘 보건교사까지 있는 학교에서 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 사고에 대한 책임만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법적 체계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 자격이 있는 보건교사가 하느냐, 자격이 없더라도 특수교사도 해야 하느냐’는 식의 논의가 본질이 아니"라며 "이 문제를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줄 것을 정부와 학교, 그리고 부모들에게도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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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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