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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장애인 권리의 마지노선… 후퇴는 안 돼”
대통령 개헌안 중 장애인 기본권 강화 조항 관련 토론회 열려
등록일 [ 2018년04월11일 18시14분 ]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총력 저지를 내걸고 있는 한편 권력 구조를 내각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개헌안에 힘을 싣고 있다. 이처럼 30년 만에 새로 시작된 개헌 논의가 정치권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정작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에 대한 토론이 사실상 생략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주요 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헌법개정장애인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는 11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 중 장애인 기본권 강화 관련 조항들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논의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헌법개정장애인네트워크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 중 장애인 기본권 관련 조항에 대해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대통령 개헌안 발표 직후 네트워크는 “정치 권력의 재편에만 국한된 개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삶과 권리를 폭넓게 규정하는 기본권 중심의 개헌”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를 추가하고, 제36조에서 장애인의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의 권리를 새롭게 명시한 것 등이 장애계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는 기존 헌법이 ‘장애’를 ‘신체장애자’로 표현하고 또 ‘국가의 보호’를 받을 대상으로만 규정한 것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 중 장애인 기본권 관련 주요 조항

제11조
① (차별금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도 성별·종교·장애·연령·인종·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② (적극적 평등조치) 국가는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 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제36조
③ (존엄한 삶) 장애인은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누리며,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그간 네트워크가 새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내용이 반영된 것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 또한 지적됐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은 개헌안의 장애인 관련 조항이 “기존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권리’로 변화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독자조항 형태가 아니라 어린이 및 노인과 함께 하나의 조항으로 포함된 것은 다소 한계”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 정책조정실장은 또 제36조 3항에서 장애인의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 동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 등을 명시했지만 “이를 위한 국가의 구체적 책임과 의무가 누락되었다는 것도 분명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안이 앞으로 개헌 논의에서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 이하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동안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로 여겨졌던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도달해야 할 목표로 제시되어 왔다. 개헌안을 계기로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 명문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왕 변호사(왼쪽)와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정실장(오른쪽)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도 “대통령안은 최저기준이다. 여기서 절대로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가 들어간 것의 의의로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성별, 종교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엄격히 심사한 반면, 장애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왔는데,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장애에 대해서도 엄격히 심사될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극적 평등조치와 관련해서도 “법률상 장애인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평등조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였는데, 이에 대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례가 있었다. 물론 합헌이 나왔지만, 이 조항이 들어간다면 의무고용제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덧붙여 제22조 3항에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서 “이는 장애계가 요구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정보접근권에서 소외받아 온 이들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명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해 온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이 조항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개헌안은) 정보격차의 문제를 독점의 문제로만 봤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다문화나 언어다양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독점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의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격차와 정보독점의 문제는 떼어놓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보제공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의 취약성을 교정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될 것”이라며 “국가가 생산하는 정보 또는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서비스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교수는 또 개헌안의 기본권이 지금보다 풍부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헌법은 ‘대강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헌법에는 클 틀의 이야기만 담고 자세한 내용은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입장”이라며 “헌법은 국민이 국가에 내리는 명령이기에 구체적일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기에 기본권 규정은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의 이 논의가 향후 만들어질 새 헌법의 ‘해석 투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 논의의 첫째 목표는 우리 주장을 헌법 조문에 담아내는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앞으로 만들어질 헌법에 대한 해석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우리가 입법자라면, 지금이 바로 입법 의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개헌 논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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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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