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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소 가능성, 생각조차 못해봤다"...시설 거주인 실태조사 결과 드러나
인권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소하는 법적 관행 개선" 등 정책 과제 산적
등록일 [ 2018년04월19일 14시15분 ]

충북의 한 정신요양시설. 거주인들이 사는 곳이 철문으로 막혀있다.

 

"바람 좀 쐬고 싶다. 바깥은 필요 없고 운동장이라도."
"(외출해봤냐는 질문에) 해발 600m라서 상점도 슈퍼도 없어요."
"(여름에) 사용할 수 있는 에어컨이 없어요. 선풍기는 불날까 봐 끄고 자요.“
"바깥에 나간 지 26년 됐어요. 정신병원에만 있었어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19일 공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시설 거주인들의 말이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전국장애인부모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인권위의 용역을 받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45개소와 정신요양시설 30개소에 거주하는 생활인 1500명의 실태를 조사해 이 보고서에 담았다. 보고서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년 이상 장기 거주자도 다수...비자발적 입소 비율도 압도적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인 33.2%가 10년 이상~20년 미만 거주했고, 그다음으로 20년 이상(1997년 이전 입소)이 24.9%나 됐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의 경우 20년 이상이 가장 많은 36.2%였고,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29.2%였다. 즉,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시설에 갇힌 채 살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입소 경위에서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의 67.9%, 정신요양시설 응답자의 62.2%가 비자발적으로 입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입소 과정에서 사전 설명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비율도 각각 21.3%와 45.5%에 달했고, 입소 당시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경우도 30.1%, 44.6%였다. 즉, 시설 입소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자발적·강제적이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심지어 퇴소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의 18.0%와 정신요양시설 응답자의 34.5%는 자신이 퇴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본인의 퇴소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본인이 아닌 가족 또는 시설장이라고 답한 경우도 각각 54.0%, 63.4%에 달했다.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


거주 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1개 숙소에 6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비율이 각각 36.1%, 62.7%였고,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70.7%), 식사와 간식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제한당하고 있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없다(31.2%, 50.4%)는 경우도 많았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의 경우 시설 측이 식사를 주지 않아 굶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16.0%나 있었다.


게다가 시설 거주인들은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폭력·학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들은 무시(14.9%), 언어폭력(18.4%), 신체폭력(14.0%), 감금(8.1%), 강제 투약 또는 치료(6.7%), 강제 노동(9.1%) 등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정신요양시설 응답자는 강제 격리 조치(21.7%), 강박(12.4%), 강제노동(13.0%) 등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시설 내에 인권위 진정함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각각 19.4%, 17.6%에 달했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만을 대상으로 한 건강실태조사 결과는 상당히 우려스러웠다. 비만 유병률은 전체 32.6%로 일반 성인 인구 유병률 34.8%와 비슷했지만 저체중 유병률은 10.9%로 일반 인구 4.5%에 두 배를 넘어섰다. 구강 상태는 더욱 심각해 우식영구치율(영구치에 생긴 충치 비율)과 상실영구치율(영구치 중 1개 이상을 상실한 비율)은 각각 57.3%, 69.7%로,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 인구보다 3배 가까이 됐다.


이 때문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응답자의 42.6%, 정신요양시설 응답자의 59.7%가 퇴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중 즉시 나가서 살고 싶다는 이들이 모두 절반을 넘었다. 따라서 보고서는 이들의 퇴소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소가 가능하게 하는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하고, 요양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의료기관으로 분류되면서 위헌적인 강제입소가 가능케 하는 정신보건 관련 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자의 입소 거주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거주 의사를 확인한 후 계속 거주 희망자는 재계약 절차를 밟고, 퇴소 희망자는 퇴소 조치를 취하는 대책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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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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