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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속도로 기어서 청와대까지...420 앞두고 오체투지 행진
77인의 장애인차별철폐 오체투지, 문재인 대통령 면담 촉구
청와대 앞 1박2일 노숙농성 예정
등록일 [ 2018년04월19일 20시27분 ]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 77명이 휠체어에서 내려 오체투지로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등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향해 장애인이 온 몸으로 기었다. 어떤 이는 무릎으로 나아갔고, 어떤 이는 자기 몸을 통나무처럼 굴렸다. 한 시간 남짓 몸을 굴려도 100미터 앞에 다다르기도 힘들었다. 길옆으로 자동차들은 쌩쌩 달렸지만 기어가는 장애인의 소매가 헤지고 무릎이 까져도 제자리걸음일 뿐이었다. 어느 순간 멈춰버린 장애인의 권리처럼.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 77명이 ‘오체투지’ 투쟁을 벌였다. ‘촛불혁명’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월까지 1842일에 걸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벌인 장애인단체를 만나 이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진척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장애등급’은 ‘장애정도’로 바뀌었지만, 등급제 폐지에 따라 확대되어야 할 서비스 예산은 확보되지 못했다. 부양의무제도 정부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생계급여·의료급여는 후순위로 밀렸다. 탈시설에 대해서도 정부가 그 개념만 수용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여기에 발달장애인 가족 209명이 지난 4월 2일 삭발 투쟁을 벌이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공식적인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했다.


이에 ‘2018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앞서 지난 3월 26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수용시설 폐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듣겠다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지만 아직 청와대로부터 답이 없다. 결국 420공투단은 77명의 지체·뇌병변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내려 몸으로 청와대로 다가가 이 장애계의 ‘3대 적폐’ 폐지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기로 했다.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는 장애인들.

장애인들이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다.

행진 대열 선두에 펼쳐진 대형 플래카드.

오체투지 투쟁에 앞서 이날 3시에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문재인 정부 1호 정책이 치매국가책임제다. 치매로 가정의 붕괴를 낳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제 ‘국가가 효도할 차례’라고 말한다”면서 “발달장애인도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가족이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도 선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발달장애인법 시행된지 3년이 됐지만, 예산은 고작 85억이다. 이 예산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 정부가 통크게 국비 1500억, 지방비 1500억 투자로 낮시간 데이케어서비스 등을 책임질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정부가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등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나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수급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얼마나 간섭을 많이 받고 감시당하는지 모른다.”며 “왜 우리는 모두 기초수급만 받고 살아야 하나.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일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운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수장들이 지금 다 구치소에 있다.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대통령은 모두 구치소를 간다”면서 “우리 투쟁의 성과로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정부에 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연금 대상자 늘리라고 했더니 문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도에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누가 믿나? 탈시설에 대해서도 내년 중에 시설에 사는 3만명 중 100명만 탈시설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다 죽어도 못 나온다”면서 “대한민국 모든 거주시설은 10년 내에 폐쇄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6시경부터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으며, 오후 8시 현재 경복궁역 앞까지 도착했다. 이들은 이후 9시경부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문화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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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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