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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수감된 장애인, 손톱만한 욕창이 엉덩이 뒤덮을 때까지 교도소는 “괜찮다”
욕창 악화로 뼈 드러나… 입원비와 수술비, 장애인 당사자가 부담
법으로 보장된 장애인 수용자 편의 지원, 사회적 인식에 갇혀 '얼음'
등록일 [ 2018년04월26일 17시01분 ]

김동훈 씨(가명)는 척수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구속 수사 끝에 9월 21일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로부터 7개월만인 4월 현재, 김 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해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에는 없었던 저온화상과 거대한 욕창이 그의 하반신 전체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욕창 부위는 상당히 심각해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곪아갔다.

 

김동훈 씨(가명)의 꼬리뼈 부위에 발생한 욕창. (사진제공=김동훈/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게시).

처음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부터 김 씨의 꼬리뼈에는 오래된 욕창이 있었다. 처음 생긴 이후 약 10년 동안 있었던 손톱만한 욕창이었다. 딱히 크기가 커지거나 정도가 심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교도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욕창은 조금씩 커졌다. 침대에서 지내며 수시로 체위변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에서 지급받은 매트리스가 집에서 사용하던 것과 달리 딱딱했기 때문이라고 김 씨는 생각한다. 큰 걱정 없이 외래 진료를 신청해 두 차례 병원에 다녀왔다.

 

2018년 1월 초, 김 씨의 재판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첩됨에 따라 그는 경기남부에 위치한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안양교도소는 전국에 있는 9개 '장애인 전담 수용 교도소' 중 한 곳이다.

 

'장애인 전담 교도소'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김 씨가 안양교도소에서 배정받은 '의료거실'은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일반 수용실과 달리 군대 내무반 같은 형태로 침상이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화장실 입구 턱이 높아 휠체어 탄 채로 들어갈 수 없어, 김 씨는 기어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

 

김 씨는 10여 일이 지나서야 화장실 턱이 없는 의료거실로 옮겨갈 수 있었다. 김 씨에 따르면 턱이 없는 화장실은 안양교도소 전체에 한 곳 뿐이기에, 먼저 방을 사용하고 있던 사람이 옮길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의료거실 침상에는 열선이 깔려있는데, 온도가 굉장히 높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 더구나 침대가 아니다 보니 손으로 잡고 체위를 변경할 수 있는 구조물도 없었다. 김 씨의 다리에 저온화상이 늘어갔고, 욕창도 커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김 씨는 욕창 방지를 위한 에어매트리스 반입을 교도소에 신청했다. 신청은 기각되었고, 대신 '환자용' 매트리스가 지급되었다. 하지만 환자용 매트리스를 사용해도 김 씨의 욕창은 점점 커졌다. 두 번째 신청 후에야 에어매트리스 반입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에어매트리스 사용에도 불구하고 욕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김 씨는 열선이 깔린 바닥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에어매트리스를 사용해도 욕창 부위가 '익어서' 낫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가운 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이불을 덮어두면 부글부글 끓을 정도였어요. 그랬으니 에어매트리스를 사용해도 욕창 부위가 계속 열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욕창 치료는 안양 교도소 내에서 이뤄졌다. 화상 부위가 많고 욕창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지만 교도소는 매일 드레싱을 하며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다. 허리를 돌려 욕창 부위를 직접 보는 것이 어려웠던 김 씨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안양 교도소에 들어간 지 약 한 달만인 2월 8일, 의식이 흐려질 정도의 열이 그를 덮쳤다. 40도가 넘는 고열이었다. 김 씨는 인근 한림대병원 응급실로 호송되었다.

 

병원에서는 고열의 원인이 패혈증이라고 했다. 혈액 감염으로 인한 장기 기능 장해와 쇼크 등에 따라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질병이다. 김 씨의 패혈증은 욕창과 화상 부위 감염이 원인이었다. 위급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에서 조치를 받던 김 씨는 곧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 욕창 악화로 뼈 드러날 지경… 하지만 입원비와 수술비, 장애인 당사자가 부담해야 

 

안양교도소는 일주일간 김 씨의 입원을 지원하다가 2월 14일부터는 형 집행정지를 선언했다. 이것은 수형 기간에 김 씨의 입원 기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의료비 역시 교도소에서 지불하지 않고 김 씨의 몫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김 씨는 욕창과 화상이 심해 3월 12일까지 한 달간 더 입원해야 했다. 병원비는 약 300만 원이 나왔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던 김 씨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었다.

 

긴급 의료비 지원 신청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김 씨의 형 집행정지가 종료된 것이다. 아직 욕창과 화상 치료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김 씨는 3월 12일, 욕창을 가진 몸으로 다시 교도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는 다시 응급실로 실려 갔다. 김 씨는 병원비나 형기 등 부담이 있었지만 몸이 먼저라는 생각에 형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두 번의 기각 후 세 번째 신청에서야 겨우 그는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9일 병원에서 만난 김 씨는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 형을 사는 건 이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비장애인은 겪지 않을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 고통을 두루 겪어야 하는 건 부당하지 않습니까"라고 한숨 쉬며 말했다. 그의 하반신에는 고름을 빨아들이는 기계가 부착되어 있었다. 의사는 고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살이 어느 정도 차올라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직 수술날짜도 확정할 수 없는 단계인 것이다.

 

김 씨를 지원하고 있는 김재룡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척수장애인에게 욕창은 치명적이다. 당사자의 요구도 무시해가면서, 욕창이 이렇게 거대해지기까지 그저 '괜찮아진다'라며 방치한 교도소 측에 굉장한 분노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가 지정한 '장애인전담교도소'는 총 9곳이다. 김 씨에 대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했는지, 그리고 '장애인전담교도소' 관리 매뉴얼은 무엇인지 묻는 일산센터 측의 질의에 법무부는 “안양교도소 등 9개 장애인수용교도소를 지정해 장애인 편의 관련 시설 및 장비를 갖추어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기관(안양교도소)에서 형집행법 54조 2항에 따라 수용자 김 씨를 의료거실에 수용하고 욕창 방지용 에어매트 사용을 허가하는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였다”라고 답변해왔다. 

 

 

김 씨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여부를 질의한 것에 법무부가 답변한 내용. (일산IL센터 제공 자료 갈무리)

 

형집행법 제54조에서는 교정시설의 장은 수용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여 그 처우에 있어 적정한 배려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또한, 행집행법 시행규칙 45조에 따르면 교도소장은 수용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수용자의 지급기준을 초과한 주·부식, 의류·침구, 그 밖의 생활용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밖에도 '장애인수형자 전담교정시설'은 수용자의 장애특성에 맞는 재활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장애인 재활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료진과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법의 존재와 실제 이행 사이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지난해 9월, 척수장애인 정아무개 씨는 교도소에서 적절한 편의를 받지 못해 욕창이 발생했다며 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 씨는 본래 사용하던 팬티형 패드 반입을 요청했으나 교도소 측은 '사회에서 가져온 물품을 사용할 수 없다'라며 교도소에서 지급한 패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심한 욕창이 발생했으나 법원은 정 씨에게 발생한 욕창이 교도소에 들어간 지 5일 만에 발생했기 때문에 공무원 과실에 의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소송을 지원했던 백지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장애인 당사자의 신체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장애로 인한 신체적 손상에 관한 당사자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백 간사는 "교도소 내 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굉장히 열악하지만 '재소 장애인은 범죄자'라는 인식과 수용시설의 폐쇄성 때문에 실태조사와 개선 요구 반영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백 간사는 "인신구속 자체가 범법에 대한 형벌로 작용하는 것인데, 수용시설에 있다는 이유로 건강권과 생명권까지 위협당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는 엄연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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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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