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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HIV 감염 지적장애 여성, ‘성매매 알선자’보다 높은 형량 받아
재판부, "위력이나 위계로 성매매 강요받은 것 아니다...공모한 것"
여성·HIV/AIDS 단체, "지적장애 여성의 삶 맥락 지우고 피해자 처벌하는 꼴"
등록일 [ 2018년05월16일 11시58분 ]

과거 관련 뉴스를 보도한 연합뉴스 TV 영상 갈무리
 

부산 지적장애 HIV 감염 여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되었다. 판결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낙인과 착취의 맥락을 지운 채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A 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2010년 HIV 감염 사실을 확인했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10여 명의 남성과 성매매를 하다 지난해 10월 경찰에 적발되었다. 당시 언론과 인터넷은 A 씨를 '에이즈녀'라고 칭하며 자극적인 보도와 여론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아래 성매매처벌법)',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아래 에이즈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A 씨의 남자친구인 B 씨, 그리고 B 씨의 친구인 C 씨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 재판부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A 씨),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B, C 씨)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A 씨가 '위계나 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으로, 성매매처벌법 제2조 1항 4호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진술, B 씨에게 보낸 편지, 범행 전후 언행으로부터 A 씨가 지적장애 때문에 B, C 씨와의 관계에서 미약하거나 위계, 위력 때문에 성매매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A 씨 역시 성매매를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에게 가장 높은 양형을 선고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 부산 지역 여성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B 씨와 C 씨가) 생활비가 필요하여 피고인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바, A 씨는 명백히 성매매하도록 알선·유인된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A 씨는 지적장애여성으로 현행법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를 가진 자"라며 "설령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되었다면 성매매 피해자로 보아야 한다"라고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HIV에 감염된 지적 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성 매수자와 알선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성 착취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처벌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규탄한다"라며 재판부와 검찰에 성인지 감수성과 성 착취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성매매 알선, 구매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아래 HIV/AIDS네트워크) 역시 15일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냈다. HIV/AIDS네트워크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HIV 감염인이었으며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자 친구가 알선하는 성매매에 나선 A씨가 왜 처벌받아야 하는가. 타인에게 시킬 성매매를 계획하고 그로 인한 이득을 취하고자 했던 알선자보다 왜 더 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HIV/AIDS네트워크는 "재판부는 지적장애를 가진 HIV 여성 감염인이 처한 사회적 맥락을 삭제하고 이 여성과 성매매를 알선한 남자친구, 남자친구의 친구 세 명을 공동정범으로 묶어놓았을 뿐"이라며 "A 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과 격리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받고, 착취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 받지 않고 지지와 지원을 통해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A 씨 변호인단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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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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