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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리프트 때문에 또 사람이 죽었다” 장애인들, 광화문역 휠체어리프트 점거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사과하라“ 촉구하며 1시간 30분간 시위
“서울시, 2015년에 장애인이동권 증진 계획 발표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어”
등록일 [ 2018년05월23일 13시13분 ]


광화문역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에 긴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타려다가 또 떨어져 죽었습니다”
“여기 단체 고발할 거야. 지금 엘리베이터 설치가 문제야? 다들 아침에 늦고 있는 게 문제지!”

 

23일, 오전 8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에 ‘서울시는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적힌 22m짜리 긴 현수막이 바닥에 깔렸다. 계단의 절반을 차지한 현수막으로 출근길이 ‘반토막’나자 정신없는 출근길에 교통대란을 마주한 몇몇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한다. 그럼에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소속 장애인활동가 20여 명은 계단 위아래에 서서 피켓을 들고는 ‘신길역 장애인 휠체어리프트 사망 사건’을 시민들에게 알려 나갔다.

 

“서울시는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지십시오!”

 

지난해 10월 20일 고(故) 한아무개 씨가 신길역 내 휠체어리프트에 탑승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났음에도 서울교통공사 측은 유가족에 대한 일체 사과 없이, 7월 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추후에 쟁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만을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따라서 서울장차연은 서울시에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2015년 12월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이행 촉구를 요구했다.

 

당시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6년에 이미 광화문역 휠체어리프트는 철거되고 이 자리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광화문역엔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리프트만이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1동선이 미확보된 37개 지하철역사 내에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 등도 약속했으나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전 8시 30분경, 인파가 더욱 많아지면서 정체 현상이 심해지자, ‘출근 시간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시민들의 항의도 거세졌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가 계단 위로 올라가기 위해 휠체어리프트 이용을 광화문역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리프트를 작동시키기 위험하다’, ‘시위 중이라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 대표가 이에 항의하며 휠체어에서 내려와 현수막이 펼쳐진 긴 계단을 기어오르자 몇몇 시민들이 그를 향해 욕하거나 고함을 질렀고, 한 남성은 “당신들만 권리 있어? 우리가 이 계단을 지나다닐 권리를 당신들이 막고 있잖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현수막 위 계단에 앉은 김 대표는 “휠체어 탄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다. 우리는 매일 출근하지 못하고 산다. 여러분들의 잠깐 겪고 있는 ‘불편한 경험’을 우리 장애인들은 매일 겪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김광이 장애와여성상상행동 마실 대표가 광화문 역사 내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시킬 수 없다는 광화문역 측에 항의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 올라가고 있다.
 

이원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나는 광화문역으로 오기 위해 광화문역을 이용하지 않는다. 1호선 시청역에 내려 휠체어로 광화문까지 달려온다.”면서 ‘목숨을 내맡겨야만 하는’ 휠체어리프트를 피하기 위해 긴 거리를 돌아와야만 하는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알렸다.

 

최용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또한 “우리는 이 ‘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은 목숨 걸고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많은 비장애인들이 이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면 당장 철거됐을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음에도 왜 아직까지도 설치하지 않는가. 지금 당장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002년 발산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도화선이 됐듯, 이번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를 계기로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모두 철거하고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 지하철 역사 5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들에게 △장애인·노인 서울시 준공영운영 시내버스 무상요금 지원 △지하철 전 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확보 및 2022년까지 100% 설치 △서울시 시내 저상버스 2025년까지 100% 도입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이용 개선 대책 마련 △장애인 단체활동·여행 시 휠체어 접근가능 전세버스 마련 및 공공운영 △서울시 장애인 마을버스 이용 보장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장차연은 9시 30분까지 선전전을 이어나간 후, 조동수 서울교통공사 고객서비스 본부장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장차연 측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와 면담 여부, 2022년까지 1동선 100% 설치에 대한 확답을 비롯해 내년 6월까지 광화문역사 엘리베이터 완공 등에 대한 답변을 오는 30일까지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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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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