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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인들’을 위한 ‘감시와 처벌’ ③] 상윤이 사건에 내려진 ‘치료감호’ 명령의 의미는?
푸코와 함께 장애 읽기-9
등록일 [ 2018년05월24일 15시16분 ]

충동, 정신의학의 기발한 만능키


법의학적 정신감정은 광기와 범죄를 분할하는 것 못지않게 광기를 사법담론 안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 법원이 정신의학자의 소견을 들으려 할 때 그것은 무엇이 피고를 범죄로 이끌었는지 알기 위해서다. 근대의 법정이 ‘이성의 법정’인 것은 이성을 가진 자만 법정에 서라는 얘기만이 아니라,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행위만 판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18세기 중반까지 범죄에 대한 이성적 설명은 ‘이해’(利害, interest)의 원리로 이뤄졌다. 범죄는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떤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처벌은 범죄의 이익(쾌락)을 짓누를 수 있는 만큼 손해(고통)를 가하는 것이다. 18세기 중반부터 법원이 정신의학을 요청하게 된 것은 이해의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범죄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18세기 말의 ‘앙리에트 코르니에’ 사건이 그렇다.


아직 젊은 여자는 - 첫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자기 아이들을 버린 여자 - 파리의 여러 가정에서 하녀로 들어갔다. 몇 번에 걸쳐서 우울을 표현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한 후 어느 날 그녀는 이웃 여자에게 19개월 된 그녀의 어린 딸을 봐 주겠다고 자청했다. 이웃 여자는 잠시 망설인 후 허락했다.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여자아이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와 준비해 둔 큰 칼로 아이의 목을 잘라 한 손에는 몸통을, 다른 한 손에는 머리를 든 채로 15분간 서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찾으러 왔을 때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댁의 아이는 죽었다.”고 말했다. 불안해하며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아이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앞치마에 머리를 싸서 창문 밖으로 던졌다. 곧 잡힌 그녀는 사람들이 “왜 그랬느냐.”고 묻자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1)


그녀의 행동에서 아무런 이해관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광기는? 그녀의 행동에서 어떤 ‘망상’이나 ‘환각’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성적지도 않지만, 광기도 아니다. 도대체 그녀의 범죄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소장은 그녀의 일생, 어떤 존재방식, 습관, 삶의 양태에서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녀는 자기 남편과 헤어졌다. 그녀는 방종에 몸을 내맡겼다. 사생아를 둘 낳았다. 그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맡겼다. 등등. 범죄의 원인이 개인의 비정상적인 개인사 안에 있다는 논리가 사법담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편, 마르크라는 의사는 소견서에 범행 당시 코르니에가 생리 중이었음을 언급한 뒤 코르니에한테서 “억제할 길 없는 경향” “억제할 길 없는 감정” “거의 억제할 수 없는 욕망” “그 근원을 책임질 수 없는 잔혹한 성향”을 발견했다고 썼다.


개인의 신체 안에 있으면서 그의 신체 발달과 정신 발달을 지배하며, 정상적인 발달 경로를 이탈하거나 퇴행할 때 변태 성향을 일으키는 힘, 개인의 신체 안에 있는 공고한 자연성으로서 엄격한 규범과 세밀한 훈육에 의하지 않고서는 좀체 통제하기 힘든 육체 안의 이 자연성을 뭐라고 부를까? 19세기 정신의학은 그것을 ‘본능’(instinct), ‘충동’(drive), 혹은 ‘본능충동’으로 개념화 했다. 충동의 메커니즘이 스스로 발전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병인가, 아닌가? 그 자체로 병리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충동 체계나 충동의 역학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충동을 통제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가? ‘충동’은 정신의학의 커다란 주제가 되었다. 충동의 문제는 19세기 초까지도 광기의 핵심증상이던 정신착란과 환각의 문제를 밀치고 정신의학의 중심부로 들어왔다.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치료감호소에 수감되는 두 번째 부류는 충동의 문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치료감호법은 “소아성기호증(小兒性嗜好症), 성적가학증(性的加虐症) 등 성적 성벽(性癖)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지은 자”를 치료대상자로 규정한다. 사례 하나, 2017년 9월 대전고등법원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정보 공개·고지 10년, 그리고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초등교사였던 A씨는 1996년에도 초등학생 7명을 성추행해 해임됐으나 2002년 다시 초등교사로 신규 채용됐다. 2014년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제자인 B양의 학업 성취도 평가 시험 답안을 고쳐준 뒤 추행하는 등 8개월 동안 교실에서 모두 7차례 B양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2)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6년에서 4년으로 형량을 줄여 줬으나, 원심에는 없던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소아성애자 등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성범죄자는 최대 15년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할 수 있다. 어떤 정신과 의사가 어떤 방법으로 그의 소아성기호증을 감정했을지, 치료감호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의 병을 치료할지, 언제쯤 치료가 끝나 교도소, 혹은 사회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그가 치료감호소에 수감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15년에 2년 씩 3회 추가 총 21년이다.
 

발달장애, 정신의학의 신대륙


정신의학이 본능 충동의 비정상적 발달로 광기를 포착할 때 핵심 대상이 된 것은 백치, 치우, 우둔으로 불린 발달장애이다. 18세기 말까지, 백치는 광기와 구별되지 않았다. 18세기 질병학에서 백치란 혼미한 상태가 된 착오이며, 자기 고유의 밤에 빠진 망상이다. 1824년 경 에스키롤은 백치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백치는 병이 아니다. 그것은 지적 능력들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다.”3)


이 정의는 그것을 통해 ‘발달’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백치는 진실이나 착오와 관련해서 정의되는 게 아니라 발달과 관련해서 정의된다. 에드와르드 세갱(1812~1880)은 발달과 관련하여 백치는 발달이 멈춘 상태로, 정신박약은 발달이 지체된 상태로 세분했다.4) ‘발달’ 개념은 정상성 규범을 함축한다. 발달장애는 태어나서 유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인간의 정상적인 발달과정이 정지되거나 지체된 비정상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백치, 정신박약, 혹은 발달장애의 특성은 유년기의 상태로 설명된다. 설령 백치, 정신지체를 유발시킨 것이 어떤 병 혹은 기질적 병변일지라도, 백치나 정신지체를 병적인 일탈로 간주할 수 없다. 일찍이 병에 귀속되어 있던 백치는 이제 유년기에 귀속된다.

 

알프레도 비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백치, 정신박약을 ‘정상적 발달’에 입각해서 포착하는 방식의 결정판이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 검사이다. 이걸 처음 만든 사람은 발달심리학자인 알프레도 비네이다. 그는 동료 학자 사이먼과 함께 여러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정상적인 아이들을 선발하여 그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이를 통해 그 나이 또래의 정상적인, 혹은 비정상적인 아이들이 각각 뭘 할 수 있고 뭘 못하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검사항목 중에는 단순히 검사자와 악수를 할 수 있는지, 불 켜진 성냥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시선을 옮길 수 있는지와 같이 단순한 것도 있고, 복잡한 상황에 대한 이해력을 묻는 것도 있다.


그러던 중 1904년 프랑스 정부가 아동심리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지체아동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 아동들에게는 어떤 특수교육을 시켜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의 일원인 비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공립학교에서 표준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를 구분하는 검사 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의 지능검사이다. 이 검사는 이후 6년간 수정 보완되어 1911년 최종판이 완성되어 ‘비네-사이먼’ 검사라 불렸다. 이 검사는 연령 별로 아이들의 정신수준(Mental level)을 측정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3세 아동이 통상적인 3세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 10개를 모두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이다. 그러나 그 문제 중 절반을 풀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에 미치지 못하여 2.5 정도 된다. 만약 그 문제를 다 풀고 통상적인 4세 아동이 풀 수 있는 문제 중 절반을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5가 된다. 오늘날의 IQ 검사도 이 원리에 따른다. IQ는 생물학적 연령에 대한 정신연령의 비율에 100을 곱한 값이다. 10세 아동의 정신연령이 12세라면, 즉 검사에서 수행한 수준이 12세 아동의 평균수준이라면 이 아동의 IQ는 (12/10)×100=120이다.


비네-사이먼 지능검사를 미국에 도입한 사람이 헨리 고다드(H.Goddard)이다. 그는 유전심리학자, 즉 우생학자였다. 고다드는 비네가 ‘정신 수준’(Mental level)이라고 했던 지능을 ‘정신 연령’(Mental age)으로 바꿔치기 했다. 이때부터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정신연령이 10세라거나 5세라는 식으로 유아화 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대할 때 어린 아이한테 쓰는 말투를 쓰거나, 유아교육 방법을 동원한다. ‘정신연령’ 개념은 지적, 자폐성 장애인이 지닌 다양한 특성들을 유아적 특성으로 환원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다드는 비네의 지능검사를 이용해서 새로운 종류의 정신박약을 출현시켰다. 바로 ‘우둔(moron)’이다.5) 고다드는 정의하기도 쉽고 제도적 위상도 분명한 ‘백치idiots’나 ‘치우imbeciles’와 달리 보통사람의 지능에 조금 못 미치는 ‘우둔moron’들은 시설에 수용되지 않고 부랑인, 이민자, 범죄자 무리에 섞여 살면서 대를 이어 퇴화 유전자를 물려주기 때문에 실은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IQ 검사는 시설수용에 의해 가시화되지 않고 지역사회에 숨어 있는 정신박약을 색출하는 검사지로 사용되었다.


지능의 유아적 수준과 함께 발달장애가 드러내 보이는 것은 ‘본능’이다. 발달장애는 ‘증상’을 갖기보다 오히려 본능 충동을 갖는다. 본능은 소위 비정상의 본래적 요소이자 실질적 내용으로 간주된다. 발달장애를 지능의 둔화로만 보지 않고 본능 충동의 유아적, 동물적 발현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67년 낭시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품삯 농사꾼이 소녀를 강간했다고 소녀의 부모에 의해 고발되었다. 그는 기소되었고 지방 의사에게 정신감정을 받고 마레빌 정신병원에 평생 수감되었다. 마레빌 병원의 정신과 의사의 진단서에 따르면, 그는 당시 40세의 지진아로, 사생아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마을 주변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살아왔다. 피해자 소녀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들판에서 소녀의 도움으로 자위행위를 한 것 같다. 주변에는 소녀의 친구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들은 밭일 나온 농부에게 그 바보와 ‘엉긴 우유’ 놀이를 했다고 자랑했다. 농부는 “망할 것들!” 하고는 지나갔다. 며칠 후 축제날 그 바보는 소녀를 숲으로 데리고 가서 약간의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 분명, 나쁜 일이지만 당시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소녀는 따귀를 맞을까 두려워 부모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부모는 소녀의 내복을 빨며 사태를 짐작했다. 소녀의 부모는 이장에게 말했다. 거기까지는 전통적인 대처였다.


그러나 이장이 헌병대에 고발하고, 헌병이 판사에게 넘기고 판사가 정신병원에 넘기면서 사태는 예전 같이 않게 전개됐다. 정신과 의사는 그의 두개골의 크기를 재고 얼굴의 골격을 조사하고, 그의 생각, 성벽, 습관, 격한 감정, 판단력을 심문하며 그 사건을 ‘의학화’ 했다. 피의자는 자신의 ‘동물적 충동’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도덕적 감각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의사의 결론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얼굴과 두개골은 정상인의 얼굴에 합당한 대칭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몸통과 사지는 비율이 맞지 않는다. 두개골은 불완전하게 발달했고, 이마는 뒤로 젖혀졌다.(…) 입은 너무 크고 입천장은 백치의 특징인 아치형 곡선을 이루고 있다. 왜소한 체구와 육체적 발달부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기관은 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백치들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이다.6)


이것은 충동의 격렬함에서 병리적 요인을 찾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발달장애인의 나쁜 충동은 원초적 발육 부진에서 기인한다. 도발적 생각과 육욕의 이끌림을 완화시키기 위해, 너무도 강렬한 동물성을 통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 사물의 가치를 건전하게 평가하는 자아의 도움을 그는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병리성은 과도함이나 욕구충족의 비상식성이 아니라, 억제의 결함이고 도덕심의 유아적 상태다.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해주어야만 그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자기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이게 발달장애인의 범죄를 이해하는 새로운 정신의학적 방식이다.


발달장애인 범죄자에게 치료감호소는 무엇일까?


‘상윤이 사건’의 피의자 이 씨(18)도 그랬다. 2014년 12월 부산 사하구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상윤이(가명)의 어머니 A는 첫째아들(당시 6세)이 언어치료를 받는 동안 둘째아들 상윤이(당시 만 1세)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이 씨(당시 18세)가 나타나 상윤이의 손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인근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이었다. A는 이 씨의 안면을 기억하고 있었고, 별 걱정 없이 천천히 따라갔다. 그런데 이 씨가 갑자기 3층 옥외로 통하는 철문을 열었다. A는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씨는 순식간에 상윤이를 데리고 나가 옥외 난간 너머로 들어 올린 다음, 따라 나온 상윤이의 모친 A를 보며 손을 놓아버렸다. 9.2m의 높이에서 떨어진 상윤이는 얼마 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이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치료감호소에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치료감호소에서 심신상실이 맞다는 감정이 나왔다. 검찰은 심신미약으로 보고 징역 8년과 치료감호를 구형했다. 2015년 5월 18일 부산지법은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치료감호청구와 부착명령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살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발달장애 1급인 이 씨는 심한 자폐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했다. 2016년 6월 15일 부산고법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가 치료감호청구를 기각한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재범할 우려가 있고 사회 방위에 필요하다.”며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2016년 11월 24일 대법원은 항소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하고 “C의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행동 성향을 고려하면 이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이 씨는 평소에도 2~3살 아이를 밀쳐서 엉덩방아를 찧게 해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던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 씨의 무죄 선고에 대해 여론과 언론은 ‘발달장애가 살인면허냐!’며 분개했고, 이 씨가 다니던 특수학교는 살인학교라는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었다. 발달장애 부모회는 그 지옥같은 상황을 숨죽이며 보냈고, <비마이너>도 한참 지난 후 발달장애인에 대한 혐오의 맥락에서 이 난감한 사건을 다루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 이 씨의 법률적 행위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의 살인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 합당한가? 그를 추방해야 한다면 왜, 어디로 추방해야 하는가? 하는 거다.


1심 재판부는 철저하게 법리적인 판단 하에 치료감호소청구도 기각했다. 이 씨에게 치료감호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를 치료한다고? 그게 가능하다면 이 씨 어머니가 먼저 박수 치며 치료감호를 요청했을 것이다. 여기에 정신의학의 자가당착이 있다. 분명, 정신과 의사는 이 씨가 심신상실 상태임을 의학적 소견으로 제시했다. 이성 상태가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발달장애는 모른다. 그것이 정신질환이라면 치료방법은 뭐냐는 물음에 정신과 의사는 할 말이 없다. 정신과 의사는 DSM-5에 따라 지적장애, 자폐 스펙트럼을 정신질환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 씨가 처음에 발달장애 판정을 받을 때 그가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 질환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이 씨를 위한 어떤 치료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 씨의 발달장애와 그의 살인행위 사이의 어떤 인과관계 같은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런 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무죄 판결에 치료감호청구도 기각했다. 그러나 윤리적이지는 못했다. 상윤이 살해에 대해 이 씨는 어떻게 책임 져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처벌받아야 하는가? 라는 윤리학적 물음에 대해 재판부는 침묵했다. 근대 사법의 법리가 그렇기 때문인데, 그게 대중들을 화나게 했다. 어쩌면 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윤이를 죽게 한 이 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발달장애 1급이니까, 심신상실자니까 처벌할 수 없다고 하는 건 근대 사법과 정신의학의 담론 속으로 숨는 것이다. 이 씨의 부모, 그리고 수많은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그 근대 담론의 무능 속에 숨으면 안 된다. 용감하게 나와서 발달장애가 뭔지 말해야 했고, 발달장애인의 범죄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묻고 토론해야 했다.

 

발달장애인이 2세 아기를 복지관 난간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언론은 '발달장애는 살인면허?' 등의 표현을 쓰며 발달장애인을 예비범죄자처럼 다뤘다. 그러나 이런 담론에 대한 장애계의 대응도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상윤이 사건 재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발달장애에 대한 무지에 있다. 1심 공판을 참관한 어느 시각장애인 칼럼니스트의 참관기7)에 따르면 재판부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모르면 배웠어야 하는데 검사 측도, 변호인 측도 이 씨의 발달장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고 측 보호자들이 진술 조력인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재판장은 그런 전문가는 알지 못하며 담임과 엄마가 그 역할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무지의 압권은 재판장이 이 씨의 진단서를 보고 장애가 그렇게 심한데 병원진료 기록이 왜 이것밖에 없느냐고 이 씨의 어머니에게 묻는 장면이다. 이 씨의 장애등록을 위해 받았던 진단서라고 답하자, 진료기록은 없느냐고 물었다. 상태가 저런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느냐는 말이다. 발달장애와 정신장애, 즉 정신질환을 혼동한 것이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어떤 근거로 이 씨에게 치료감호를 명령한 걸까? 고등법원은 “재범할 우려가 있고 사회방위에 필요하다.”며 의학적 근거가 아니라 형벌의 논리를 댔다. 대법원은 조금 달랐다. “이 씨의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행동 성향을 고려하면 이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꽤 영리하거나 아니면 무모한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를 받았나 보다.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다고 했다. 그럼 충동조절장애란 말인가? DSM-5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란 병적도박, 절도광, 방화광, 간헐적 폭발성 장애, 발모광 등 어떤 행위에 대해 강박적인 충동에 사로잡히다가 실행하지 못하면 심한 불안을 느끼고, 실행 시에는 환희를 느끼지만, 실행 후에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증상이다. 충동에 대한 자의식이 강하다는 얘기다. 충동조절장애 환자는 자아와 도덕의식이 강하다. 그 점이 발달장애와 다른 점이다.


발달장애인도 일상에서 하나의 대상에 집착하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지만 그것과 충동조절장애는 전혀 다르다. 이 씨는 평소에도 2~3살 아이를 밀쳐서 엉덩방아를 찧게 하고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곤 했다고 한다. 물론, 어렸을 때의 습관, 혹은 평상시에 보인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습관 같은 것에서 범죄의 원인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담론 속에서 범죄의 원인을 범인의 ‘비정상성’에서 찾고 그 비정상성을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행형학의 논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발달장애인을 우생학적 열등인자로 보고 절멸수용소로 보낸 나치의 패망과 함께 끝났다. 오늘날의 정신의학은 더 이상 발달장애와 동물적 충동과 도덕적 광기를 연결시키는 담론을 과학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를 거론하며 기어이 이 씨를 치료감호소로 보냈다. 


‘상윤이 사건’에 대해 발달장애 부모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해, 그들의 언어, 사고방식에 대해, 그들의 충동과 정서에 대해, 그들의 도덕감과 윤리의식에 대해 재판부에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고, 깊은 고민과 자기 성찰의 언어로 대중들에게도 알려 줬어야 했다. 그리고 발달장애 1급인 이 씨가 상윤이의 죽음에 대해 책임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어야 했다. <비마이너는> 상윤이 사건 공판을 밀착 취재하여 그 재판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장애인권의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보도해야 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진솔한 기고문을 싣는 노력도 필요했다. 앞뒤 안 가리고 쏟아지는 혐오의 폭풍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지 말고. 이해는 하지만,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씨는 기어이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이 씨에게 치료감호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씨에게 그곳은 처벌을 위한 감옥도 아니고, 치료를 위한 정신병원도 아니다. 그럼 이 씨에게 치료감호소는 뭘까? 바로,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법원은 이 씨의 부모를 대신해서 이 씨를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낸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감당하기 힘든 자녀를, 충동조절을 못해서 문제행동을 일삼는 자녀를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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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비정상인들』, 138쪽.
2) 세계일보, 「제자 성추행한 초등교사 치료감호형」, 2017.05.09
3) 『정신의학의 권력』, 294쪽.
4) 『정신의학의 권력』, 299쪽.
5)  Lucia Carlson, ‘Docile Bodies, Docile Minds: Foucauldian Reflections on Mental Retardation’, Shelley Tremain, ed. Foucault and the Government of Disability,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15, p. 145.
6) 『비정상인들』, 356쪽.
7)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50201115807226374. 서인환, '살인'인가? '심신상실'인가? 부산 상윤이 사건 공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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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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