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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될 '맞춤형 복지서비스', 장애인 욕구 반영이 최우선 과제
3차례 시범사업 통해 2019년 7월부터 적용될 '종합판정도구'
"공적 서비스 부족, 개인 욕구 반영 부족...장애인 당사자의 삶 변화시킬지 의문"
등록일 [ 2018년05월26일 13시55분 ]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

2017년 12월 1일, 복지부는 ‘2019년 7월까지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기존 1급에서 6급까지로 나뉘었던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 해 그 ‘정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장애 복지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장애계는 ‘복지부의 개편안은 등급제 폐지가 아니라 장애인을 2등급으로 다시 나눈 것에 불과하고, 개인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서비스, 단순한 전달체계, 예산 확보 등의 전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러한 장애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대안’이라며 서비스종합판정도구 시범사업을 현재 3차까지 진행한 상태다. 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업은 장애인의 욕구를 판단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 사업에서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공단-시군구 협업 모형과 읍면동-시군구 협업모형의 형태로 나누어 세 가지의 서비스 유형을 제공한다. 장애인 연금, 장애수당처럼 종합판정을 거치지 않은 공적서비스(A유형), 활동지원서비스, 보조기기, 야간순회처럼 종합판정을 거치는 공적서비스(B유형), 건강, 고용, 보육 등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C유형)이다.
 
이 사업은 복지부의 말대로 장애등급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5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8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사회복지법제학회 춘계 학술대회 ‘장애등급제 폐지, 그 의미를 묻다’에서 그 대안의 실효성을 따져봤다.
 
이 날 발제자로 나선 김동기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이상적인’ 의미를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 장애등급 하에서 작동했던 ‘동일 등급=동일 욕구=동일 서비스’라는 공식을 깬다. 정해진 등급이 아니라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정도와 서비스 욕구와 필요도, 근로능력 정도,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한다는 의미다. 

 

둘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기존에는 정부가 장애등급제에 따라 장애등록 및 심사결과, 서비스 안내 등의 소극적 역할만 했다면 이제는 장애인 개인에 대한 총체적인 서비스욕구조사, 서비스계획수립,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등 당사자 중심으로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공공과 민간 서비스 제공자, 장애인 간의 유기적 연결이 필수다. 

 

셋째, 장애인의 역할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에서 적극적 역할로 변화한다. 등급제에서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종류와 양이 장애등급에 의해 이미 확정되어 있었지만 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등을 직접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이 ‘이상적’인 의미가 ‘이상’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차 시범사업만 놓고 봤을 때, 정부의 서비스종합판정도구가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중심으로 서비스 판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8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사회복지법제학회 춘계 학술대회 ‘장애등급제 폐지, 그 의미를 묻다’에서 정부가 장애등급제 개편의 대안으로 내놓은 서비스종합판정도구의 실효성을 따져봤다.
 

그는 “장애연금처럼 공적 급여에 속하는 A유형은 국가가 기존에 제시한 수급 자격 기준에 따라 적격 여부와 지원 수준이 결정된다. 이용자가 이와 같은 서비스를 요구해도 그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욕구와 생활환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의 3차 시범사업 결과(공단-시군구 협업 모형 기준)에서 A유형 서비스 신청자(2,032명) 중 단 14.3%(290명)만 공적 급여를 제공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나마 종합판정을 거치는 활동지원서비스 같은 B유형도, 판정 과정이 공단의 복지코디가 신청자를 직접 만나 파견사가 조사도구를 평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조사원은 서비스를 신청한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장애인의 기능적 제한정도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의 개인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판정이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약 서비스종합판정도구의 일상생활필요도 관련한 문항이 활동지원인정조사표와 같이 도움 필요 정도를 체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서비스 이용자가 직접 체크하지 않고 조사원이 이용자와의 상담을 통해 체크하는 것이므로 기대점수보다 과소평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B유형에서 제공하는 공적서비스 중 서비스종합판정도구를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활동지원서비스 하나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공단(2018)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센터, 보건소 등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51.8%인데 서비스종합판정도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공적서비스는 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가 전부이고, 3차 시범사업 때 신규서비스로 시범 도입 된 응급안전서비스, 보행훈련, 야간보호 서비스 등이 있다. 

 

하지만 발달재활서비스는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한정적인 서비스이고 나머지 서비스들은 신규이므로 안정적인 공급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B유형에 해당되는 서비스로 종합판정도구를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유일하다. 즉, 종합판정도구를 기준으로 제공하는 공적 영역 서비스 자체가 제한적이므로, 이는 '유의미한 공적 서비스' 제공을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민간영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C유형 역시 개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차 시범사업 운영 결과, 민간서비스 연계율이 8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간 서비스 연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역별 민간복지서비스 인프라 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광주 광산구는 직업재활 서비스에 대한 민간서비스 연계율은 100%인데 반해, 일상생활 서비스 연계율은 50%에 불과했다. 그는 "장애인의 장애유형, 생애주기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민간 서비스가 이를 모두 고려하여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민간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정부가 장애등급제 개편의 ‘대안’으로 내놓은 '맞춤형 복지서비스'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위원장은 “현재 3차 시범사업 종합판정도구에 도입된 ‘기능 제한 요소’는 최소화 하고 개인의 욕구와 환경 특성 요소를 서비스 적격여부의 결정인자가 되도록 변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의 일상활동과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의 양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하며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했다. 스웨덴은 공적 영역에서 바깥 야외 활동 서비스, 휴식지원 서비스, 주거서비스, 친구 서비스, 가족 또는 가정에서의 생활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만큼 제공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한정된 재원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장애인 복지 예산이 적어도 OECD 국가 수준으로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 장애인복지예산을 현재보다 4배 이상 증액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의 의지가 뒷받침되어야만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며, 지금까지 제안된 내용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와 실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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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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