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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정신장애인 차별 말라” 주장하는 의사들, 좀 솔직해집시다
정신질환 의료급여 정액수가제 문제 삼는 의료계는 무엇을 숨기고 있나
등록일 [ 2018년05월30일 19시24분 ]

지난해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강제입원 요건이 강화되고 탈원화의 경향도 뚜렷해졌다. 이에 대해 정신의료계는 아무런 준비 없이 퇴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대혼란이 올 것이라며 지속적인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탈원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정신질환자에게 중요한 ‘차별 없는 치료 서비스 제공’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적인 의료수가 문제다.

 

지난 28일 대한정신약물학회 등 의료계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나라는 1978년부터 의료급여를 받는 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정액수가제를 적용해 왔다. 정액수가제는 서비스, 의약품 등의 실제 의료비용을 일당 고정금액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반대로 건강보험 정신질환 환자에게 적용되는 행위별수가제는 개별 진료 행위마다 가격을 매겨 진료비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수가가 낮은 수준으로 고정된 정액수가제 하의 의료급여 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난한 정신질환자일수록 차별받는다는 얘기다.

 

2017년 기준 건강보험 적용 정신질환자의 경우 1인 1일 진료비가 7만6725원인데 비해, 의료급여의 경우 4만3478원에 그친다. 특히 식대에서 그 차이가 현격히 드러나는데, 건강보험의 경우 입원 기간에 상관없이 1식 식대가 5600원인데 비해, 의료급여의 경우 입원일수 180일까지는 3000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고 180일을 넘어서면 2000원대로 떨어진다. 약제비·검사료·정신요법료 등도 1만4500원 수준(건강보험은 2만5400원)에 그친다. 의료계는 이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는 다양한 검사와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데 비해, 의료급여 환자는 저가의 치료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판을 일부 수용해 정부는 2017년 3월, 정신질환 의료급여 외래 수가를 행위별수가제로 개편하고, 입원 수가는 종전대로 정액제로 하되 평균 4.4%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입원 수가를 여전히 정액제로 묶어놓는 것은 외래와 입원 환자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기본적 치료만 제공하도록 해 장기입원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가난한 의료급여 환자라 할지라도 건강보험과 다름없는 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 ‘정당한’ 주장에 대해 지금껏 반론이 거의 제기되지 않은 것도 이해되지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주장의 전제, 즉 “낮은 의료급여 수가(원인)가 장기입원(결과)을 낳는다”는 따져 볼 지점이 적지 않다.

 

지난 28일, 대한정신약물학회 등 정신의료계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의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우선 지난 5월 24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12월 말 기준 비자의입원 비율이 61.6%에서 올해 4월 말 37.1%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는 복지부도 밝히고 있듯이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여 자의입원으로 전환함에 따른 결과”여서, 비자의입원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중 62.2%가 비자발적 입소이고, 비자발적 입소 사유 중 55.7%가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였다. 자발적 입소 사유 중에서도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거나 자신을 돌볼 수 없기 때문’이 53.0%나 됐다.

 

달리 말하면, 어떤 치료적 필요성보다는 가족과 함께 사는 지역사회가 정신질환자에게 살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병원 또는 정신요양시설에 간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역사회가 살 만해지고 여기서 치료와 재활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정신병원에 계속 있을 이유도 없고 장기입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는 거꾸로 ‘정신병원이 살 만해지면(의료급여 수가가 높아지면) 장기입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정신장애인의 가족 중 누구도 ‘진심으로’ 원해서 자녀나 부모를 정신병원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을 돌보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이고, 그나마 정신병원의 열악한 환경이 그러한 선택을 주저케 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정신병원이 좀 더 살만한 공간이 된다면? 갈등할 필요 없이 가족과 분리된 정신병원을 택하게 될 것이다.

 

복지부도 바로 그 점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해 의료급여 입원 수가를 인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 “초기(1일~3개월) 입원 환자(8.5% 인상)와 장기(1년 이상) 입원 환자(1.7% 인상) 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 불필요한 만성 장기 입원에 대한 유인이 억제되도록 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도혜진 복지부 사무관도 개선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완전히 행위별수가제로 갈지, 아니면 정액수가제 내에서 개선해 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행위별수가로 전환하더라도 비용 효과성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지난해부터 외래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행위별수가제로 전환됐다. 즉,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을 경우 보다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입원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입원’ 자체에 어떤 치료적 기능(외부 자극을 억제하여 환자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이 있다면 그래야 하겠지만, 사실 입원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되었을 때엔 그 효과가 반감된다. 3개월 이상이면 사실 환자의 욕구보다는 정신장애인을 격리하고자 하는, 치료 자체와는 무관한 가족과 사회의 욕구에 휘둘리는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최초 입원 3개월 이후부터 입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초기 3개월 안에 가능한 최선의 치료를 하고 어떻게든 사회복귀를 유도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의료급여로 병원에 예산을 투입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 복귀 프로그램, 돌봄서비스를 더 강화해야 하고, 치료는 외래 진료로 꾸준히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귀시설(정신재활시설)의 경우 국비 지원 없이 오로지 지방비로만 운영되어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가난한 정신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면, 낮은 의료급여 수가 문제를 지적할 게 아니라, 이들을 정신병원 또는 정신요양시설에 묶어놓는 열악한 지역사회 복지지원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의료계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를 가지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던 이용환 변호사(의사)는 28일 토론회에서 “(정신질환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는) 정신의료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때문에 수가가 절반밖에 안 되는 의료급여 환자라도 의료기관이 거부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표면적으로는 환자의 평등한 진료권을 내세웠지만, 같은 수의 환자를 진료해도 절반밖에 돈을 못 버는 조건을 깨고 싶은 것이 의사들의 속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신장애인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 고작 ‘병원 안에서의 더 나은 의료급여’일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의 평등하고 독립된 삶이다. 의사들이 진정 환자들의 장기입원을 막고 온전한 삶의 회복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주장의 전제를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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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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