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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복지본부의 독단…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결국 파행
LH공사보다 8배 높은 보증금 책정, 공가 방치하다 결국 민간에 ‘지원주택’으로 전환
“수요조사 통해 적정물량 공급하고 보증금 낮춰야”
등록일 [ 2018년05월31일 15시32분 ]

서울시 복지본부가 추진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결국 파행을 맞았다. 복지본부는 2016년 11월부터 101호의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해 공급했으나, 높은 보증금 책정과 쪽방상담소를 통해서만 입주신청을 받는다는 임의적 기준 때문에 입주인을 구하지 못해 상당수 물량을 공가(空家)로 방치해 왔다. 결국 민간단체에 복지서비스의 일환인 지원주택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썼음에도, 여전히 5호의 물량은 주인을 찾지 못해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이 사업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처음 시행된 것이지만, 국토부 훈령도 준수하지 않은 독단적 시행으로 얼룩져 결국 나쁜 선례만 남기고 말았다. 이에 홈리스행동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3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업의 파행적 종결을 규탄했다.

 

서울시 복지본부가 추진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파행적으로 종료되자, 홈리스행동 등 단체들이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규탄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애초 이 사업은 2016년 1월 서울시 주택건축국에서 발표한 추진계획에 따른 것으로, 매입임대주택 200호를 공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국토부훈령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또는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공사가 추진할 수 있지만, 그동안 이를 추진한 지방공사는 없었다. 서울시가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대도 높았지만, 사업 추진 부서가 복지본부로 바뀌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복지본부는 애초 계획했던 물량인 200호가 아니라 101호만 SH공사로부터 제공받으면서, 보증금과 임대료의 비율을 18:1로 일괄 조정했다. 입주자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명도소송을 통해 퇴거시키는 데 소요될 기간을 18개월로 보고. 18개월분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보증금은 평균 410만원이 됐는데, 이는 LH공사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보증금 50만원보다 8배나 높은 금액이다. 동일지역에서 복수의 사업자가 공공주택을 제공할 경우, 임대료 등의 수준을 협의·조정하라는 국토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게다가 입주대상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쪽방주민만으로 제한됐다. 이후 노숙인시설 거주자까지 확대되기는 했으나, 임시거주지원을 받는 홈리스의 83%에 해당하는 고시원·여인숙 거주자는 여전히 배제됐다.


결과는 파행적이었다. 공급이 시작된 2016년 11월부터 20호를 복지서비스의 일환인 지원주택 형태로 민간에 위탁해 공급했다. 이듬해 4월 남대문 쪽방지역 철거민에게 15호를 공급했지만, 그 이후로 1년 가까이 물량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48호를 지원주택으로 공급했다. 홈리스행동 등은 이것이 “지원주택 운영기관에게 보증금을 책임지게 함으로써 공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면피용 대책”이라며 “탈시설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원주택마저 오염”시켰다고 비판했다.


홈리스행동 등은 국토부 훈령대로 입주자격을 모든 주거취약계층으로 확대하고 홈리스의 경제 상황에 맞춰 높은 보증금을 낮출 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서울시 복지본부는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 결국 올해 3월 30일, 잔여 18호 입주자 모집에서도 미달이 발생해, 5호는 여전히 공가로 남았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임대주택 공급사업은 원래 주택건축국에서 하는 일인데, 이상하게 복지본부 자활지원과가 가져갔다. 혹시나 복지본부니까 홈리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을까 했지만 아니었다”면서 “홈리스들은 임대료를 못 낼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LH공사보다 8배나 높은 보증금을 걸어 놓았는데, 결국 이게 복지본부의 발등을 찍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윤용주 씨. 동자동 쪽방촌 주민인 윤용주 씨는 “나는 두 다리를 절단한 1급 지체장애인이다. 임대주택에 들어가려고 몇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높아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서울시는 LH공사처럼 보증금을 낮추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동현 활동가는 “현재 공가로 남아있는 5호의 임대주택에 가봤더니 엘리베이터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윤용주 씨 같은 분은 들어갈 수도 없다”면서 “이것이 홈리스 주무부서인 자활지원과가 하고 있는 일이다. 과연 이들에게 홈리스를 위한 복지를 맡겨도 되겠나”라고 성토했다.


복지본부의 사업은 이처럼 파행으로 끝났지만, 주택건축국과 SH공사는 이와 별도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계획을 세우고, 보증금을 100만원으로 한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홈리스행동 등은 이를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하며, LH공사가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보증금을 50만원으로 낮춘 것처럼 SH공사도 서울시 사회복지기금을 활용해 50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정확한 수요조사를 실시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충분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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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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