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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실현’ 위해 어떤 노력 필요할까
'치료' 중심에서 '복지' 패러다임으로 변화한 정신건강복지법
정신장애인의 이상적 권리 목록 제시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미비
등록일 [ 2018년06월01일 19시44분 ]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이 지났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비자의입원) 요건 강화를 비롯해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의 실현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사회에서 준비되어야 할 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영역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가 기획하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단체들이 1일 '입원, 치료, 회복과정에서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권리 선언을 위한 대토론회'를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사자와 가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정신장애인의 권익 보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시사했다.

 

박인환 교수(왼쪽)와 김도희 변호사(오른쪽)


- 정신건강복지법, 정신장애인 '복지' 위해 탄생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부족"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탄생의 의의가 '복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복지 규정이 담겨있는 장애인복지법은 제15조에서 법 적용 대상에 정신장애인을 제외하면서, 정신장애인은 정신보건법(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 적용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치료’에 방점을 찍고 있어 지역사회에서의 복지지원에 대한 규정은 부족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법률의 성격과 형태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환자'로만 인식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면서 "정신장애인을 의료적 차원에서만 보지 않고,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정신건강복지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런 점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에 대한 일정한 진전은 있었지만, 문제는 법의 모든 규정이 매우 추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정신건강복지법은 아직 구체적인 제도를 그렸다기보다는 정신장애인이 가진, 그리고 앞으로 실현해나갈 권리의 목록을 알려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권리의 목록'을 실현해가기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것들이 보완되어야 할까.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병원 입·퇴원부터 주거, 의사결정, 고용, 사회활동 등 전 영역에 대한 촘촘한 지원을 염두에 둔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물리적으로 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나왔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삶은 그저 '담장 없는 시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본인 의사에 반하여 입원 절차가 진행되는 강제입원의 경우, 헌법상 인신구속에 해당하기에 인신구속절차에서의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 기관의 심사와 당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청문 및 진술 기회 부여,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절차 보장, 그리고 절차보조인의 조력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연구를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는 '절차보조인'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입·퇴소 과정에서의 정신장애인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당사자 자조단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이 절차보조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족에게 '보호의무'를 부과하여 입·퇴원 결정에 대한 부담을 지게 하고, 많은 경우 가족관계의 해체로까지 이어지는 현행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며, 공공후견인 제도를 활성화해 절차보조인의 역할도 이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커뮤니티 케어'는 ‘탈시설화’를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 개념으로 읽힌다. 그러나 단순히 탈시설 개념을 정의하고, 탈시설지원센터를 만드는 2~3개 조항을 장애인복지법에 넣는 것만으로는 실효적인 탈시설화 제도의 작동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그는 "온전한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정보접근방식의 개선, 수요자 입장의 탈시설 절차, 탈시설화 전문인력의 양성, 탈시설 지원 전달체계 구축, 탈시설 이후 재입소나 노숙, 범법행위 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심리상담 및 사회적 관계망 형성, 모니터링과 추적조사 등 수많은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역사회 거주를 위해서 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거 지원이다. 그러나 단순히 ‘물리적인 집’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변호사는 "지원주택, 즉 '서비스가 붙은 집'이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 계약자, 즉 임차인은 운영 기관(시설)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기본적으로 상담 및 지원서비스, 입주자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서비스, 각종 공공서비스 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일 이룸센터에서 '입원, 치료, 회복과정에서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권리선언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김 변호사는 이러한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이미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구축된 다양한 복지서비스에 정신장애인이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폐지를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신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정조사표 때문에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전체 장애인 중 1.1%만이 정신장애인이며, 그마저도 중복장애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는 매우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은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요리나 청소, 의사소통, 공과급 납부, 이동 등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때문에 기능이 저하되거나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와 유사한 체계를 가진 일본은 이미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고 2014년부터 신체적·정신적 장애인의 특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인정조사표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신하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복지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서비스 확충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신 사무관은 특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 사무관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자체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적 기관"이라며 "그러나 '정신' 관련 업무가 모두 센터에 집중되다 보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입·퇴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에 주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 사무관은 "센터 담당 업무 영역을 정리해서 중요한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차별과 권리 제한 경험을 공유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정신장애인 권리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강제입원의 완전한 폐지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권리 보장 △치료와 입원 등 모든 상황에서 자기결정권 보장 △지역사회에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공공일자리 제공 및 공공임대주택, 지원주택 제공 △당사자 조직 및 모임 지원 △평화로운 가족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족 지원책 마련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노력 등을 국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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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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