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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죽음은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까?”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두 시간동안 붙잡은 이유
반복되는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에도 ‘법적 책임 없다’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
서울장차연, 1호선 신길역-시청역 ‘지하철 타기’ 투쟁으로 2시간 운행 지연
등록일 [ 2018년06월14일 14시42분 ]

"장애가 유세야? 왜 지하철을 잡고 난리야? 저 병신들, 싹 다 쓸어버려야 돼"

 

1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지하철 1호선에 탄 장애인들을 향해 일부 시민이 욕을 쏟아냈다. 통로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장애인들의 손엔 영정이 들려있었다. 이들은 신길역부터 시청역까지 매 역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며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1호선 상행선이 약 두 시간가량 연착되자 시민들은 장애인들을 향해 고함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 상황을 예상 못하진 않았을 텐데, 이들은 왜 '시민의 발목'을 잡게 된 걸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4일 오전, 신길역 장애인 추락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식 사과와 안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지하철 타기 행동에 나섰다.

‘지하철 타기’를 하는 서울장차연 회원을 향해 한 시민이 “왜 민폐 끼치냐”라며 주먹을 들어 올리자, 한 활동가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20일, 신길역 1·5호선 환승장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던 고 한경덕 씨가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계단 밑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신길역은 유족들에게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 고인 과실로 인한 사망'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한 씨의 죽음 이전인 2001년부터 휠체어리프트로 인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고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안전을 위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지난 5월 23일 광화문역, 같은 달 29일엔 충무로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점거하며 서울시의 사과와 안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도의적 안타까움은 통감하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답변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과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서울장차연은 고인이 사망한 신길역에서 1박 2일 농성 투쟁을 벌였으나 여전히 서울시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장차연은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의 반복된 책임 회피에 분노하며, 이제는 서울시장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 안심하고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라며 14일 오전, 한 씨가 사망한 신길역에서 출발해 서울시청까지 매 역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지하철 타기 행동'을 했다. 이날 지하철 타기 행동에 나선 활동가는 50여명으로 이중 휠체어 이용자는 28명이었다.

 

지하철 타기 행동을 하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들.
남영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이날 휠체어를 타거나 더딘 걸음으로 한 줄로 서서 지하철에 들어서는 서울장차연 회원들을 향해 시민들의 욕설이 쏟아졌다. 신길역-대방역 구간에서 한 시민이 "국가에서 장애인한테 해주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서 되겠냐"라며 "전부 시설에 처넣어야 한다"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한 서울장차연 회원이 "사람이 리프트 때문에 자꾸 죽어서 나오게 된 거다"라고 대꾸하자 그는 "일반인(비장애인)도 많이 죽어"라며 "정도껏 하라"고 맞받아쳤다.

 

이후에도 지하철 이용자들과 서울장차연 회원들간의 충돌은 이어졌다. 용산역-남영역 구간에서는 누군가 "저런 것들은 장애인이라고 봐주면 안 된다.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외치자, 그를 향해 한 활동가는 "우리가 왜 사람이 아니에요, 휠체어 타면 다 사람 아니예요? 그러면 죽어도 돼요?"라고 반박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너희 때문에 늦게 간다"며 장애인 당사자나 조력하는 활동가를 향해 우산을 휘두르거나 폭력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지하철 타기'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노량진-용산 구간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중교통이 안전해야 말 그대로 모든 '대중'이 탈 수 있을 텐데, 우리에겐 안전한 지하철이 장애인들에겐 아니라는 것이… 불편하긴 하지만, 이분들(서울장차연)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남영-서울역 구간에서 만난 또 다른 90대 시민은 "예전에 전쟁 나갔다가 다리가 불편해져서 스쿠터를 타는데, 리프트 그거 정말 없어져야 한다"라며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너무 작아서 스쿠터는 제대로 타기 힘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먼저 타버리니 이용하기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지하철에 탄 장애인 활동가가 신길역 장애인 추락사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하철 타기' 행동을 하고 있는 서울장차연 회원을 향해 한 시민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

10시에 신길역을 출발한 서울장차연은 약 두 시간여만인 12시에 시청역에 도착했다. 서울장차연은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 3선으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지난 2015년 합의한 '장애인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이행하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한 청년이 사망했을 때, 서울시장은 현장을 찾고, '서울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대중교통에서 사고 나면 바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라며 "그런데 왜 반복되는 장애인의 리프트 추락사에는 그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말이 없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공식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의 태도는 '사고나 사망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서 타라'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어제 또다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식 임기가 7월 2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만약 장애인의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 방안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하철 타기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오면서 우리 정말 많은 욕을 먹었다"라며 "욕먹을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우리 목숨이 걸린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면담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신길역에 있는 리프트부터 없애겠다'라고 했다. 그럼 다른 역에서 누가 또 죽어야 그때서야 급박하게 움직일 것인가"라며 "당장,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함으로써 모든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 이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장차연은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2015년 발표된 '장애인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이행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장애인 이동권 요구안'에 대한 답변 및 면담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요구했다.

 

 

'지하철 타기' 행동을 완료한 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기자회견 중 발언하는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의 뒤편으로 '언제까지 장애인은 떨어져 죽어야 합니까', '서울시는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보장하라'는 글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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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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